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얼마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역 주변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논란이 컸다. GTX 건설 기대로 인한 가격 상승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GTX 건설로 역사 주변 주민은 도심으로의 통근시간 단축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 교통 인프라 개선에 대한 기대가 해당 주택가격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시장 반응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상대적인 가치 상승이 기대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군포시 주민이 GTX 건설로 하루 통근시간이 왕복 20분 단축된다고 가정하자. 최근 한 연구는 하루 통근시간 1시간의 금전적 가치가 월 100만원 정도임을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주민은 월 33만원, 연 400만원 가치의 통근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이자율(할인율) 2%를 적용하여 미래 통근비용 절약의 총 현재가치를 계산하면 2억원이 된다. 다시 말해 이정도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결코 비합리적인 시장 반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기대됐던 서울시내 정비사업 활성화가 그리 순탄치 못하다. 계속되는 가격 상승의 또 다른 불쏘시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과 시 의회와의 불협화음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겪고 있는 서울시 주택시장 불안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박원순 시장 시기 과감하게 진행된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지금 돌아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기준으로 393개 정비사업 구역이 해제되었고, 이로 인해 25만여가구의 신규 아파트 건설이 물 건너갔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5만가구는 김포한강신도시 4개를 건설하는 물량이다. 물론 25만가구의 정비사업이 그대로 주택 재고의 순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존 주택이 멸실되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관계로 질적인 향상과 용적률 증가로 야기되는 양적인 순증효과를 50%로 잡으면 12만5000가구의 신규 택지 아파트를 대체하는 물량이 된다. 따라서 뉴타운 출구전략은 결국 서울 도심에서 정비사업으로 추가 수용할 수 있었던 12만5000가구를 도시 외곽 장거리 통근을 요구하는 김포한강신도시나 파주운정신도시 같은 곳에 입주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장거리 통근 증가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일까. 서울시 주민들의 평균적인 통근시간이 왕복 1시간이고, 김포한강신도시 입주민의 통근시간이 왕복 1시간 40분으로 가정하면 매일 40분의 추가적인 통근시간이 김포한강신도시로 밀려난 주민에게 부과된다. 앞의 계산과정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난 12만5000가구(취업자가 가구당 1인이라고 단순하게 가정)는 통근시간 증가로 가구당 연 800만원의 추가적인 통근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따라서 12만5000가구의 통근비용 증가분, 즉 도심 정비사업의 억제로 초래된 연간 총 사회적 비용은 무려 1조원이 된다.
이렇듯 도심 정비사업의 억제나 지연은 정비사업의 과정에서 누가 얼마를 더 가지고 가느냐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신규택지개발이든 정비사업이든 모든 종류의 개발사업은 초기 개발 호재로 인식되어 가격 상승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허들을 뛰어넘어야 장래 입주물량을 앞당김으로써 사회적 기회비용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편익 증가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머지않아 도래할 도시축소기를 대비하는 서울대도시권의 공간구조 개선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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