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6.30 03:56최종 업데이트 26.06.3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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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오·남용 막아야 하지만, 환자 치료권 위축 우려"

식약처 리라글루티드·세마글루티드·터제파타이드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대한당뇨병학회, 정부에 전문가 협의체 구성 요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비만치료제 오남용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권을 위축할 수 있다며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비만치료용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 함유제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는 내용의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해당 제제들이 치료 목적과 다르게 단순 체중감량 목적으로 오·남용될 우려에 따른 조치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현행 규정 제2조에 제18호를 신설해 '비만치료용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 함유제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품목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는 29일 'GLP-1 수용체작용제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GLP-1 수용체작용제를 단순히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오남용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비만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 체중감량 또는 미용 목적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무분별한 투약을 막기 위해서는 처방과 유통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오·남용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정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GLP-1 수용체작용제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부적절한 사용은 개인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인 관리·감독 절차나 단속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단순히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명칭만 부여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에 불과하다"며 전문가 단체와 협력해 불법 유통과 비적응증 처방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행정 지침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회는 오·남용우려의약품이라는 명칭과 표시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불안이나 낙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GLP-1 수용체작용제는 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한 중요한 치료제며, 체중 감소,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만성 콩팥병 진행 억제 등 대사질환 전반에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해 온 약제라는 설명이다.

학회는 "당뇨병 환자에게 적절히 사용되는 GLP-1 수용체작용제는 오·남용의 대상이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고 장기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치료 수단"이라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이 약제가 지닌 의학적 가치와 실제 환자 치료에서의 필요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학회는 정부에 6가지 실질적 조치를 요청했다. 오·남용 방지 취지를 살리면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 지정이 아니라 처방, 유통, 환자 안내, 공급, 보장성까지 포괄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학회는 GLP-1 수용체작용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환자단체가 함께 참여해 적정 사용 기준, 처방 관리 방안, 환자 안내 문구, 이상반응 모니터링 체계를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학적 적응증에 근거한 적정 처방 기준과 진료 현장 적용 지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 미용 목적 또는 의학적 기준에 맞지 않는 사용은 제한하되, 2형당뇨병, 비만, 대사질환 및 관련 합병증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적응증, 체질량지수, 동반 질환, 기존 치료 반응, 이상반응 관리 등을 포함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라인 불법 판매, 무분별한 광고, 해외 직구 및 비정상 유통에 대한 단속 강화도 요구했다. 학회는 GLP-1 수용체작용제 오남용의 핵심 문제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전문적으로 처방되는 과정 자체가 아니라, 의료진의 진료와 처방 체계를 벗어난 불법·편법 유통과 상업적 광고에 있다고 봤다.

이에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SNS, 비의료기관 광고, 무허가 판매, 처방전 없는 유통에 대해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과 공급 안정성 보장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학회는 오·남용 방지를 이유로 실제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와 비만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저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맞게 투여되는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시 우선순위와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균형 잡힌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고 했다. GLP-1 수용체작용제가 '살 빼는 주사'라는 단편적 이미지로 소비돼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위험하거나 문제가 있는 약'으로 낙인찍혀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학회는 오·남용 방지 정책과 건강보험 보장성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고 비급여 시장과 상업적 광고 중심으로 약제 사용이 확대될 경우, 오히려 오남용과 건강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학회는 "GLP-1 수용체작용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서도 "오·남용 방지는 환자의 치료권을 위축시키거나 필요한 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정책은 부적절한 사용은 엄격히 막고, 필요한 환자에게는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 기회를 보장하는 균형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며 "정부는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앞서, 또는 지정과 동시에 실질적인 오남용 차단 방안과 환자 보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치료제 # 리라글루티드 # 세마글루티드 # 터제파타이드 # 오남용우려의약품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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