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공중보건의사 수급난이 제도 유지 한계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36개월 복무기간 단축을 공보의 제도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대공협은 공보의 감소 대책이 순회진료, 비대면진료 등 ‘줄어든 인력으로 버티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해 신분·보수·법적 보호·교육·배치체계까지 포함한 제도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7월 1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6년 제43차 대한의사협회 오프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공중보건의사 수급 위기의 원인과 제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규 의과 공보의 98명까지 감소…핵심 원인은 ‘36개월’ 장기복무
이날 박재일 대공협 회장은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위기와 개선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26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98명까지 줄어든 것은 단순한 인력 감소가 아니라 제도 붕괴의 신호”라며 “36개월의 과도한 복무기간을 그대로 둔 채 수급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공개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는 제도 유지 한계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신규 의과 공보의 수는 83% 줄었고, 군의관 역시 2026년 신규 수급이 급감하면서 의사 병역자원 유지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공보의 수급난의 핵심 원인으로 현역병 대비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의과대학생의 병역 선택은 군의관·공중보건의사에서 현역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사병 대비 긴 복무기간이 군의관·공보의 기피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공협은 현역병 복무기간이 병역부담 완화와 병역자원 운용 변화에 따라 70여 년간 7차례 이상 단축된 반면, 군의관·공중보건의사는 제도 시행 이후 단 한 차례 조정 없이 36개월 복무기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현역병 복무기간은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이다.
복무기간 단축이 실제 수급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대공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 320명, 의과대학생 2469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될 경우 응답자 2337명 중 94.7%가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같은 조건에서 군의관 복무 희망 비율도 92.2%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복무기간 단축 법안이 반복적으로 발의되고 협회도 수년째 개선을 촉구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각 제도마다 목적과 인력 유입 구조가 다른데도 형식적 형평성만을 앞세워 제도를 살리기 위한 결단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형평성은 제도의 존속을 전제로 한 원칙이지 제도의 붕괴를 방치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 없다”며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국방부의 전향적 결단을 촉구했다.
“복지부 대책, 줄어든 인력으로 버티는 운영 대책에 그쳐”
사진=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보건복지부 대책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박 회장은 “복지부 대책은 순회진료, 비대면진료, 원격협진 등 공보의 감소 이후의 공백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공중보건의사의 신분, 보수, 법적 보호 등 선택 유인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대공협은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공보의의 제도적 지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공중보건의사는 같은 의료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현행법상 임기제공무원이라는 포괄적 지위에 머물러 있다”며 “전문임기제공무원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준하는 보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보호체계 마련도 요구했다. 박 회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만, 법적 분쟁 발생 시 국가배상책임 적용 범위와 법률지원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며 국가와 지자체의 배상책임 및 법률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대공협은 배후진료가 부족한 도서지역, 지역 응급실, 교정시설 등에 전문의 원격 자문체계를 구축하고, 공보의 복무 경험을 공공의료 경력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교육·경력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치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대공협은 의료취약도와 진료수요를 반영해 공중보건의사 배치계획을 심의·의결할 기구를 설치하고, 공보의 단체와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 현장 주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일윤 대공협 부회장은 “지역의사제가 현장에서 작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단순한 인력 공백 대체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앞으로 국회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에 복무기간 단축, 전문임기제공무원 체계 확립, 법적 보호 강화, 전문의 원격 자문체계 구축, 공공의료 경력 개발 및 배치평가체계 도입을 지속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