기사입력시간 22.09.12 08:59최종 업데이트 22.09.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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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교수 최소 110명 확보, 500병상 부속병원 예산 지원 타당한가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①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  
 
2020년 의료 파업의 주된 원인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였을 정도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지만,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의대 신설 주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 여야가 발의한 의대 신설 법안은 8건에 달하며, 새 정부 들어서도 의대 신설이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는 의대 신설에 대해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주요 오피니언리더들과 함께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①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교수 최소 110명 확보, 500병상 부속병원 예산 지원 부당"

[메디게이트뉴스] 윤석열 정부는 대선 정책으로 의대 신설 보다는 기존 의과대학을 활용한 정원증원을 채택했다. 그러나 의과대학 신설과 공공의대에 대한 일종의 종교적 신념을 갖는 사람들이 다시 정치권과 합세해 의과대학 신설 문제를 다시 수면으로 부상할 기세다. 여소야대인 실정에 표심잡기를 위한 공약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라면, 현 정권은 최소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 나라의 적정한 의사의 수는 쉽사리 정답을 구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한 사안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단순한 수치적 참고자료로 우리나라의 적정 의사수로 비교하거나 환산하기 매우 어렵다. 의료는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가지 결정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의학교육제도나 의료문화도 나라별로 다양한 의료환경 요인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정부 주장대로 국제 평균보다 부족한 의사에도 수진율 세계 1위이고 예약하지 않고 즉각적인 전문의 진료나 하루 3과목의 전문의 진료가 가능하다는 현상을 의사 부족인 나라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상 이에 대해 아무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의사의 근무시간이 길다거나 환자 개인별로 짧은 진료 시간, 그리고 일차진료에 대한 구분과 전문의 진료에 대한 문지기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추측 뿐이다.  

세계의과대학명부(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에 미국은 의사양성을 위해 의과대학과 골병리의과대학(Osteopathic Medical School) 모두 197개의 기본의학교육(Basic Medical Education)기관을 갖고 있다. 미국 인구 약 3억 3000만명에 220개의 기본의학교육 기관을 우리나라의 인구 5200만명, 40개 의과대학과 비교해 보면 미국 의과대학 수는 우리나라보다 적다. 인구 3800만명의 캐나다는 17개 의과대학을 갖고 있다.

의과대학 수의 국제적 단순비교를 하면 미국, 캐나다는 아직도 많은 수의 의과대학이 필요하고 우리나라는 의대 수가 오히려 너무 많아 보인다. 이런 사실은 OECD 평균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30개 의과대학이면 충분할 것이다. 

정치인 중에는 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는 상태로 강의를 위한 강의동과 실험실 몇 개의 단순화된 의과대학 모습을 떠올린다. 실제로 의과대학은 단순히 교육만을 위한 기구를 넘어 학생의 실험과 임상 실습이 가능한 병원은 물론 의과학연구을 위한 시설 등 대단한 재원과 자원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몇몇 의과대학은 의료원이 이미 조 단위의 대규모 예산과 엄청난 의료인력을 포함하는 거대집단으로 발전했다.

최소 규모의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평가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110명 정도의 교수와 500병상 운영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 유지를 위해서 부속병원 연 매출이 최소 3000억원대는 돼야 한다. 이런 사정에도 도저히 의대 설립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여러 지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의료혜택에 대한 동등성을 이유로 줄기차게 의대 설립을 제각기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곳만 해도 6~7개 도시에 의대 설립을 원하는 장소를 보면 이미 종합병원이 들어와 있으나 대학병원급 병원은 존립이 어려운 지역이다. 대학교수 요원 확보와 병원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보건의료인 조달도 어려운 지역이다. 그러나 기존의 41개 의대에서 40개로 줄었으니, 최소한 한 개의 의과대학 신설은 근거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외국의 사례에서 의과대학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각 의과대학의 규모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한 학년이 1000명이 넘는 의과대학들이 있는 나라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설립역사가 짧은 의과대학의 40명 정원은 규모의 경제 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40명 정원을 위해 최소 기초 교수 25명과 임상 교수도 87명이 필요하다. 신설 의대 중 한 대학은 결국 폐쇄됐고 다른 한 대학은 폐교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겨 본래의 설립 지역을 옮겨 학교 이름과 지역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힘든 고난의 시기를 거친 의대가 쉽사리 교명 변경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정 지역사회에서 지역의 의료에 대한 질적 향상을 의과대학 신설로 도모한다면 지역은 설립된 의과대학에 대한 책임 의식도 갖춰야 한다. 폐쇄된 의과대학이 첫 신입생부터 부실한 의과대학 교육으로 사회에 대한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으나, 지역의 그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부패한 대학 운영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다만 학교 이전이나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를 문제 삼았다. 거의 사기성에 가까운 대학병원 운영도 문제였고, 정작 관리 부서인 복지부와 교육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구조였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3200명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는 의사의 과잉배출을 우려해 결국 지금의 축소된 의대 정원이 만들어졌다. 의사 면허를 전담하는 선진적 면허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 인력의 통계를 파악할 수 없었고 의사 인력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고 지금도 의사 인력 추계자료가 부정확할 공산은 매우 크다. 이미 외국에서 실패한 공공의대 경험이나 의료 취약지를 위한 신설 의대 설립, 그리고 한지 근무 조건 정원증원은 실제 취약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다른 나라의 사례로 잘 나타나 있다. 

현재 한 의과대학의 폐쇄로 40명 정원의 몫이 남아있다면 결국 40명 정원을 갖는 의과대학의 규모를 키워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비록 정원은 적으나 거대병원과 재원을 충분히 갖고 있거나 혹은 특수목적을 위해 기존 국립대학의 입학생 증원이 타당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날로 상승하는 의료재정의 압박에도 돈 먹는 하마와 같은 의대 신설 보다 시급히 예산이 배정돼야 할 의료정책이 산적해 보인다. 

의사 집단의 의대 신설 반대가 마치 밥그릇 챙기기로 오도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정작 밥그릇 싸움은 정치권이 하고 있다. 의과대학 설립이 본래의 의료를 위한 목적이 아닌 정치적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나 이데올로기 구현을 위한 선전 도구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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