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품절’ 속출 속 가격 ‘폭등’까지…정부 ‘뒷북 단속’, 정작 ‘공급 해법’은 없다
한 달째 이어진 주사기 ‘품귀'…반복된 의료소모품 수급 불안, 유통 규제 한계 속 공급망 구조 문제 비판
의료소모품 전문 쇼핑몰 오픈메디칼 홈페이지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주사기 품절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 급등과 사재기까지 겹치며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이후 반복돼온 의료소모품 수급 불안 속에서 정부의 유통 규제 중심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부터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고 제조·판매업자의 과다 보유, 판매 기피, 특정 거래처 집중 판매 등을 금지했다.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생산량·출고량·재고량 등 실적 제출을 통해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유통 단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의료용품 판매 사이트 오픈메디칼에서는 1cc부터 20ml까지 주요 규격 주사기 대부분에 ‘품절(SOLD OUT)’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의료소모품 전문 쇼핑몰 메디오션의 경우 주사기뿐 아니라 수액세트, 의료용 장갑 등 주요 품목까지 ‘구매불가’ 상태가 나타나며, 의료소모품 전반으로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주사기는 병·의원뿐 아니라 당뇨 환자의 인슐린 자가 주사, 영유아나 환자에게 액상 약물을 정확히 투여하기 위한 용도로도 널리 사용되는 만큼, 품절 사태가 일반 가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 보호자는 “아기에게 약을 투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주사기가 갑자기 품절됐다”며 “하루 종일 여러 사이트를 찾아봤지만 재고가 없어 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와 환자 보호자들까지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수급 불안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투약이 걸려 있는 만큼 가격이 오르더라도 미리 확보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장 불안을 더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주사기 품절은 한 달 이상 지속된 상황인데 매점매석 금지 고시는 뒤늦게 나온 측면이 있다”며 “초기 대응이 더 빨랐다면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재기보다 ‘원자재·생산’ 문제…반복되는 공급망 취약성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유통 질서 안정에는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현재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 사재기보다는 원자재 수급 불안과 생산 차질 등 구조적 문제에 있다. 주사기 생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레진(나프타 기반 원료)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제조업체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고, 이 영향이 유통 단계까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사기와 같은 의료소모품은 평소에는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원자재나 생산 변수에 영향을 받으면 즉각 품절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단속만으로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 설비 확대나 수입선 다변화 없이 유통만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의료용 장갑, 백신용 주사기(LDS) 등 주요 의료소모품에서 수급 불안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긴급 생산 확대, 수출 제한, 공적 물량 배분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이어지면서 일정 기간 혼란이 지속된 경험이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주사기 부족은 단순한 사재기 문제가 아니라 원자재와 생산, 공급망 전반이 흔들린 결과”라며 “유통 단계 통제만으로는 근본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재 확보, 생산 설비 확대, 수입선 다변화 등 공급 자체를 늘리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유사한 수급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선 현장에선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을 두고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수의사회는 확보한 주사기 물량을 긴급성이 높은 동물병원에 우선 배분하며 현장 대응에 나선 상태다. 반면 의협은 주사기 수급 문제에 대한 정책적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물량 확보나 배분 등 가시적인 대응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의사회는 제한된 물량이라도 현장에 배분하고 있는데,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