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확률로 사고 위험 떠안고도 환자 도우려는 특수한 의료 환경 고려돼야…현재의 의사 판단 선택 허용하지 않는 것
서울고등검찰청 안성수 검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울고등검찰청 안성수 검사가 의사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과도한 형사처벌 관행을 빗대어 "의사의 의학적인 자유로운 판단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의료 사고는 교통사고처럼 비행기 보다 훨씬 큰 확률로 사고가 나지만 그런 확률을 떠안고도 환자를 도우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 의료의 특수한 점이 반드시 재판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봤다.
안성수 검사는 23일 의료정책연구원 초청 강의에서 "의사 관련 형사 판결문을 찾아보니 너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의사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럼에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의사들을 함부로 처벌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 반응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 검사는 "이런 식으로 처벌을 하면 누구도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을테니 사회적으로 효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위험한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불공정이 클 때는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서양(법조계의 추세)"라며 "서양에선 (의사에 대한) 과실범 처벌에 굉장한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하다 보니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를 대상으로 하는 형사처벌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는 프랑스는 실제 의료 대상 형사처벌 건수가 연간 5~6건 정도인데, 그나마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다.
영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단 4건만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독일은 1년에 많아야 1~2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사 수 대비 프랑스의 10배, 영국의 50~60배 규모로 형사적 의료소송에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안성수 검사는 "처벌을 강하게 한다고 해서 그런 (의료) 사고를 막을 순 없다.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일 순 있지만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하지 않을 무모한 행위에 따른 결과가 발생했다는 정도가 아닌 (단순한) 전문가의 불완전한 선택은 과실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는 환자에게 위해를 가해야겠다는 의도가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시간과 여건 내에서 전문가적 선택권을 갖는다. 의료는 반드시 일을 하다 보면 불완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카센터에서 차를 고쳐달라고 했는데 정비공이 차를 불완전하게 고쳤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나. 의사가 마술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상황에 따른 (의학적) 판단의 선택을 법률적으로 허용해놓고 이를 처벌한다고 하면 이는 판단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형사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는 교통사고처럼 비행기 보다 훨씬 큰 확률로 사고가 난다. 반면 그런 확률을 떠안고도 환자를 도우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이런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