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12 07:47최종 업데이트 25.11.1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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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DA, 20년만에 호르몬대체요법 블랙박스 경고문 제거한다…"과학적 데이터 따라야"

"박스 근거된 WHI 연구 결과 유의미하지 않아"…심혈관 질환, 유방암, 유력 치매 위험 언급 삭제 예정

사진: FDA Flickr.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모든 호르몬 대체 요법(HRT)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를 22년 만에 없애기로 결정했다. 제품 라벨 문구를 업데이트해 심혈관 질환, 유방암, 유력 치매(probable dementia) 위험에 대한 언급을 삭제할 예정이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FDA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건강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회복하기 위한 역사적인 조치'로 폐경 치료용 HRT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블랙박스 경고를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HRT 제품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 조치는 2002년 '여성건강연구(Women’s Health Initiative)'를 근거로 이뤄졌다. 이 연구에서 해당 약물군과 관련된 심장병 및 유방암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 블랙박스 경고는 FDA가 제품에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고다.

FDA는 "지난 수십 년간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HRT 제품이 사용돼왔지만 FDA가 박스형 경고를 적용하면서 사용량이 급감했다"면서 "해당 연구에서 유방암 진단 위험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 대상 여성의 평균 연령은 63세로 폐경 평균 연령보다 10년 이상 높은 나이였으며, 연구 참가자들에게는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호르몬 제제가 투여됐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폐경을 겪으면서 난소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생산을 줄인다. FDA가 승인한 HRT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또는 자궁이 없는 폐경기 여성에게 처방되는 에스트로겐 단독)을 함유해 감소하는 호르몬을 보충하고, 일과성 열감, 야간 발한, 수면 장애, 골 손실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FDA는 "무작위 연구에 따르면 폐경 시작 후 10년 이내(일반적으로 60세 이전)에 HRT를 시작한 여성들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골절 발생률이 감소한다"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최대 50%,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35%, 골절 위험을 50~60%까지 줄일 수 있다. HRT 시작 시기와 사용 기간은 처방자와 환자 간 협의로 결정되나, FDA의 공식 권고사항은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이선에 전신 HRT를 시작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FDA는 과학 문헌에 대한 포괄적 검토, 7월 열린 폐경 및 호르몬 대체 요법에 관한 전문가 패널 회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박스형 경고문 제거를 추진 중이다. 단 전신용 에스트로겐 단독 제품의 자궁내막암 관련 박스형 경고문은 유지할 방침이다.

박스형 경고문 제거 외에도 갱년기 증상 치료 옵션을 확대하기 위해 2개 신약을 승인했다. 하나는 화이자(Pfizer) 프레마린(Premarin, 결합형 에스트로겐)의 제네릭 버전이다. 프레마린은 30년 이상 사용된 HRT로, 이번에 첫 제네릭 승인이다.

나머지 하나는 갱년기와 관련된 일과성 열감 등 중등도에서 중증 혈관운동 증상에 대한 비호르몬 치료제인 바이엘(Bayer)의 린큐트(Lynkuet)다. 린큐트는 뉴로키닌 1과 3(NK-1, 3) 수용체를 모두 차단하는 첫 FDA 승인 치료제로, 호르몬 요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증상 완화를 제공한다.

HHS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장관은 "오늘 우리는 갱년기 증상을 겪으며 치료 옵션을 알고 삶을 바꿀 수 있는 치료를 원하는 모든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면서 "20년 넘게 잘못된 과학과 관료적 관성으로 인해 여성과 의사들은 HRT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를 접해왔다. 우리는 근거 기반 의학으로 돌아가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을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FDA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국장은 "비극적이게도 위험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뿌리를 둔 의학적 교조주의로 인해 수천만 명의 여성들이 HRT가 제공하는 삶을 바꾸는 장기적 건강 혜택을 박탈당해 왔다"면서 "너무 오랫동안 여성 건강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여성과 의사는 두려움이 아닌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 국장인 엘리샤 잭슨(Alicia Jackson) 박사는 "에스트로겐은 여성 건강의 핵심 호르몬이다. 뇌와 뼈, 심장, 근육을 포함해 여성 신체의 모든 부분이 최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에스트로겐에 의존한다"면서 "최상의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블랙박스 경고를 삭제하는 것은 수백만 여성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커다란 진전이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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