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14 01:56최종 업데이트 26.08.1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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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존 회장 “병원서 4년 보낸다고 전문의 역량 저절로 담보 안 돼”

전공의 노동시간 단축 넘어 양질의 교육이 핵심…역량 중심 교육·지도전문의 지원 필요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성존 회장이 전공의 수련 체계를 근무시간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정해진 기간을 채우는 수련에서 벗어나, 전공의가 단계적으로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공의 수련이 미래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 공익적 영역인 만큼, 지도전문의 교육과 수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회장은 최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기고를 통해 “흔히 전공의의 고충을 주당 80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의 숫자로 표현하지만, 그 이면에는 방대한 업무량과 막중한 심적 부담감,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며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넘어 수련 시간 내에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이 진정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1958년 인턴제 도입 이후 유지돼 온 국내 수련시스템이 의대증원 사태와 수련혁신지원사업을 거치며 큰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인공지능(AI)이 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상황에서 과거 방식으로는 차세대 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제대로 양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의사가 충분한 임상 역량을 갖추는 것은 개인의 성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명의 숙련된 의사를 거쳐 갈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의학적 가치를 전수하는 중대한 과정이다. 전공의 수련은 그 자체로 막대한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빠릿빠릿한 전공의 만드는 교육 벗어나야”
 
한 회장은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에 맞춰 전공의 교육 방식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을 직접 찾아야 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환자의 영상과 검사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단순 업무의 상당 부분이 효율화된 만큼 전공의 수련 역시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술적으로 멋진 가상현실 교육도 좋지만 교육과 수련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하게 일 처리를 빠르게 하고 빠릿빠릿한 전공의를 길러내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환자와 소통할 수 있고 치료계획을 고민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연구까지 기획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공의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공별 교육 내용 역시 전문 분야의 세분화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한 회장은 “과거 확장의 시대를 거치며 현대 의학은 끝없이 세분화돼왔다. 하지만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수련은 이와 다른 특성을 가져야 한다”며 “각 의사 개인 혹은 학회의 학문적 성취와 전공의가 임상 현장에서 갖춰야 할 실무적 자격은 결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의 최우선 목표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역할을 다하며 독립적인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앞으로의 전공의 수련 과정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느냐’를 따지는 구시대적 기준을 넘어 ‘무엇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병원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노동으로 보냈다고 해서 전문의로서의 역량이 저절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연차별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전공의에게 점진적으로 진료 책임을 위임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투자한다면 전공의 수련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 회장은 이를 위해 지도전문의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역량 중심의 수련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피드백이 필수적이며 이를 이끄는 지도전문의의 역량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육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다. 보상이란 단순한 금전적 대가를 넘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후대에 전수하는 전문가의 헌신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지원을 의미한다”며 “전공의 수련이 지니는 국가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해진 지금, 더 이상 개인의 선의와 희생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분야 재정 투자에 전공의 수련과 의사 양성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해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미래∙청년∙지방∙교육 등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한 점을 언급했다.
 
한 회장은 “높은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미래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며 “전공의 수련 및 양성에 국가가 관심을 갖고 충분히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어본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 대전협 # 한성존 # 수련시간 # 지도전문의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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