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5년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제품 매출 확대가 매출 성장뿐 아니라 영업이익 개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품 매출 중심 기업은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며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1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41개사의 제품과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별도 기준 2025년 3분기 총 매출은 4조9662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7421억원) 대비 4.7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제품 매출은 2조94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6%, 상품 매출은 1조8494억원으로 8.08% 증가했다.
제품은 자사가 직접 제조한 의약품으로, 상품에 비해 원가율이 낮고 마진이 높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오리지널 제품과 경쟁하기 위한 판촉·마케팅 비용이 적지 않게 투입된다.
상품은 빠른 외형 성장과 도매·유통망 확대, 시장 접근성 강화에 유리하지만, 원가율이 높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한 판권 종료 등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러한 제품과 상품의 특성은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먼저 제품 매출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기업은 25개사다. 이 중 매출이 10% 이상 늘어난 기업은 14개사로, 파마리서치(60.79%), 코오롱생명과학(35.09%), 메디톡스(28.52%), 알리코제약(20.94%), 신신제약(20.69%), 보령(20.15%) 등이 대표적이다.
14개사는 모두 외형 성장을 이뤘으며, 명문제약과 알리코제약을 제외한 12개사는 영업이익까지 증가했다. 일부 기업은 세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며 실적 개선 흐름을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품 매출 확대 효과는 원가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원가액이 줄어든 기업은 2개사에 불과했지만, 매출원가율이 개선된 기업은 10개사에 달했다. 매출원가율이 소폭 상승한 4개사 역시 대부분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제품 매출이 증가한 기업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모두 잡았지만, 상품 매출 증가 기업은 외형 확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상품 매출 증가 폭이 10% 이상인 기업은 19개사 중 외형 성장을 이룬 기업은 15개사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업이익까지 증가한 곳은 7개사에 그쳤고, 절반 이상인 8개사는 오히려 이익이 감소했다.
GC녹십자는 상품 매출이 60.06% 증가하고 전체 매출도 15.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76% 줄었다. 테라젠이텍스는 상품 매출이 65.73% 늘어 10.84%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지만, 영업이익은 66.80% 줄었다. 한국파마는 상품 매출이 400% 이상 급증했음에도 영업이익은 53.75%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매출원가에서도 나타났다. 15개사 중 매출원가가 감소한 곳은 없었고, 매출원가율이 개선된 기업도 7곳에 그쳤다. 상품 매출 모델이 외형 확대에는 기여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차이는 제품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뚜렷해졌다.
제품 매출 비중 50% 미만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1.55%, 50~70% 구간은 2.52%에 그쳤다. 반면 제품 매출 비중 70% 이상 기업군은 평균 10.29%를 기록해 나머지 구간 대비 4~7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50% 미만 기업은 평균 4.72%, 50~70% 기업은 -0.33%였지만, 제품 매출 비중이 70%를 넘는 기업군은 9.9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원가 구조 또한 제품 중심 기업이 유리했다. 제품 매출 비중이 50% 미만, 50~70%인 기업군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각각 66.14%, 65.17%로 집계됐으나, 제품 매출 비중이 70% 이상인 기업군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48.66%로 확인됐다.
즉 제품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원가율은 낮아지고, 매출과 이익률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품 매출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상품은 도매·유통망 활용, 시장 점유율 확대, 파트너사와의 관계 유지 등에 유용한 수단이다. 다만 상품 매출 확대만으로는 이익 개선이 어렵고, 원가율과 판관비 구조상 수익성 방어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