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18 07:37최종 업데이트 23.03.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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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비만 여든까지 간다…조기 개입 없으면 당뇨병·사망위험 급증"

비만학회·당뇨병연합, 소아청소년 1/3 과체중으로 비만·당뇨병 심각 수준…조속한 법제화 촉구

사진 = 대한비만학회 홍용희 소아청소년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은 틀렸다. 소아청소년시기 비만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비롯 합병증과 사망 등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조기에 개입해 치료를 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 홍용희 소아청소년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한국소아당뇨인협회 교육이사(경일대 간호학과 교수)는 대한비만학회와 대한당뇨병연합이 개최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생활습관 교정·치료제·CGM 적용 등 지원과 법제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순천향의대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실태'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3분의 1 이상이 과체중이며, 특히 남아에서 두드러졌다"면서 "중·고등학생 비만 유병률 역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다. 복부비만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남자고등학생의 30%가량이 복부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소아비만을 판정하는 정확한 기준은 확립돼 있지 않지만, 흔히 체질량지수(BMI)를 통해 비만 정도를 평가한다. 체질량 지수가 85~95 백분위 미만이면 과체중, 95 백분위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한다. 특히 소아비만은 지방조직 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크기도 커져 피하층과 체조직에 과도한 양의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홍 교수는 "더욱 문제는 소아청소년기 고도비만 증가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030년에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가 성인의 수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살은 키가 된다'는 말은 틀렸다. '세 살 비만이 여든까지 간다'는 인식 하에 조기 중재와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소아비만환자 중 84%가 성인에서 비만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34%는 BMI 40이상의 고도비만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소아비만환자는 한 번도 비만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률이 4배 이상 높았고 사망률도 크게 증가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물론, 만성염증, 심혈관계질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수면장애, 천식, 성조숙증도 동반했다. 
 
사진 = 소아청소년기 비만환자에서 동반되는 질환(홍용희 교수 발제 자료).

홍 교수는 "국내 소아청소년기 학생들의 공복혈당 증가 중이다. 공복혈당이 100 이상 학생이 지난 2010년 5.3%에서 2021년 13.2%로 약 2배 증가했다. 소아청소년기 2형당뇨병 역시 15년만에 4.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모두 비만이 주요한 원인이다. 게다가 청소년기에 비만할수록 중장년기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증가했고, 성인기 암발생의 주요 인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사회적인 낙인과 심리 문제, 따돌림 등으로 우울감이나 식이장애와 같은 정신문제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반드시 조기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청소년기 비만이 해결되면 2형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절반 이하(4배→2배)로 낮출 수 있고 합병증 발생과 사망률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며 "소아청소년시기 비만환자는 1차적으로 집중적인 식사치료와 운동치료, 행동치료 등을 시행하며, 지속적인 체중증가와 비만 동반 질환이 조절되지 않을 때 전문의에 의한 2차적치료인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소아비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원인 중 하나며, 출생 전 다양한 요인부터 정신, 유전, 가족력, 신경내분비 등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면서 "소아청소년기 비만 증가를 억제하고 보다 건강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필수다. 이를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혜련 교수는 '국내 소아청소년 당뇨병 실태' 주제발표를 통해 소아청소년기 2형당뇨병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비만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당뇨병은 성인 비해 혈당 조절 어렵고 빠른 속도로 케타세포 기능 부전이 나타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합병증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데, 발병 시기도 사회생활을 활발히 해야 하는 30대로 빨라져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면서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기대수명도 15년 정도 단축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생활습관 개선과 관리, 경구용 혈당강하제 또는 인슐린 치료를 비롯해 주기적 당화혈색소 측정과 연속혈당측정기 활용 등이 좋은 중재방법이 될 것"이라며 "현재 1형당뇨병환자만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데, 소아청소년 당뇨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는만큼 2형까지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훈 대한당뇨병연합 대표이사도 "소아청소년 2형당뇨병 환자는 1형보다 3배 많지만, 1형과 달리 2형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비만과 비례해 소아청소년 2형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에서 치료 지원에 대한 법안을 제정하고 조기 개입과 관리를 위한 적정 수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과 대한비만학회 김성수 회장(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도 "10대에서 비만과 당뇨병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국가 의료비 증가는 물론 노동력 등 사회경제적 손실도 상당해질 것"이라며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관심 기울여 소아청소년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 박정환 교수(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건강상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심리적인 문제도 많이 동반된다. 저소득층 청소년에서 비만이나 2형 당뇨병이 보다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가족력, 유전, 사춘기 여부 등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소아∙청소년의 주어진 환경과 병력에 따라 맞춤 관리와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가정, 지역사회 내 학교에서의 단계별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법적 지원을 약속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비만은 만성질환의 강력한 위험요인인 동시에 연간 14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라며 "입시위주 학업, 운동부족, 코로나19 등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살은 키가 아닌 성인병으로 간다. 이는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인만큼, 예방적 관점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상승을 억제하는 다양한 정책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숙 국회의원도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비만은 질병이다. 이를 방치하지 않고 치료의 대상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입법적,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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