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31 16:19최종 업데이트 24.01.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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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부족? '의사 밀도'는 OECD 3위…의대증원 시 요양급여비 수십조 늘어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접근성 높아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반박...일본은 정원 감축, 요양급여비 급증 우려도

사진=케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의사 수 부족을 이유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의 의사밀도는 OECD 3위로 의료접근성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대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현 입학정원을 유지했을 때보다 수십조원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정책연구원(RIHP)은 '다양한 통계로 살펴본 우리나라 적정 의사 인력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는 인구 1000명당 2.6명 수준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한참 모자란다. 그로 인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국민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라며 의대정원 증원을 예고한 상태다.

 
국가별 국토면적 대비 활동의사 수(2020년)(표=의료정책연구원, 메디게이트뉴스 가공)

OECD 대비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적지만 '의사밀도'는 3위…의료접근성 높다는 반증

OECD 헬스데이터를 살펴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51명으로 OECD 31개국 평균 3.68명 대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의 10년간 연평균 의사 수 증가율은 2.40%로 OECD 평균 1.70%보다 0.70% 높았다. 반면 한국의 총인구는 2019년부터 자연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20년 기준 의사밀도는 13.04명으로 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았다. 이는 의사를 접할 기회, 즉 의료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와 농촌의 의사밀도 차이도 크지 않았다. 2019년 OECD 14개국의 도시・농촌 간 의사밀도는 도시 4.7명, 농촌 2.9명으로 1.8명의 의사밀도차가 발생한다. 반면 한국은 도시 2.6명, 농촌 2.4명으로 격차는 0.5명뿐이었다. 이는 일본(0.2명) 다음으로 적은 수준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활동의사 증가율이 높은 편이고, 의사밀도와 의사접근도 측면에서 국토 면적 대비 활동의사 수는 OECD 대비 높은 편이다. 즉 OECD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의사가 증가했고, 의사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의사 상담 건수는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국민 연간 외래방문 횟수 역시 OECD 평균의 2배 이상을 상회한다"며 "기존 의사 인력 추계연구는 의사 1인당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인구변화 일본과 비슷하지만 '의사 수'는 더 많아…일본은 의대정원 감축 중

일본은 한국보다 15~20년 빠른 1990년대 초반부터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하고 있고, 2014년 고령자 인구는 26%를 넘었다. 한국은 2002년부터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됐고, 2030년이면 고령자 인구가 25%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일본의 인구 변화와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되는데,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을 매칭해 총의사 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한국과 비교한 결과 한국 의사 수는 일본보다 과잉 공급됐다.

일본의 고령화 비율이 15.91%를 기록했던 1998년 총 의사 수는 23만8771명,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89명이었다. 한국은 2020년 15.79%를 기록했으며, 당시 총의사 수는 13만14명,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1명을 기록했다.

고령화 비율이 약 15%일 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0.62명 더 많았다. 총의사 수는 일본 대비 3만2115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비율이 25%(일본 2014년, 한국 2030년 예상)인 경우에는 4만945명, 30%(일본 2023년, 한국 2035년 예상)에는 3만1539명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의사가 일본보다 과잉 공급되고 있는데 현재 한국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2008년 의대정원 확대 추진 이후 10년 만에 의대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비 증가 등의 부작용으로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1인당 의과 요양급여비용 추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가정(표=의료정책연구원)

의대정원 350명만 늘려도 2040년엔 요양급여비 6조원 증가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도 경고했다.

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2040년 요양급여비용을 추계한 결과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333조6472억원, 이중 의과 요양급여비용은 232조4186억원이다. 하지만 의대정원을 350명 확대할 경우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339조6836억원, 의과 요양급여비용은 237조5402억원으로 증가한다. 현 입학정원 유지 대비 각각 6조원, 5조원씩 증가한 것이다.

1000명을 확대할 경우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17조원, 의과 요양급여비용은 20조원, 3000명까지 확대할 경우에는 각각 52조원, 49조원씩 늘어난다고 의료정책연구원은 분석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전문적인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위해 '전문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현재 의사 인력 수급 추계 관련 기존 연구 결과는 연구자마다 사용하는 지표와 방법론이 상이하고 의사 추계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며 "외국에서는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거나 전문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에서 신설된 보건의료인력국 산하 국가보건의료인력분석센터(NCHWA)에서 보건의료인력의 수요와 공급, 적절한 분포에 대한 분석, 보건의료인력 직종별 예측·추계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 전문가 중심의 '의사 인력 수급 검토회'에서 논의·분석연구를 하고 있다. '미래 의사 수급에 대한 검토위원회'에서 미래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와 더불어 연구결과에 기반한 의사 수급 대책 권고안을 후생노동성에 전달한다.

의료정책연구원은 "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한국 의사가 진정으로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한국 보건의료체계나 의료환경이 가진 특수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정책연구원은 "정부가 활용하는 OECD 헬스데이터는 보건의료 분야에 가장 쉽게 국제 비교가 가능한 자료나 국가 간 의료제도 차이나 인구 구성상 특성 등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수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단순 비교・해석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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