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 모델하우스 인근 건물에서 중개업자들이 이 아파트전매 거래를 알선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 7일 오후 5시께 기자가 방문한 용인 동천역 인근에 위치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 모델하우스 주변은 빗속에서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가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층으로 올라가기 무섭게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2명이 대뜸 다가와 "당첨자세요?"라고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에 이들은 "그럼 사시려고요? 얼마까지 생각하세요?"라며 되물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이른바 ‘떴다방’으로 불리는 이동식 중개업자들과 웃돈을 받고 전매하려는 당첨자, 매수자들이 넘쳐났다. 중개업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시각각 변하는 매물정보와 시세 정보를 주고 받으며 쉴 새 없이 휴대전화로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중이었다.
이 단지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이다. 표면적으로는 투자 상품과는 거리가 먼 상품인 셈이다. 84㎡(전용면적)으로만 구성된 이 아파트는 보증금 9억원에 분양확정금이 50%에 달한다. 여기에 매달 내야 하는 월세가 100만원이어서 임차인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조건이다. 분양전환에 따른 총분양가 역시 13억7000만~14억3000만원 선에 달한다. 하지만 청약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715가구 공급에 총 16만2683명이 몰려 평균 2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자 발표 당일에는 분양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당첨자 A씨는 "당첨된 물건이 3층으로 저층부인데도 1억3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선호도가 낮은 1층조차 1억원의 웃돈이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 중개업자는 "중층부 이상은 (웃돈) 2억원 밑으로는 매물이 없다"며 "나중에 오를 것을 생각하면 이 가격도 싸다"며 매수를 권했다.
민간임대아파트에 이처럼 수요가 몰리고 웃돈까지 붙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임대 기간 만료 후 분양전환 과정에서 주어지는 ‘우선공급권’ 때문이다. 분양전환 후 잠재적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인 셈이다. 특히 전매 제한이 없어 당첨 직후 바로 되팔 수 있는데다 만 19세 이상 세대주라면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여부 등의 자격제한 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실거주를 위한 청약자보다 ‘로또분양’과 ‘초피(초기 프리미엄)’ 등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신청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임대아파트의 경우 주택수에 포함이 되지 않고 중도금 이자가 없으며 임차권 승계시 분양권 양도세도 없다.
이곳에서 만난 당첨자 B씨는 "사실 초피 받고 팔려고 청약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몇 곳에 문의해 봤는데 1억5000만원 정도는 바로 거래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첨자 명단’이라는 이름의 파일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6일 당첨자가 발표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민간임대아파트에 나타나고 있는 과열 현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지구청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치솟으면서 민간임대아파트 분양권에 대해서도 매도매수 문의가 활발하다"면서도 "하지만 확실한 내 집이 아닌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도 프리미엄이 2억원이나 붙는다는 것은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