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8.6%만 기존 '의약분업' 찬성…주신구 회장 "의약분업 대신 '국민선택분업' 도입하자"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 찬성 응답 67.3%…제도 개선 위해 의약분업 미래위원회 설치해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체조제 절차 간소화나 성분명 처방 강제화로 인해 자칫 의약분업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민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국민 76.3%가 대체조제 허용 여부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고 현재 고정된 의약분업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8.6%에 그쳤다. 반면 국민선택분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6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주장하며, '올바른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선택분업이란 환자 본인이 처방약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지금처럼 무조건 처방은 병의원, 조제는 약국으로 고정하지 않고, 환자가 원하면 의료기관에서 직접 약을 조제 받을 수도 있게 하자는 취지다.
주신구 회장은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 환자가 원하면 의사에게 약을 지어달라고 하거나 약국에서 조제 받는 것을 선택했던 자유를 부분적으로 부활시키는 개념"이라며 "선택분업을 도입하면, 예를 들어 몸이 너무 아픈 환자는 병원에서 곧바로 약까지 받고 귀가할 수 있고, 약국에서의 조제 서비스를 원하면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병의협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온라인으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바른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성분이 같으면 제조사가 달라도 효과는 같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6.5%, '효과는 다르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33.5%로 나타났다.
즉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제네릭 의약품의 효능을 오리지널과 동등하게 신뢰하지만, 3명 중 1명은 여전히 제네릭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약사의 대체조제 허용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을 보면, '의사나 환자 동의 없이 약사가 처방 의약품을 동등한 제네릭으로 바꾸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국민 4명 중 3명에 이르는 76.3%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찬성은 16.8%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9%였다.
주 회장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의사 또는 환자의 사전 동의 없는 약사 대체조제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체조제를 위해서는 외국처럼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해 반드시 동의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선택분업’ 도입에 대한 선호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결과를 보면, 현재처럼 '처방은 병의원, 조제는 약국'으로 고정된 분업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8.6%에 불과했다.
반면 '환자가 원하면 의약품 조제를 병의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이른바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응답이 67.3%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주신구 회장은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현행 의약분업의 절대적 원칙을 완화해 약국 조제 외에 병의원에까지 환자에게 조제 장소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공감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서는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국민선택분업의 제도화를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드러난 국민의 요구는 분명하다. 지금처럼 대체조제 간소화나 성분명 처방 제도를 강압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고, 보다 폭넓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낡은 의약분업 제도 정책 평가를 실시해 정책 개편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 회장은 "국회와 정부는 의약분업 제도 전반에 대한 정책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히 평가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2023년 의료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약분업 초기 합의사항 중 일부는 지켜지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현재 추진 중인 성분명 처방 의무화나 대체조제 간소화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며 "환자가 성분명과 제품명을 모두 알고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분업 제도도 환자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의약분업 미래위원회’(가칭)를 구성해보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