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수 미래에셋 수석연구위원
"다른 곳은 몰라도 강남 아파트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출이자를 납입할 때마다 속이 탄다."
2012년 한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불과 10년 전에 일어났다. ‘부동산 불패, 집값 급등,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 기사는 지금도 많지만 2006년에도 쏟아졌었다. 2006년에 과도한 빚을 내서 집을 샀다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6년으로 나타났다. 점유형태별로 구분하면 자가가구는 10.6년, 임차가구는 3.2년을 거주하고, 지역별로는 도시지역 10년, 수도권 6.1년으로 조사됐다. 내 집을 마련한 이후 평균 6년 이상은 거주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사자료다.
문제는 6년 이상 살아야 하는 집을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점이다. 우선 최근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공급이다. 그러나 주택공급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가격 변동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노원, 중랑, 도봉구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경기지역에서는 동두천, 오산, 안성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컸다.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의 공통점은 중저가 아파트라는 점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20, 30대를 중심으로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높아졌다. 지속성 여부에 가장 주목해서 볼 지표는 거래량이다. 2021년 서울 아파트 거래신고 건수는 월 평균 3869건으로 2020년 대비 42% 감소했다. 경기지역도 27% 줄어들었다.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는 매물과 더불어 시장에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주택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가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180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구조에서 대출 증가는 불가피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2020년 한국의 가계 부채 증가율은 9.4%로 주요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170%를 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돼 있는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대출 증가다. 부동산 수요를 빠르게 증가시켰던 대출 증가가 역설적으로 주택수요를 빠르게 감소시킬 수 있다. 대출 증가가 지속되지 못한다면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 감소뿐만 아니라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통해 향후 10년간 205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수요 감소와 더불어 장기적인 공급 확대는 시장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유동성 장세 속에서 최고가 경신, 최고 상승률 등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와 국내외 금리인상 소식, 엄청난 규모의 공급 확대 계획도 들리기 시작한다. 지금 이순간,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에 현혹되기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질문의 출발점은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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