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약성·독성 측면서 적절한 용량이었는지 의문…환자집단·대조군 문제 등 미국인 대상 적용 제한적 판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GSK가 개발한 블렌렙(Blenrep, 벨란타맙 마포도틴)이 다발골수종 2차 치료제로 새로운 도약을 노렸으나 안전성 문제로 승인이 어렵게 됐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최근 소집된 회의에서 블렌렙+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은 7대 1로, 블렌렙+벨케이드(Velcade, 성분명 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은 5대 3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효능은 강력했지만 독성 위험 또한 높았다는 의견이다. 회의에 앞서 공개된 FDA 브리핑 문서에서도 FDA 내부 심사관들은 GSK가 블렌렙의 투여량을 적절하게 최적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렌렙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개발된 B세포 성숙화 항원(BCMA)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다. 2020년 8월 이전에 최소 4가지 치료를 받은 환자를 위한 단독요법으로 신속 승인을 받았지만, 2022년 11월 확인 임상시험인 DREAMM-3 연구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유의미하게 개선하지 못했다. 이후 GSK는 미국 시장에서 블렌렙을 철수했고, FDA 승인도 철회됐다.
그러나 2024년 GSK는 또 다른 3상 임상 2건 데이터를 발표하며 다시금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DREAMM-7 연구 결과 다발골수종 2차 치료에서 블렌렙+벨케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은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 병용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9% 감소시켰다. 이후 발표한 추가 데이터에서 블렌렙 병용요법은 다잘렉스 병용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4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DREAMM-8 임상시험 중간분석에서 블렌렙+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은 벨케이드+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을 보였으며, 독립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 권고에 따라 조기에 맹검 해제됐다.
GSK는 DREAMM-7과 DREAMM-8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인 다발골수종 2차 치료제로 두 가지 병용요법에 대해 지난해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허가 후 시장에 재진입하면 30억 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처럼 높은 효능 결과를 보였음에도 FDA 심사관과 자문위는 왜 블렌렙의 승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을까.
이번 허가신청에서 주요 문제는 각막병증 및 시력 변화를 포함한 안구 독성 발생률이 높았다는 점, 각 병용요법에서 내약성이 낮고 블렌렙의 제안된 용량이 적절한지 불확실하다는 점이었다.
브리핑 문서에서는 "안구 부작용은 암 치료에 사용되는 다른 ADC에서도 나타났지만, 이러한 독성은 다발골수종 치료제로는 드문 경우다"면서 "DREAMM-7과 DREAMM-8에서 평가된 블렌렙 투여 요법에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두 임상시험에서 모두 높은 안구 독성 발생률이 관찰됐다. 두 임상시험 모두에서 각막병증 및 시력저하(KVA) 사건 발생률이 높았고, 이로 인해 용량을 변경한 비율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렌렙에서 나타나는 각막 독성은 이 제품의 고유한 위험 요소이며, 현재 사용 가능한 다발골수종 치료제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면서 "안구 독성은 환자의 기능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독성 우려와 용량 조절율이 높은 점은 임상시험에서 평가된 용량이 충분히 최적화됐는지 여부에 우려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FDA 심사관들은 두 임상시험의 환자 모두 계획된 용량에 대한 내약성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각 임상에서 치료 3주기까지 계획된 용량을 투여 받은 환자는 50% 미만이었고, 환자 대부분이 치료 기간 내내 중단을 포함한 잦은 용량 변경이 필요했다.
브리핑 문서에서는 "프로토콜에 정의된 엄격한 안구 독성 모니터링 기준과 이에 따른 용량 조절이 시판 후 환경에서 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리핑 문서에 따르면 각 용량 결정 임상시험에서 각 용량 수준에 등록된 환자 수가 제한적이었지만, 효능 및 안전성 추세는 반응률이 유사했으며, 블렌렙의 용량이 낮고 투여 간격이 길수록 안구 독성 발생률이 낮았다. 그러나 GSK는 용량 조절 및 안구 독성 사건 발생률이 높은 고용량에서 DREAMM-7 및 DREAMM-8 연구를 시작했다.
문서에서는 "블렌렙 단독 요법 초기 승인 시 시판후요건(PMR) 연구 DREAMM-14의 용량 최적화 데이터와 M단백질 약동학/약력학(PK/PD)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연구 데이터에서도 낮은 용량과 긴 투여 간격에서 효능이 유지되고 내약성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와 함께 DREAMM-7 및 DREAMM-8 연구에서 블렌렙의 낮은 내약성을 고려했을 때 신청 적응증에 대한 적절한 용량이 확인됐는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DREAMM-7 및 DREAMM-8 임상이 각각 주요 평가 항목인 무진행 생존기간은 충족했으나, 전체 생존기간에서는 DREAMM-7이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고, DREAMM-8은 그렇지 못했다. 더불어 두 임상시험 모두 미국에서의 환자 등록이 제한적이라는 점,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환자와 75세 이상의 노인 환자 등 특정 인구집단의 대표성 부족으로 미국 환자에게 적용되는 데 제한적이라는 점, DREAMM-8의 대조군이 미국에서 승인된 치료법이 아니라는 점 등에서 미국 환자에게 결과를 적용하는 데 제한적일 수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자문위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에서의 이익-위험 프로파일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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