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03 06:22최종 업데이트 23.04.0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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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연속 국산신약 개발 성공…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 "적응증 확장으로 글로벌 공략"

펙수클루·엔블로 성공 신화에 그치지 않고 '매년 기술수출 1건 이상'·'블록버스터 혁신신약' 개발 추진

사진 = 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2년 연속 대웅제약이 국산신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제약바이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계열내 최고 약물(Best In Class·베스트인클래스) 개발 성공에 그치지 않고 이들 제품의 적응증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매년 기술수출 1건 이상, 글로벌 블록버스터급의 혁신신약(First-in-Class·퍼스트인클래스)개발이라는 목표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박준석 신약센터장은 최근 제약바이오기자단 인터뷰에서 잇딴 신약개발 성공 이유와 함께 향후 R&D 계획과 방향성에 대해 소개했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말 대웅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국산신약 34호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정 40mg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는 위식도역류질환의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으로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제제다. 

지난해 8월에는 10mg 제품에 대해 P-CAB 계열 제제로는 국내 유일하게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펙수클루정은 미국과 중국, 중동, 중남미 등 15개국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체결했으며, 현지지사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4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을 합치면 현재까지 총 19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말에는 국내 최초 SGLT-2(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정 0.3밀리그램(이나보글리플로진)의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국산신약 36호인 엔블로정은 기존 제품 대비 1/30의 적은 용량으로도 우수한 약효·안전성을 보유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이며, 적응증은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 총 3건이다. 

엔블로 정 역시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 진출과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10개국, 2030년까지 전 세계 약 50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전문인력과 인프라, 경영진 투자…3박자 통했다"


대웅제약의 이 같은 신약개발 저력에 대해 박준석 신약센터장은 전문인력과 인프라, 경영진의 지원 등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박 센터장은 서울대 약학대학 박사를 이수한 후 지난 1996년 대웅제약 신약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약 27년간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과제책임자(PL), 신약탐색팀장을 거쳐 지난 2018년부터 신약센터를 이끌고 있다.

박 센터장은 "전체 직원의 25% 이상인 총 440여명이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이중 연구는 용인생명과학연구소 내 신약센터, 신제품센터, 바이오센터 등 3개 센터에서 담당하며, 서울 본사에 임상개발부서가 있다"면서 "신약센터에는 100명의 전문인력이 8개 '익스트림팀'으로 나눠 일하고 있는데, 팀마다 화학물 설계와 합성, 세포수준평가, 동물수준평가, PK, 독성, 약물동태 등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능 중심의 팀이 신약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편하면서 연구원들이 과제에 대한 주인의식과 몰입이 크게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연구원들의 높은 수준의 역량과 상호 협력, 소통도 한몫했으며, 경영진의 지지와 과감한 연구비 투자도 2년연속 국산신약 개발의 원동력으로 제시했다. 박 센터장은 "펙수클루 개발에 13년, 엔블로 개발은 비임상부터 허가까지 7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엄청난 연구비를 투입한 것은 전적으로 경영진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소신과 믿음 덕분"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라니티딘 사태 등으로 매출에 큰 타격이 있었음에도 연구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웅제약은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매출 대비 무려 17.34%인 2000억원의 비용을 R&D에 투입했다. 이는 상위제약사들은 물론 연구중심의 바이오텍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시했다.

연구 자회사·관계사들과도 헬스케어 전주기에 걸쳐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문기업들과의 콜라보를 진행 중이다. 박 센터장은 "공동연구, 지분투자, 스핀오프,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방식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구 자회사·관계사인 ▲항체·바이오 전문기업 한올바이오파마와 ▲'이온채널신약팀'을 스핀아웃(Spin-out)한 이온채널 전문 신약개발 바이오텍 아이엔테라퓨틱스, ▲영국 아박타(Avacta)사 설립한 세포치료제 개발 조인트벤처 아피셀테라퓨틱스, ▲마이크로 니들과 같은 신규 제형·특화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대웅테라퓨틱스, ▲케미컬·바이오 위탁개발과 위탁생산개발(CMO·CDMO)을 하는 대웅바이오 등과 상호협력을 토대로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지난 2021년말 AI신약개발팀을 구축하고, 5개 회사와 공동연구, 후보물질 발굴 등 콜라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산신약 개발 성공하면 끝? "이제 시작…블록버스터 등극 위한 적응증 확대 총력"


이 같이 오랜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입해 펙수클루, 엔블로 등의 성공을 이뤘지만, 연구개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펙수클루와 엔블로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장이 필수"라며 "특히 엔블로는 SGLT-2 억제제 계열인만큼 사실상 '만병통치약'에 가깝고 장기복용약으로 부작용도 거의 없어 리스트업한 적응증만 10개가 넘는다. 현재는 우선순위를 검토 중인데, 체중감소(비만약) 임상2상, 신장 치료 3상과 심장질환 예방·치료에 대함 연구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는 엔블로의 안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펙수클루 역시 아스피린 등 NSAIDs 진통제 유발 위염에 대한 적응증 확장 임상3상과 급성 출혈성 위염을 위한 주사제 제형변경 임상1상, 헬리코박터 제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파이프라인 35개…매년 기술수출 1건 이상·베스트인클래스 강자 넘어 글로벌 혁신신약도 성공 의지 다져

자료 = 대웅제약 신약 R&D 파이프라인.

대웅 신약센터는 펙수클루, 엔블로 등에 대한 적응증 확장 뿐 아니라, 오는 2025년부터 매년 기술수출 1건 이상과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 성공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 대웅의 R&D 파이프라인은 비임상(전임상) 임상의 신약 개발단계만 총 20건이며, 연구단계까지 합치면 15건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자가면역질환·신경계(CNS)와 암, 대사질환, 섬유증, 피부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파이프라인 강화를 통해 오는 2025년부터 매년 1개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할 예정"이라며 "지금은 대웅이 나보타, 전문약 등이 있음에도 영업마케팅 기반 회사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공동임상 등을 통해 빠르게 신약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수익창출을 극대화해 오는 2030년에는 신약 매출이 30% 이상이 되는 회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술수출과 함께 글로벌 혁신신약 자체 개발 성공사례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으로 미국 임상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안구건조증 신약 탄파너셉트가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며, 최근 중화권 기술수출에 성공한 PRS 저해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도 미국·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2상시험에 성공하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ITK/BTK 저해 자가면역 치료제 DWP213388도 후보로 거론했다. 특히 자가면역의 경우 적응증을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는 강점을 살려 일단 희귀의약품으로 빠르게 상용화를 한 후 적응증을 확장시켜 블록버스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일부 희귀질환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신약으로 출시하기 위한 임상시험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고 기간도 매우 오래 걸린다. 때문에 당장 자체적인 글로벌 임상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만, 점점 더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만큼 조만간 자체 개발 신약 시기도 도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렇게 혁신신약 개발을 자부하는 것은 자체 연구 역량 강화와 오픈이노베이션 외에도 신약센터가 수년간 신약프로그램을 짜기 전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수시로 구하고, 피어리뷰(동료평가)와 경영회의 등을 통해 과감하게 조기 종료(fast-fail)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K-제약바이오강국 되려면? 신약에 대한 가치 인정 필수


끝으로 박 센터장은 대웅 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더욱 성장하고 더 많은 K-블록버스터가 나오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수며, 동시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조직문화 개선도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연간 2000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나, 3상임상에 최소 500억원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풍부하지만은 않다.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할 수 없고 쪼개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혁신신약이 많이 나와 제약강국에 진입하려면 많은 정책·제도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신약약가의 현실화"라고 강조했다. 

OECD 최저 수준인 신약의 약가부터 적절하게 개선이 돼야 국내 기업들도 제네릭 대신 신약을 개발하고, 결국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역량 강화와 글로벌 K-블록버스터 성공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동시에 제네릭 약가에 대한 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많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제네릭이 주된 수입원이기에 정부도 상당한 딜레마가 있겠지만, 차츰차츰 개선해나가야만 산업구조 선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구중심 바이오텍들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도 기술수출 등의 성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면서 "지금보다 신약 R&D의 성공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과 혁신적인 기술력 뿐 아니라, 조직 구성도 중요하다. 대웅도 앞서 소개했듯 2018년부터 익스트림팀을 구성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한 후 신약개발 성공이 이어진 만큼 연구원들의 '주인의식' 확대를 위한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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