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매물 잠김이 극심한 가운데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요-공급 불균형에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8만669건으로 집계된다. 이 중 준월세·준전세 등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는 2만7235건으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거래 비중 28.6%(총 9만5128건 중 2만7264건) 대비 5.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순수 전세 비중이 71.4%에서 66.3%로 급감했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의 월세화는 지난해 7월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 영향이 크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감소하면서 수급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들까지 합세하면서 매물 가뭄이 심각해졌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000건 후반대와 2만건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해 7월 4만건대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전세 수급난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전세가격은 1월 5억7582만원에서 3월 6억원을 넘어 6월 6억2678만원으로 상승했다. 5개월 사이 5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 못한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를 택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세난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연말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이주 수요는 3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새로 입주하는 물량은 과거 평균치와 비슷하다”며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서초구에 많이 몰려 국지적 수급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수급 문제는 연말까지는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새 임대차법 때문에 계약갱신하는 이들이 늘면서 물량이 없는 반면 3기 신도시 입주가 최소 3년 후인 만큼 이를 기다리는 전세 수요는 상당한 상황"이라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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