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20 05:55최종 업데이트 23.02.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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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관심 높고 연구개발 한창이지만, 위험성 높아 신중 접근"

연세의대 윤상선 교수(바이오미 대표), MOA 규명 어렵고 기술적 한계로 낮은순응도 문제 지적

사진 = 연세의대 윤상선 교수가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강연을 했다(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오랜기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약물 작용기전(MOA, Mode of Action) 규명과 경구용 제제 마련의 어려움으로 인해 상용화 실패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연세의대 윤상선 교수(바이오미 대표)는 17일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개최한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게놈'으로 불리는 인체 내 미생물로, 95% 가까이 장 안에 존재하고 대사산물을 통해 온몸에 영향을 준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빠지면 면역질환, 소화기계질환은 물론 비만, 자폐증, 알레르기, 근감소증, 노쇠, 전신염증, 인지기능감소, 치매, 파킨슨병 등의 발병에 영향을 주며, 코로나19 감염 역시 장내미생물 환경에 따라 질환의 중증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때 장내 미생물 환경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윤 교수는 "한 연구에서 폐암환자들에게 동일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으나, 30%에서만 반응을 보였다. 반응과 미반응 환자간 차이는 장내미생물 분포로 나타났다"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액티베이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면역항암제와 병용투여하는 방식의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연구결과와 함께, 예상치는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씩 증가해 오는 2028년에는 11억 달러, 즉 1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많은 회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처음 승인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많은 관심이 이어지기도 했다. 

승인 약물은 페링제약(Ferring Pharmaceuticals Inc.)의 리바이오타(분변 미생물 제품, fecal microbiota product)로, 18세 이상 성인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 재발 예방하기 위한 제품이다. 이는 재발성 CDI에 대해 항생제 치료를 마친 뒤 사용할 수 있다.

C. 디피실(C. difficile)은 설사와 염증을 발생시키고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인 CDI를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로, 항생제 복용과 같은 특정 상황으로 장내 미생물 균형에 변화가 생기면서 C. 디피실이 증식하고 독소를 방출해 설사와 복통, 발열, 경우에 따라 장기 부전과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첫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이라는 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최종 제형이 프리 패키지드, 싱글도즈 150ml, 비닐 백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면서 "비닐백 안에 분변 부유물을 포장한 제품으로, 감염된 환자들의 항문을 통해 좌약식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즉 환자 순응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는 미충족 수요가 많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경구용 캡슐제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소화기 감염 이외의 적응증에 대한 개발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리바이오타처럼 C. 디피실(C. difficile) 소화기감염 외에 유당불내증, 흑색종병용, 궤양성대장염 등 대부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시험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 교수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위험요인 역시 매우 높은 분야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MOA를 규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장에 미생물 넣어서 좋아진다'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어떤 기전으로 질병이 좋아지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증명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 = 연세의대 윤상선 교수가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강연을 했다(생중계 갈무리).

한편 윤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미는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5개 적응증 파이프라인으로 나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선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심혈관 질환 신약을 개발 중"이라며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외에도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인자인 대사물질을 발견했는데, 이를 분해하는 물질을 장에서 찾아내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한데, 항생제내성 세균들을 장 밖으로 밀어내는 4종의 장내 공생미생물을 발견하고 이를 세브란스와 함께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생미생물은 장에 주로 많지만 콧구멍에도 많은데, 호흡기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액티배이팅)하는 미생물 발견해 이를 세균감염 억제와 독감바이러스 억제 등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대장암 치료제 등도 개발 중이다. 윤 교수는 "대장암 환자 중 외과적인 수술을 한 경우 연동운동을 장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수술 부위에 좋은 영양을 제공하는 미생물을 찾아 외과수술 대장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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