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12 11:39최종 업데이트 22.08.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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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의 리더십으로 코로나 감염을 해결하라니…

[칼럼] 노동훈 카네이션요양병원 원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나는 어릴 때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고 TV나 책 등의 매체에서 북한의 모습을 봤다. 북한을 비판한 TV에서 소수의 직원을 선택해 건강한 식사와 휴식,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렇게 높아진 생산성을 다른 직원에게 보여주며, 당신들도 생산성을 높이라 강요했다. 반공 이념이 가득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악덕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할 때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2022년 코로나 감염에도 유사한 일이 보였다.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사망의 32.7%가 발생했다며, 요양병원이 감염병 취약지역이라 했다. 동시에 코로나 19 감염 취약시설의 우수 대응 사례를 널리 전파해 집단감염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감염 관리자 지정, 병상 간 충분한 거리 확보, 확진자·비확진자 간 동선 구분, 다인실 내 물리적 격벽 설치 등이다. 개선 사례로 병상 수 축소, 환기를 통한 공기순환, 모의 훈련 실시 등을 소개했다. 

요양병원이 실행하기 어려운 책임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현장에 필요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인력과 치료 약,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감염을 잘 관리하는 모범 사례처럼 못한다고 다그친다면, 요양병원은 억울하다. 감염 관리를 잘하려면 비용이 드는데, 정부가 말하는 감염 취약시설 요양병원의 감염 관리료 수준은 처참하다. 앞에서 언급한 형편없는 대우에 생산성만 높이라는 자본가와 무엇이 다른가. 

감염 관리자를 지정하려면 감염 관리자 인건비가 필요하다. 병상 간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려면 병상이 줄어 수익이 감소한다. 다인실 내 물리적 격벽 설치를 하려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1620원 감염 관리료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임시수가로는 환자와 직원 마스크, PCR 검사, 인건비 등 방역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감염 관리를 위해 법적 기준을 개선하고 감염 관리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 

몇 달 전 경기도 요양병원 병원장과 이사장을 위한 감염 회의가 있었다. 정부의 입장을 들은 후 몇몇 병원장은 술렁였다. 정부 대책은 좋은데 부족한 직원과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질문했다. 담당자의 대답은 병원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감염은 눈앞의 문제인데, 병원장의 리더십으로 감염을 해결하라니' 다들 허탈했을 것이다. 이번 정부의 우수 사례 참고도 그렇다. 요양병원 자체 역량을 강화하라는 정부의 말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현실과 괴리된 정책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곧 여름 휴가 성수기를 맞을 것이고, 확진자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요양병원 코로나 방호막이 언제 뚫릴지 알 수 없다. 우리 병원 직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데 이는 직원의 잘못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기 검사와 격리로 병원 내부 감염을 막아야 한다. 요양병원이 감염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오늘도 요양병원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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