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07 06:57최종 업데이트 23.04.0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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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인구 2억명 시대…게임체인저 'GLP-1' 기전 국산 비만약 개발은?

한미약품·동아에스티·휴메딕스·펩트론 등도 장기지속형 주사제 비만치료제 개발 중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에서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비만약 시장 1위자리를 수년간 이어가는 동시에 미국에서는 위고비(세마글루티드), 마운자로(티제파타이드), 오젬픽(세마글루티드),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등이 공급 부족 의약품으로 지정되는 등 GLP-1(Glucagon Like Peptide-1, 인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기전 비만약 열풍이 불고 있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비만 유병률 증가에 따라 게임체인저 GLP-1 성분과 관련된 지속기간 확대·제형 개선 등 신약개발이 확대되는 추세다.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치매 등에 걸릴 확률을 높히고 수명 역시 3년 이상 단축시키는 질환으로, 전세계 비만 인구는 지난 2021년 기준 1억9000만명에서 오는 2031년 2억100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비만인구가 2021년에 1억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기준으로 비만율이 30%를 초과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에 따르면 전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7년까지 약 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세계비만연맹이 올해 3월 발간한 세계비만 아틀라스2023(World Obesity Atlas 2023)보고서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35년까지 매년 4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 비만약 처방 추이

비만 치료제는 지난 1959년 펜터민(Phentermine)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점으로 60년 넘게 판매됐지만, 치명적인 부작용들로 인해 매출이 제한적이었다. 식욕 억제제는 신경각성제나 항우울제 성분이어서 정신질환 부작용 위험이 컸고, 지방흡수 저해제는 대변 기름성분 증가로 인한 변실금 위험이 뒤따랐다.

정신질환이나 변실금 위험 없이 9%의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GLP-1 효능제 삭센다가 출시되면서 처방량이 급증했고, 지난 2021년 11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면서 첫 블록버스터 비만약이 탄생했다. 

이후 삭센다 보다 투약 횟수가 적고(주1회) 체중감소 효과는 큰 GLP-1 효능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각각 2022년 처방액 30억 달러·매출 10억 달러(2021년 6월 출시), 19억 달러·5억 달러(2022년 5월 출시)를 달성하면서 GLP-1 비만약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호철 애널리스트는 비만주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GLP-1이 비만·당뇨·NASH와 관련된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이들 질환에서 모두 약효가 나타난다"면서 "GLP-1 효능제들은 비만 뿐 아니라 당뇨병 시장에서도 31%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매출 비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질환에서도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서 다양한 적응증의 신약개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론머스크가 다이어트 비결로 '위고비'를 언급한 이후, GLP-1 효능제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동일 성분 당뇨 치료제 '오젬픽'과 동일 투여간격 당뇨 치료제 '트루리시티'의 비만 치료용 오프라벨 처방까지 급증함에 따라, 경쟁 약물 '마운자로'까지 포함 4개 제품이 모두 FDA로부터 공급부족 의약품으로 지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이와 더불어 GLP-1 시장점유율 1, 2위의 노보노티스크와 릴리를 비롯 다양한 제약기업들이 경구용 GLP-1 효능제 개발도 이어가면서 앞으로 GLP-1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 비만치료제별 효능효과와 실적 추이.

공급부족 의약품 지정 배경은 가파른 수요 증가와 어려운 제조 공정이 공존한다. GLP-1 효능제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이며,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다만 항체보다는 크기가 작고 구조가 간단해 동물세포 대신 미생물(효율적 배양 가능)을 활용해 제조할 수 있다. 이 같은 제조공정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평택의 미생물 기반 바이오 생산시설에서 MSD의 GLP-1/GCG 효능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스펙트럼(Spectrum)의 바이오의약품 '롤베돈'을 제조·공급하는 한미약품의 GLP-1 위탁생산 수주와 주가 리레이팅이 전망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롤베돈(국내 제품명 롤론티스)은 랩스커버리(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 LABSCOVERY)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을 개선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해당 기술을 토대로 비만, 당뇨병, NASH 등의 GLP-1 혁신신약을 개발 중이다. 다만 글로벌 경쟁이 고조돼 있는 비만약 대신 먼저 아직까지 약물이 없는 NASH부터 공략한다. 

앞서 얀센으로부터 반환된 비만·당뇨병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해 다시 머크에 기술수출했고, 올해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LAPS-Exd4 alnalog)는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HM15136+에페글레나타이드(LAPS-Glucagon Combo)는 비만 등 대사성질환을 적응증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측은 "바이오신약 개발에 있어 생체 내 반감기늘 획기적으로 늘리는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낮추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면서 "기술수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생산 거점을 마련, 국내에서 생산부터 공급까지 담당할 수 있는 인프라도 확보했다. 이는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 창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에스티(동아ST) 역시 비만, 비알콜성 지방간염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화학합성(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 DA-1241, DA-1726를 연구개발 중이다. 

이는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lucagon)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작용제로,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조절하는 주1회 주사제형이다.

지난 2022년 9월 해당 물질을 비알콜성 지방간염 적응증으로 미국 자회사인 뉴로보에 전세계(한국제외)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상에 들어가기 위해 FDA에 IND를 신청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NASH는 현재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으로 이번 임상 2상 신청은 NASH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뉴로보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계획된 일정대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DA-1241의 임상 2상을 시작으로 DA-1726(비만적응증)의 개발에도 속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만 적응증(DA-1726)으로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임상 1상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과 말초에 기초 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 나아가 마이크로니들 개발기업 주빅과 손을 잡고 당뇨병·비만 치료제에 대한 마이크로니들 제형 공동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연구를 통해 개발될 개발되는 당뇨병·비만 치료용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기존의 당뇨병·비만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로 제형화하는 개량신약의 형태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에 삽입된 후 녹는 매우 작은 크기의 바늘에 약물을 담지한 것으로, 통증 없이 안전하게 스스로 투약할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이다. 

특히 기존 주사 치료제보다 통증을 크게 줄여 환자들이 편리하게 투약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의 경우 열안정성이 높아 유통과 보관에 유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펩트론은 1개월에 1번 맞는 당뇨·비만치료제 GLP-1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펩트론 측은 "1주 지속형까지 발전한 이후 1개월 이상 지속형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매우 높아져 있지만, 고용량으로 인한 부작용의 증가와 약효의 지연 현상 때문에 기존 기술로는 더 이상의 개발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우리가 확보한 자체 약물 방출 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데포 기술력을 통해 안전하게 효능을 1개월을 유지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기존 세마글루타이드 1주 제형 대비 약 6배 이상 지속된 약동학적(PK) 프로파일을 확인했으며,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결과와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펩트론은 또 다른 글로벌 빅파마와 다른 물질로 1개월 지속형 당뇨병·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고부가가치 위탁생산개발(CDMO)사업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휴메딕스도 에이치엘비제약과 지난 2021년 비만 치료용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1~2주에 1번 주사하는 GLP-1 수용체 작용기전의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에이치엘비제약은 SMEB®(Smartcontinuous Manufacturing system for Encapsulated Biodrug) 플랫폼 특허 기술을 활용해 비만치료용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제형연구를 진행하고, 휴메딕스는 기술을 이전 받아 비임상부터 임상, 품목허가, 생산,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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