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7.09 16:46최종 업데이트 21.07.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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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보고 의무화, 의-정 논의 과정서 의료계 목소리 묵살"…정책 전면 거부도 움직임도

의협·병협·치협·한의협 4개단체, 의료계 무시하는 일방적 상황에 분노…"고질적인 저수가 먼저 개선돼야"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4개 단체가 9일 비급여 보고 의무화와 관련한 논의 과정에 큰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의료계 의견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 분노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4개 단체가 비급여 보고 의무화와 관련한 논의 과정에 큰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계 목소리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묵살된다면 이번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전면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4개 단체는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의료계 주장의 핵심은 그동안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제도에 대한 의정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계 단체들은 수차례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밝혔고 당시엔 이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는 듯하다가도 차기 논의에선 전혀 의료계 주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금까지 의료계 4개 단체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관련 많은 논의를 거쳐왔다. 그러나 듣는 것처럼 하다가도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믿고 우리가 정부와 대화를 이어가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에 희망을 주진 못할 망정, 의료계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노를 느낀다"며 "이번 정책은 급여를 통제하는 것처럼 비급여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의미일 뿐"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비급여관리 정책협의체 구성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의협은 "협의체 구성엔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인 교수님들이 포함돼 있고 의료소비자 집단도 있다"며 "어느나라든 보건정책을 결정하는데 주된 파트너가 의료소비자인 곳은 없다"며 "의료 소비자 단체가 비급여 진료행위와 가격을 결정하는 주축이 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필수 회장도 "국민과 소비자 의견이 반영될 순 있지만 공급자 단체와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뒤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의료계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협의체엔 의료계 4개 단체 4명이 들어가는데 이 정도론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다.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의료계는 비급여 보고의무 제도에 대한 논의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 단체는 모든 비급여 관리정책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급여항목 수가정상화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면 지금처럼 의료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비급여보고 전면거부 등 강력한 대응이 따를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견해다.  

이날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비급여 보고의무 등 비급여 통제 강화를 통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단순한 가격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화하는 것은 자율에 의한 가격 형성이라는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며 "제공 의료서비스에 따른 질적 차이를 왜곡하고 국민 선택을 제한해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비급여 통제정책을 통해 관리 및 억제하려 한다면,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개편을 통해 적정수가를 보장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시 의료계 단체들은 위헌소송과 비급여 보고 전면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협 정영호 회장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의사의 진료권, 직업수행의 자유 및 환자의 선택권 등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된 채 건강보험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보편적 진료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비급여 보고는 급여화 계획이 예정돼 있는 항목에 한해 의료계와 논의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치매 우려로 인해 환자단위 모든 진료내역 제출은 절대 불가하고 의료 공급자와 진료내역 범위의 구체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진료내역의 명확한 범위도 차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기관에서 제출해야하는 자료가 방대하고 이로 인한 추가적인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행정 소요에 대한 보상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며 "비급여 보고의무 제도 논의는 향후 보발협에서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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