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08 05:29최종 업데이트 20.05.0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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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야간당직 콜 차단한 의사, 응급진료 거부일까

행정법원, 의사 태도불량 인정되나 ‘협진’ 개념, 진료거부 아니야...해임처분 취소 합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가 응급실 야간당직 호출 문자와 응급실 전화번호를 스팸처리하고 문자호출을 받지 않을 시, 응급진료 거부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무상태 불량으로 평가할 순 있지만 진료 거부로 볼 수는 없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최근 A대학병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B교수의 해임취소 결정을 다시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사실상 병원 측 패소를 판결했다.
 
A대학병원은 병원 혈액종양내과 B교수가 응급실 야간당직 문자 호출 전화번호를 스팸 처리해 진료거부를 했다는 등의 혐의로 직위를 해제하고 2018년 3월 해임 처분했다.
 
이에 B교수는 억울하다며 해임처분을 최소하는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B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 사유가 인정되나 과중하다"며 해임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결국 A대학병원은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에 불만을 갖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관계자는 "B교수가 문자 호출방식에 불만을 표출했을 수 있지만 호출 방식에는 어떤 잘못도 없다"며 "의사로서 응급실 전화번호를 스팸으로 처리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타 의사가 B교수의 진료를 대신 하는 등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B교수 해임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B교수는 문자 호출로는 제대로 된 정보제공이 어려워 전화보고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문자 호출이 이뤄져 응급실 전화번호를 스팸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B교수 측은 "사건 발생 당시 전공의법 시행으로 야간과 주말 당직에서 전공의들이 제외됐다"며 "이에 따라 내과 전문의들이 야간당직에 참여하게 됐는데 기존 방식인 문자호출은 응급환자의 상황과 검사소견을 알기 힘들어 전화로 직접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차 전화호출을 요구했지만 문자호출이 계속됐고 이런 방식으로는 진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전화번호를 스팸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B교수는 응급실 문자호출을 총 8회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B교수의 근무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평가하고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응급실 당직 의료진은 문자호출에 응해 응급호출확인 버튼을 클릭하고 호출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법 제6조에 의하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의료 업무에 성실히 종사해야 하고 당직의료진은 응급처치와 검사의 실시, 환자 입원과 이송 등 진료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그러나 B교수는 문자호출을 받았음에도 호출확인을 하지 않은 채 응급실 번호를 스팸으로 처리해 근무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구두보고를 부탁한 부분에 대해서도 병원이 정한 방식을 의료진이 따를 의무가 있고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도 문자호출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B교수의 스팸처리가 응급진료 거부로 이어질 수는 없고 병원 측의 해임처분도 과하다는 게 법원의 견해다. 재판부는 응급실이 야간에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진료를 하고 오전에 관련 분과 주간당직자에게 해당 환자를 인계해 각 분과에서 입원과 퇴원을 결정하게 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즉 B교수에 대한 문자호출이 응급의학과의 협진 요청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응급진료의 일환이기보다는 응급의학과가 다른 분과에 협진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진 요청이 문자호출로 이뤄졌다면 이를 응급환자 진료거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A병원은 정말로 필요한 응급환자가 있을 경우 문자호출뿐만 아니라 전화로 B교수를 호출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B교수가 전화로 호출한 경우 응급환자를 진료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B교수의 해임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는 A병원이 재량권의 범위를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B교수의 해임처분을 취소한 소청심사결정은 결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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