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고압산소치료는 물리치료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기관이 물리치료사에게 고압산소치료를 맡기고 산재보험 진료비를 청구했다면 부당청구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의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징수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B병원을 운영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병원에 대한 정기 현지조사를 실시한 뒤 방사선료, 약가, 검사료, 확인수수료, 식대, 고압산소요법 항목에서 요양급여 산정기준 위반이 있었다고 봤다.
공단은 2025년 5월 19일 A씨에게 진료비 7676만981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하고, 3개월 진료제한처분을 갈음해 과징금 1279만4970원을 부과했다.
A씨는 이 가운데 고압산소요법 관련 처분을 다퉜다. 공단은 이 병원에서 물리치료사가 조사대상기간 동안 산재환자 199명에게 고압산소요법을 실시하고 진료비 6942만3904원을 청구한 것은 부당청구라고 봤다.
A씨 측은 고압산소치료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지도를 받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또 물리치료사는 고압산소챔버 작동과 일지 작성 등을 보조했을 뿐이며, 실질적인 치료 주체는 의료인이라고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압산소치료가 환자에게 100% 농도의 산소를 대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투여해 혈액과 조직의 산소 분압을 높이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고압산소치료는 일산화탄소중독, 감압병, 가스색전증, 화상, 식피술 또는 피판술 후, 수지접합수술 후, 방사선치료 후 발생한 조직괴사, 돌발성 난청 등에 시행된다. 환자 상태와 적응증에 따라 압력과 치료시간도 달라진다.
재판부는 고압산소치료가 합병증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도 짚었다. 치료하지 않은 기흉이나 상기도 감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되고, 고압에 따른 폐포·뇌혈관·고막 파열, 고압산소중독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압산소치료의 원리와 치료방법, 위험성 등을 보면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압산소치료가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도 쟁점이 됐다. 법원은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는 인체 외부에 물리적 힘이나 자극을 가하는 물리요법적 치료방법에 한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압산소치료는 인체에 고압의 산소를 투여해 혈액과 조직의 산소분압을 높이는 것”이라며 “인체 외부에서 물리적 힘이나 자극을 가하는 것과 달리 인체 내부에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키므로 물리요법적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물리치료사가 고압산소치료를 단순 보조한 것이라는 주장도 배척됐다. 병원 매뉴얼에는 고압산소챔버 문을 닫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과정, 치료 종료 후 환자 상태 확인, 응급 호출 시 산소치료 중단과 활력징후 확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고압산소챔버를 작동시켜 환자에게 고압의 산소를 투여하는 것은 고압산소치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이를 단순히 챔버를 작동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과징금 처분도 적법하다고 봤다. A씨는 악의적인 동기로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것이 아니고 의사의 감독과 지시 아래 치료가 이뤄졌으므로 과징금 처분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이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이상 관련 법령과 산재보험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 고압산소치료가 의료행위인지, 물리치료사 업무범위에 해당하는지 신중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압산소치료는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병원이 물리치료사로 하여금 고압산소치료를 하도록 하고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부당청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