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05 06:45최종 업데이트 23.04.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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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위기?…정부 예타사업 추진, 업계 면역항암제 병용·알레르기 신약 개발

정부 '신성장 동력' 강조하면서 8년간 4000억원 투입, 질병청 데이터 공유 가능한 CODA 시스템 구축 중

사진 = 앞서 정부가 1조원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려다가 무산됐다(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형철 바이오PD 발표자료).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지난해말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의 줄도산과 실적 부진이 잇따른 동시에 정부의 1조원대 이니셔티브가 무산되면서 업계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정부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4000억원대 사업을 재추진하는 한편, 관련 학계와 산업계가 연구개발(R&D)에 활용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형철 바이오PD(프로그램디렉터)·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이광준 과장 등은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세미나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운영 현황을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미생물 생태계'를 의미하며, 최근 대사체학(metabolomics)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형철 PD는 "글로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9년 13억7000만 달러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치료제 분야의 증가율이 가장 크게 높아지고 진단분야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질환별로는 감염질환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위장질환, 대사장애질환, 암 순으로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페링 파마슈티컬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호주에서는 바이옴뱅크가 호주 식약처(TG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모두 항생제가 잘 안듣는 클로스트리디움디피실(CDI)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약제다.

이달말에는 세레스테라퓨틱스가 같은 적응증 치료제이지만 첫 경구용 제제에 대해 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레스는 CDI 치료제 외에도 이식편대숙주병(임상1상), 궤양성대장염(1/2상) 등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많은 해외 기업들이 대장암, 크론병, 아토피피부염, 염증성 장질환, 건선, 음식 알러지, 여드름, 천식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사들은 대부분 전임상(비임상)에 머물러 있기는 하나, 현재 지놈앤컴퍼니가 위암, 담도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는 임상2상을 진행 중이고, 고바이오랩 역시 건선, 염증성 장질환, 천식 등 파이프라인에 대해 각각 임상2상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특허출원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2015년 이후부터 국내기업들이 특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조원대 이니셔티브 무산됐지만, 4000억원대 범부처 지원 사업 추진 예고


김 PD는 "그간 오믹스 기술 기반의 인체-마이크로바이옴 인과관계를 분석해왔다면 2020년부터는 근원적인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 규명과 혁신신약·진단기술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정밀의료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적극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상용화를 지원 중이며, 특히 미국은 미생물 유전지도를 완성하고 미생물 영향 연구를 추진하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 6개 부처가 4000억원대 마이크로바이옴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형철 바이오PD 발표자료).  

국내 역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R&D 정부 투자가 증가중이다. 미국은 2020년 기준 11억8000만달러로 10년새 10배 이상 증가했고, 한국은 2020년 기준 840억1800만원으로 5년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8년간 R&D 과제 수가 점차 증가해 총 4912개를 기록했고 정부 투자연구비로 누적 7770억원을 차지했다. 부처별로 연구비 비중을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1.7%로 가장 많았고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김 PD는 "산업부의 경우 초기에는 농업 분야에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우울증, 면역, 자폐증, 면역항암제 등 치료제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변화한 상황"이라며 "앞서 지난 2022년 마이크로바이옴의 성장성을 고려해 범정부차원에서 1조1505억원을 투입해 10년간 3단계로 진행하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를 추진했으나, 너무 많은 사업이 담겨 무산됐고 현재는 따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검토 중인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사업(가침)'은 총 4000억원 내외의 비용을 2단계, 8년간 투입하는 지원 사업으로, 과기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농림부, 산자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한다. 

김 PD는 "예타(예비타당성조사)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크게는 ▲임상·전임상 시료와 데이터 구축, 정보자원화 등 '뱅크 및 데이터 구축', ▲기전 규명과 후보물질 발굴 등을 하는 '전임상 기반 원천기술 개발', ▲타겟질환 치료제와 진단기술, 메디푸드를 개발하는 '임상 및 제품화 연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부처 같이 하기 때문에 산학연과 연계해 진행하고, 상용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질병청 "상용화 지원 사업 동참…학계·산업계 위한 데이터 공유 시스템 만든다"


질병관리청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투자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은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사업(5년)'에 499억원을, 식약처는 마이크로바이옴 품질·안전성 평가 등 규제 관련 예산으로 59억원을 배정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이광준 과장은 "국내 R&D 대부분이 학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기초연구단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의약품과 임상시험 등 의료분야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며 분절적 투자와 임상정보 공유도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크로바이옴의 의료 적용을 위해서는 한국인 고유의 표준 프로토콜과 다학제 연구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면서 "연구자와 병원의 협업을 통해 시료 수진과 분석기반을 확보하고, 시장성이 큰 치료제와 진단 분야의 연구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개선 방향성을 밝혔다.
 
사진 = 질병청은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해 연구진들에게 공유할 계획이다(국립보건연구원 이광준 과장 발표 자료).

이 같은 개선안을 고려해 질병청은 복지부와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했으며, 이를 통해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특히 연구자와 산업계 활용할 수 있도록 병원 기반의 코호트 구축부터 시작한다. 이 과장은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국립보건원 CODA(임상·유전체 생명정보 시스템) 안에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빅데이터와 분석 결과 등을 담고, 연구가 필요한 업계, 학계 등 연구원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맞춤형 타겟 치료제 개발과 치료제 효능평가, 바이오마커 개발, 후보물질 발굴 등이 가능할 것으로 봤으며, 2030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 맞춤형 치료제 개발과 신변종 감염질환에 효과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지속적인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고 충분히 유망한 산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이날 '바이오 새 봄을 여는 리더가 될 것인가?'를 주제로 "불과 수십년 사이에 알레르기, 크론병, 파킨슨병, 비만, 아토피, 설사, 1형당뇨병, 자폐증 등 새로운 질병이 급증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수십년 안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환경, 생활습관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주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근 허가를 받은 리바이오타는 항문으로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올해 상반기 안에 세레스테라퓨틱스가 캡슐로 된 경구용 약이 나오는만큼 디피실 치료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질병 치료 뿐 아니라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예방목적으로도 활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능성 소화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약물로 고치기 어려운 질환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면역항암제 역시 낮은 효과로 문제가 많은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병용시 효능이 높아지는 만큼 항암제로서도 높은 활용이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회사들의 상장폐지 등으로 업계 위축이 우려되고 있으며, 다양한 균의 기전으로 메커니즘 연구의 어려움과 비표준화된 분석 문제 등으로 성장 한계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비만, 동맥경화 뿐 아니라 알레르기 등 원인 불명의 만성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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