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원급 EMR 1위 '의사랑' 기반 자체 의료 LLM 개발…"의사가 진료에만 집중하는 플랫폼 만들겠다"
김진태 GC메디아이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EMR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AI 기반 의료 운영체제(Medical OS) 비전을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전자의무기록(EMR)은 오랫동안 진료기록과 처방, 보험청구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GC메디아이(옛 유비케어)는 앞으로 'EMR'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태 GC메디아이 대표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EMR이 아니라 AI 기반 의료 운영체제(Medical OS)"라며 "의사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개원의는 진료뿐 아니라 청구, 세무, 장비 관리, 각종 계약까지 직접 챙기는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사실 지금 병원의 운영체제는 의사 본인"이라며 "AI가 반복적인 운영 업무를 대신하고 의료진은 진료와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첫 단계는 올해 3분기 출시되는 '의사랑 AI'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에 절반 가량인 1만5000곳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 '의사랑' EMR 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MR은 내년 3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의사랑 AI는 올해 3월 국내 최대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KIMES에서 처음 공개했으며, 차세대 EMR은 녹십자 사내병원·제휴병원에서 테스트 중이다.
"과거 기록 찾아볼 필요 없다"…진료실에서 먼저 달라지는 것
의사랑 AI가 가장 먼저 바꾸려는 것은 진료실의 업무 방식이다. 환자가 접수되면 AI가 과거 진료기록을 자동으로 요약하고,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바탕으로 SOAP(Subjective, Objective, Assessment, Plan) 형태의 경과기록 초안을 작성한다.
김 대표는 AI를 단순한 진료 보조 기능이 아니라 병원 운영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위에서 다양한 앱이 실행되듯, 앞으로는 보험청구와 세무, 금융, 의약품 유통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도 메디컬 OS 위에서 연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짧은 진료시간에 의사는 과거 기록을 찾고 입력하면서 동시에 진단과 처방까지 고민한다"며 "반복적인 문서작업을 줄여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진단과 처방을 참고 형태로 제안하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다만 그는 "최종 판단은 어디까지나 의사"라며 "출시 초기에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랑AI 화면.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바탕으로 SOAP 형태의 경과기록 초안을 작성한다.
"챗GPT 붙인 수준 아니다"…1만5000개 의료기관 데이터로 자체 LLM 개발
GC메디아이가 가장 큰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약 1만5000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자체 의료 특화 LLM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2~3위 EMR 업체를 인수해도 이 정도 규모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재는 데이터 활용 동의를 받은 의료기관 자료만 학습에 사용하고 있으며, 환자 정보는 비식별화해 관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작년부터 수억 원을 들여 엔비디아 서버를 구축해 자체 LLM을 학습시켜 왔다"며 "다른 회사들은 외부 엔진을 쓰는 만큼 토큰 비용이 운영비용(OPEX)으로 계속 발생하지만, 우리는 학습 단계의 자본적 지출(CAPEX)로 끝난다"고 말했다. 자체 서버에서 모델을 운영하기 때문에 외부 AI를 호출할 때 발생하는 토큰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외부 AI를 단순히 연결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동의를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며 "한국 1차 의료 환경에 맞춘 의료 AI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임상 경험을 참고해 진료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젊은 개원의들도 선배 의사들의 축적된 경험을 참고하면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MR 넘어 병원 플랫폼으로…"세무·금융까지 연결"
GC메디아이는 의료정보 시스템을 병원 운영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서 운영체제(OS) 위에 앱이 돌아가듯 병원도 하나의 운영체제 위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보험청구와 세무, 금융, 의약품 유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켓플레이스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청구와 세무, 행정업무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형태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씩 찾아다닐 필요 없이 플랫폼 안에서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료 AI 경쟁의 핵심은 기술보다 '의료진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의사가 사용할수록 서비스가 좋아지고 다양한 파트너가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1만5000여 의료기관과 함께 축적한 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사 입장에서도 현재 매출 대부분이 EMR 구독료에서 나오지만, 앞으로는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다양한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사의 시간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AI의 역할"
김 대표는 의료 AI의 목적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가 반복 업무를 맡아주면 의사는 환자와 대화하고 전문적인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며 "GC메디아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EMR이 아니라 병원 경영과 진료를 함께 지원하는 AI기반의 메디컬 OS"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병원 운영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사랑이 지향하는 지점이다.
김 대표는 "향후에는 EMR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으면 한다"며 "AI가 병원 운영을 담당하고 의사는 환자를 보는 의료 운영체제가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AI가 대신해야 하는 것은 의사의 판단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정과 운영 업무"라며 "의사는 환자를 보고, AI를 통해 병원을 운영하는 역할을 지원하고자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