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프랑스의 ‘CNOM(Conseil National de l’Ordre des Médecins)‘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의사 면허관리와 의사의 직무 윤리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는 의사 전문직 ’자율기구‘다. 프랑스 공법에 의해 설립된 의사 자치기구로 공적인 기능 수행이 여타 이익단체와는 구별된다. 주요 역할은 의사 면허 등록 및 관리를 비롯해 의료 윤리 규정 제정 및 감독, 의료분쟁 관련 징계,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다.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를 기반으로 지역의 기구와 몇 개의 지역을 묶은 광역단체, 그리고 파리에 본부가 있는 중앙 국가단체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정부의 관할 기구는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의 역할을 하는 국무원이다. 의사 이익단체와 달리 모든 의사는 CNOM의 등록의무와 의료 활동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프랑스는 의사에 대한 매우 정확하고 정교한 통계자료를 산출할 수 있다.
CNOM은 2026년 1월 현재 기준으로 프랑스 의사 통계 지도책(l’Atlas de la démographie médicale 2026)을 출간해 지난 3월 31일 외부에 공개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보험 청구를 바탕으로 활동 의사 수를 추정하는 ‘초보적 통계’와는 매우 수준이 달라 보인다. 신간 의료 인구 통계 지도책은 두 권으로 구성해 전체 의사와 지역별, 전문의별 통계를 수십 개의 지도, 표, 분석 자료, 그리고 다양한 연령별 피라미드를 담은 총 431쪽의 방대한 내용으로 출간했다.
프랑스는 현재의 정확한 의사 인력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와 비교하고, 미래 의료계의 모습을 제시한다. 전체 활동 의사는 정규직, 비정규직, 그리고 고용과 은퇴를 병행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 의사 인력과 생활중심권을 바탕으로 그려낸 지역 격차의 정도를 표시한 다각도의 세부 지도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통계자료가 워낙에 방대해 우선 CNOM의 언론용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의사 통계를 간추려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 의사 통계 지도책 면허기구 연계 실시간 업데이트 정밀한 현황 관리와 매핑
의대 증원 정책의 영향인지 프랑스의 의사 수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26년 1월 기준으로 CNOM에 등록된 34만 3562명의 의사 중 24만 5847명이 현재 진료 활동 중이며, 이는 전년 대비 4592명(1.9%) 증가한 수치다. 진료 활동을 하는 의사의 45.8%는 내과계, 그리고 41.8%는 일반의학, 12.3%는 외과계 전문의가 차지했다. 의사 수는 전년 대비 3975명(2%) 증가했고, 2010년 이후로는 2.6%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세가 의사 수 감소 추세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으나 정규 진료를 하는 의사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에는 전체 진료 의사의 92.8%가 정규 진료를 했지만, 2026년에는 83.5%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여파는 프리랜서 의사와 은퇴 의사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규 진료를 하는 의사 중에서도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는데 산업의학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일반외과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으나 일반의, 응급의학, 마취과와 중환자 치료, 소아과 등 다른 전문 분야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와 같은 필수 의료 붕괴 현상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한편, 현직에서 활동하는 은퇴 의사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26년 사이에 그 수는 약 326.9% 증가했는데, 이는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러한 추세는 의료 시스템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 공급을 유지하는 데 있어 은퇴 의사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CNOM은 오는 2040년까지 의사 수가 약 40% 정도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의사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CNOM은 1차 진료 및 전문 진료 접근성 측면에서 지역적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의학 전문의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프랑스의 의사 고용 형태를 보면 급여제 고용이 47%, 개인 개원 41.6%, 혼합 진료 형태가 11.4%였다. 전문의(59.9%)의 급여 고용 형태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며, 일반의학(54.7%)과 외과계 전문의(44.4%)는 개인 개원이 여전히 주를 이룬다. 의사 직종의 여성화가 지속돼 공식적으로 성평등(?)을 달성했다. 2026년에는 전체 의사 중 여성이 절반을 넘어 50.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원 의사의 평균 연령은 낮아졌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40세 미만 의사 수가 60세 이상 의사 수를 넘어섰다. 외국의대 출신 의사는 현재 등록된 의사의 14.2%(3만 4950명)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 2010년 7.1%에서 15년 동안 127.7%가 증가한 수치다.
결론적으로 통계치는 프랑스 의사 수는 늘어나지만, 정규직 의사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급여를 받는 고용 형태는 증가하며, 2026년에는 여성이 의사 수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외국의대 졸업생과 다른 활동을 병행하는 은퇴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어도 여전히 심각한 ‘지역적 불균형’이 존재할 것임을 우려하면서 시사하고 있다.
주먹구구 운영 면허기구 싹도 못 틔우는 우리나라 정치적 악용으로 제도 선진화 요원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 의사 통계에 대한 낮은 국가적 역량은 의사 등록 의무화로 자세한 정보 입력과 자료 관리를 상시적으로 하지 않고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보여주는 면허관리기관의 의사 통계에 대한 자료는 실시간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수치 또한 매우 정확하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 인력 구조에 대한 현황과 문제 파악, 그리고 보다 신뢰할 만한 인력계획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 면허기구가 잘 발달한 나라에서 의사 인력계획이 정권 창출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정책은 현재와 같은 제도에서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의사가 있고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력이 곧 힘이고, 국가적으로 막대한 자산인 것을 생각해 보면 공적 업무와 자율을 바탕으로 하는 의사 면허기구를 통한 의사 등록 업무는 하루바삐 선진화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