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수도권 병상 과잉을 억제하고 병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온 가운데,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700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립이 추진되면서 병상관리 원칙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위례성심컨소시엄은 1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700병상 규모 위례성심병원 건립을 위한 병상수급계획 사전승인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위례성심병원 개설에 대한 사전심의를 거쳐 이를 승인했으며, 해당 사실을 서울시에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위례성심컨소시엄은 조만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토지계약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착공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 272 일원 약 4만4004㎡ 부지에 7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업무·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 의료거점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해 의료복합용지 개발사업을 추진했으며, 2025년 7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거쳐 위례성심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위례성심컨소시엄에는 메리츠증권, 강동성심병원, 토펙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재무적 안정성과 자금조달을, 강동성심병원은 의료 운영을, 토펙엔지니어링은 설계와 시공관리를 맡는 구조다.
이번 승인은 수도권 병상총량제 적용 지역에서 대형병원 신설의 길이 열린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 동남권은 병상 과잉공급 지역으로 분류돼 신규 병원 개설이 까다로운 권역으로 꼽혀 왔다.
다만 위례신도시는 행정구역상 서울 송파구에 속하지만 실제 생활권은 경기 성남·하남과 맞물려 있다. 위례성심컨소시엄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수용인구 11만719명 가운데 성남·하남 비중은 62%, 송파 비중은 38%다. 이 같은 광역 생활권의 특수성이 병상수급계획 사전승인 과정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위례택지 개발계획에 병원 부지가 포함됐던 장기 표류 사업이라는 점도 승인 논리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성심컨소시엄은 이번 사전승인 과정에서 서울시와 경기도 간 병상수급계획 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위례성심병원은 전체 병상의 약 40%를 응급의료센터 등 필수의료 기능으로 채워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성남·하남에서 심혈관·뇌혈관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골든타임 안에 응급처치부터 후속 치료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강동성심병원의 의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심뇌혈관센터, 로봇수술센터, 치매예방센터, 소화기병센터 등을 갖춘 도심형 병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양성자 치료기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대형병원 신설 사업이 실제 개원과 운영 단계에서 난항을 겪어 온 점도 변수다. 앞서 인천 송도세브란스병원 역시 800병상 규모로 추진돼 왔지만, 개원 일정 지연 가능성과 시공사 선정 문제 등이 제기되며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 신설이 단순한 병상 승인 문제를 넘어 재원 조달, 건설, 인력 확보, 운영 지속가능성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사업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례성심컨소시엄 관계자는 “이번 사전승인은 17년간 종합병원을 기다려 온 위례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성과”라며 “위례신도시가 자족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의료복지 기반이 되도록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는 이번 사례에 대해 향후 수도권 대형병원 신설의 예외 인정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회복과 병상 과잉 억제를 강조해 온 상황에서 서울·수도권 대형병원 신설이 의료인력과 환자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계는 필수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병상을 늘리더라도 실제 운영 단계에서 의료인력 확보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역 의료공백 해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병상 공급은 건물과 시설 확충만으로 가능하지만, 응급·심뇌혈관·중환자 진료를 담당할 전문의와 간호인력, 배후진료 체계 확보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향후 관건은 사전승인 이후 실제 착공과 개원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700병상 신설이 수도권 의료 쏠림을 키우는 결과가 아니라 응급·필수의료 기능 확충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있다"라며 "서울·경기 경계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병상총량제 예외가 인정된 만큼, 정부가 향후 유사 사례에서 병상관리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지도 논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