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체결한 글로벌 기술이전·라이선스 계약은 8건으로, 계약규모가 공개된 7건의 최대 잠재금액을 합하면 약 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후보물질 계약은 5건이며, 이 중 4건이 임상 2상 이상 단계에서 체결됐다.
16일 메디게이트뉴스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각사 발표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기술이전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계약 건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거래된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는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후보물질과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을 이어온 플랫폼 거래가 이어졌다.
첫 계약 기업은 알테오젠으로, 피하주사 제형변경 플랫폼 'ALT-B4'를 기술이전했다. 이후 희귀질환과 망막질환, 알츠하이머병 후보물질로 거래가 이어졌으며, 최대 규모 계약은 아리바이오의 'AR1001'이 차지했다. 단 공개 계약규모는 선급금과 향후 개발·허가·판매 성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등을 합산한 최대 잠재금액이다.
알테오젠이 기술이전 문 열고, 최대 계약은 아리바이오가 가졌다…희귀질환 관련 후보물질 3건
알테오젠은 1월 GSK 자회사 테사로와 2억8500만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ALT-B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첫 기술수출을 기록했다.
ALT-B4는 정맥주사로 투여하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플랫폼이다. 테사로는 이를 적용해 면역항암제 도스탈리맙의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알테오젠은 3월 바이오젠과도 5억7900만달러(867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젠은 ALT-B4를 바이오의약품 2종에 적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으며, 세 번째 제품을 추가할 수 있는 옵션도 갖는다.
올해 상반기 플랫폼 기술이전 2건이 모두 ALT-B4에서 나온 셈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처음 거래됐다기보다 이미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한 기술의 적용 제품과 파트너가 추가됐다.
3월에는 생산기술과 희귀질환 후보물질 계약도 나왔다.
SK플라즈마는 튀르키예 프로투루크와 6500만유로 규모의 혈장분획제제 생산기술 이전·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세후 1091억원이며, 계약기간은 9년이다. SK플라즈마는 현지 시설에서 혈장분획제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제조·품질관리 기술 등을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이는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계약과는 성격이 다른 생산기술 이전 사례다.
피알지에스앤텍은 미국 센티널 테라퓨틱스와 소아조로증 치료제 후보물질 '프로제리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제리닌은 소아조로증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 단백질 프로제린의 작용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경구용 저분자 후보물질이다. 계약 당시 임상 2a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였으며, 센티널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소아조로증 적응증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 후속 개발을 진행한다.
연초에는 플랫폼과 생산기술 중심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5월부터는 개별 후보물질의 조 단위 계약이 이어졌다.
큐라클과
맵틱스는 미국 메멘토 메디슨즈에 망막질환 이중항체 후보물질 ‘MT-103’을 10억7775만달러(1조5636억원)에 기술이전했다.
MT-103은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면서 혈관 안정화에 관여하는 Tie2를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이다. 습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망막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올해 기술이전된 후보물질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 대상 임상에 진입하지 않은 자산이다.
같은 달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과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에 대한 글로벌 옵션·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47억달러(7조원)로 상반기 단일 계약 가운데 가장 컸다. 이는 옵션 행사와 이후 허가·판매 성과를 전제로 한 최대 규모다.
AR1001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PDE5 저해제 계열 후보물질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푸싱제약은 먼저 옵션료 6000만달러를 지급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글로벌 권리 확보 여부를 결정한다.
6월에는 임상 2상 단계 후보물질 2건이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일라이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12억6000만달러(1조8973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장기지속형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GLP-2 유사체다. 장 절제 등으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려운 단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릴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오스코텍은 미국 아지오스에 경구용 SYK 저해제 '세비도플레닙'을 6억6500만달러(1조원)에 기술이전했다.
세비도플레닙은 면역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SY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후보물질로, 면역혈소판감소증 등 자가면역·희귀혈액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쳤으며, 아지오스는 추가 생산공정 개발을 거쳐 임상 3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9건→11건→8건…계약 줄었지만 임상 2상 이상 비중은 80%로 확대
최근 3년간 상반기 기술이전 건수는 2024년 9건에서 지난해 11건으로 늘었다가 올해 8건으로 감소했다.
플랫폼과 생산기술을 제외한 후보물질 계약은 2024년과 지난해 각각 8건, 올해 5건이었다. 이 중 임상 2상 이상 후보물질은 2024년 2건, 지난해 3건에서 올해 4건으로 늘었다.
전체 후보물질 계약에서 임상 2상 이상 자산이 차지한 비중도 2024년 25%, 지난해 37.5%에서 올해 80%로 높아졌다. 반대로 전임상 또는 임상 1상 단계 후보물질은 2024년 6건, 지난해 5건에서 올해 MT-103 한 건으로 줄었다. 올해 임상 1상 단계에서 체결된 기술이전 계약은 없었다.
올해 계약 건수가 줄고 임상 2상 이상 후보물질의 비중이 높아진 흐름은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도입 기준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바이오 투자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아니라면 임상 1상 결과만으로 빅파마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임상 2a상 수준에서 안전성과 효능 신호를 확인하는 개념입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약사들이 개발 위험을 줄이려는 만큼 초기 임상개발 부담은 바이오텍이 더 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올해 플랫폼 계약도 새로운 기술에 고르게 분산되기보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반복 거래가 이뤄진 ALT-B4에 집중됐다. 후보물질에서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자산의 비중이 높아지고, 플랫폼에서는 기존 계약을 통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기술이 다시 거래된 것이다.
다만 후기 임상 단계의 물질만 기술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전임상 단계인 MT-103은 VEGF 억제와 Tie2 활성화를 결합한 이중항체 기전과 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10억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