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17 07:11최종 업데이트 25.11.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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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비만, 체형 문제 아닌 질병"…오스트리아선 청소년 GLP-1 비만 급여 기준 마련

고도 비만 아동 50% 이상 지방간 보고…식생활 환경 개선, 학교 중심의 개입 강화, 정책의 지속성 확보 필요

사진: (왼쪽부터) 오스트리아 파라켈수스 의과대학 다니엘 베그후버 교수와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성장내분비센터 이기형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청소년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병, 지방간 등 대사질환을 일으키고, 정서적으로도 문제를 불러와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청소년 비만의 약 80%가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지며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청소년 비만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심각한 국가 보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스트리아 파라켈수스 의과대학(Paracelsus Medical University) 소아청소년과 다니엘 베그후버(Daniel Weghuber)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소아와 청소년 모두에서 비만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면서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비만 및 과체중인 소아청소년 인구는 약 3억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성장내분비센터 이기형 교수 역시 "2010년대 초반 국내 비만 유병률은 10~11% 수준이었지만 후반에는 14~15%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일시적으로 약 26%까지 급증했으며, 현재는 약 15~16% 수준으로 돌아왔다"면서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고도 비만 아동의 비율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2형 당뇨병 등 비만 관련 대사 합병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위고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허가받은 첫 주1회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장기 치료 가능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허가의 기반이 된 STEP TEENS 연구의 제1저자인 베그후버 교수와 국내 대표 전문가인 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청소년 비만 치료 환경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비만은 전신 대사질환의 전조…비만 아동, 정상 체중 아동보다 대사 증후군 발생 위험 7배 높아

소아청소년 비만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체질량지수(BMI) 백분위수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같은 연령대에서 85백분위수 이상이면 '과체중', 95백분위수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한국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BMI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비만은 과체중 단계를 거쳐 진행되고, 과체중 아동에서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개입은 95백분위수 이상뿐 아니라, 85백분위수 이상 과체중 단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은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는 속설 처럼 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소아 비만은 청소년 비만으로, 청소년 비만은 다시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경제 수준 향상과 식문화 변화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흐름은 과거보다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합병증 유병률은 연령과 비만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소아 비만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약 1% 수준으로 보고되지만, 비만이 심해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대한의사협회(JKMS)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고도 비만 중학생의 당뇨병 유병률은 약 2.4%, 고도 비만 고등학생은 약 3%에 달한다. 고혈압도 중등도 비만 중학생에서 약 10%, 고도 비만 중학생은 약 18%, 고도비만 고등학생에서는 약 27%로 보고됐다. 이러한 수치는 비만이 전신 대사질환의 전조임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은 이미 소아 단계부터 나타나며, 그중 가장 흔한 것은 지방간으로 고도 비만 아동의 50% 이상에서 보고된다. 대사증후군 역시 주요 합병증으로, 비만 아동은 정상 체중 아동보다 대사 증후군 발생 위험이 약 7배 높다"면서 "특히 2020년 이후 비만의 유병률과 대사 질환 발생률이 모두 악화되고 있어, 비만을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베그후버 교수는 "핵심은 비만을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의료 개입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했다.
 
사진: 파라켈수스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다니엘 베그후버 교수.

위고비, STEP TEENS 연구서 체중 물론 심장 대사 위험 인자 개선시키고 삶의 질 높여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STEP TEENS 임상연구에서 위고비는 체중과 BMI를 위약군 대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그후버 교수는 "STEP TEENS 연구는 청소년 비만 치료의 효과 측면에서 이정표적인(milestone)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식습관 및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일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BMI 감소 폭은 1~3% 수준에 그친다. 반면 STEP TEENS 연구에서는 위고비를 사용한 환자군에서 평균 16~17%의 BMI 감소가 나타나며, 단독 생활 습관 교정군에 비해 현저히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고비는 GLP-1이라는 인크레틴 호르몬 기반의 수용체 작용제로서, 비만의 병태생리학적 원인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이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환자들은 기존보다 효과적인 식습관 및 생활 습관 교정을 실천할 수 있으며, 이로써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에서는 체중과 BMI 감소 외에도 허리 둘레, 혈압, 혈당, 지질 등 주요 심장 대사 위험 인자가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베그후버 교수는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 겪을 수 있는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방향성을 제시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베그후버 교수에 따르면 위고비 투여군은 BMI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 이상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기준치의 약 4배에 해당하는 강력한 치료 효과였다. 이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이 약 50% 감소하는 등 대사적 개선도 뚜렷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지표다.

그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SELECT 연구에서도 위고비 투여 시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이 약 20%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STEP TEENS 연구는 심혈관계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됐기에 동일한 결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청소년 단계에서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점을 고려할 때, 위고비 치료를 통해 성인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미리 낮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환자의 삶의 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STEP TEENS 연구에서는 비만과 관련된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함께 실시했다.

베그후버 교수는 "연구 결과 BMI 감소가 삶의 질 전반의 유의미한 개선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신체적 안위(physical comfort Domain) 영역에서 가장 큰 향상 폭이 확인됐다"면서 "위고비 환자군에서 체중 감소뿐 아니라 평균 허리둘레 또한 10cm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신체적 변화를 스스로 체감하면서 위고비 치료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청소년 비만 환자의 정서적·심리적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고비 적응증, 12세 이상 청소년 대상으로 성장 과정에 영향 미칠 우려 없다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약물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이러한 비만 약물 치료가 2차 성징 발달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베그후버 교수는 "위고비 투여군과 대조군 간 성장 지표나 2차 성징 발달에는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 중에는 이미 2차 성징이 완료된 청소년도 포함됐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서도 우려할 만한 변화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또한 STEP TEENS 연구는 평균 체중 107.5kg의 심각한 고도비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다. 이는 성인 대상 연구와 유사한 수준으로 이 결과를 고려할 때 위고비가 성장이나 2차 성징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위고비의 적응증은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에는 이 연령대 대부분이면 이미 성장 발달이 완료된 단계에 있다. 따라서 위고비 투여가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동의했다.

STEP TEENS에서 치료 순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고비의 국내 청소년 적응증 확대는 실제 치료 환경을 어떻게 바꿀까.

베그후버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라는 높은 편의성을 갖추고 있어, 학업과 생활로 바쁜 국내 청소년 비만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가기 수월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치료제 대비 환자 순응도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사진: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성장내분비센터 이기형 교수

"예방 중심 포괄적 정책과 개별 치료 중심 정책 병행돼야"…경제적 부담 완화와 치료 지속성 보장 필요

최근 국내에서 소아 비만 국가책임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 교수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방 중심의 포괄적 정책과 중증 비만 환자를 위한 개별 치료 중심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예방 측면에서는 정기적 건강검진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일부 학년에만 검진이 시행되고 있지만, 모든 학년으로 확대해 비만 위험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치료 측면에서는 비만을 여전히 '질병'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의료 현장에서 큰 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양상담이나 운동 교육 등은 혈액검사처럼 적정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의료진이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심한 합병증을 동반한 중증 비만 청소년 환자에게 위고비의 보험 적용이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비만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경제적 부담 완화와 치료 지속성을 보장할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는 지난 8~9년간 국가 전략을 수립해 청소년 비만 치료에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급여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했다. 급여 치료 조건은 반드시 소아청소년 비만 전문 센터의 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 병행을 포함하며, 정책 입안자뿐만 아니라 보사·의료진·환자·보호자 간 폭넓은 합의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베그후버 교수는 "비만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며 "이러한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국가 차원의 비만 치료 전략과 제도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인식 개선은 향후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유럽, 데이터 기반 컨소시엄 '에코존' 통해 정책 우선순위 정하고 효과 검증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식생활 환경 개선, 학교 중심의 개입 강화, 정책의 지속성 확보라는 세 가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식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외부 정책이다. 싱가포르처럼 학교 주변 일정 반경 내 정크푸드 판매를 제한하거나,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설탕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소비 습관을 개선하는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학교 중심의 개입 강화다. 학생 대부분의 생활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학교는 비만 예방의 핵심 거점이 돼야 한다. 보건 교사를 통한 체계적인 보건 교육이 필요하며, 학업 중심 문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학교 체육의 중요성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소아청소년 비만 관련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기관 간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거나 단기 사업 중심으로 추진돼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저출생위원회처럼 부처 간 협력을 통합하고 조율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그후버 교수는 유럽의 에코존(Echo Zone, Ending Childhood Obesity Zone)이라는 데이터 기반 컨소시엄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에코존은 청소년의 사회경제적 상태, 성장 및 건강 지표, 환경 요인 등 비만 관련 데이터를 통합해 정책 결정자가 지역, 시기별 위험 요인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행된 정책의 효과를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베그후버 교수는 "현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를 중심으로,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의 여러 도시가 참여 중이며, 향후 복지·교육 등 부처 간 협업이 가능한 국가 단위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한국이 아시아 대표 국가로 참여한다면, 소아청소년 비만 정책의 데이터 기반 혁신 모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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