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8 15:06최종 업데이트 25.04.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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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수면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약물별 특성 알고 처방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수면제 처방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심포지엄 개최

(왼쪽부터) 정석훈 교수, 전홍준 교수, 최하연 교수, 홍정경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전문가들이 수면제 사용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경계하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불면증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오남용 대신 수면제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해 처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다양한 수면제의 작용 기전과 특징을 고려해 환자 증상·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7~18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2025년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창립 80주년 기념 춘계학술대회 및 제68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18일 진행된 '수면제 처방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심포지엄에서는 불면증과 수면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최신 치료 경향을 살펴봤다.

수면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치료 필요한 환자 선별해서 처방해야"

울산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수면제는 정말 위험한가: 오해와 진실'을 발표하며, 수면제를 써야 할 사람을 제대로 선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혈압, 당뇨병과 불면증을 비교하며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측정하고 혈압이 오르면 약을 처방한다.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진단을 받고 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약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수면제는 잠을 못 자는 사람들에게 쓴다"며 "불면 '장애'라고 진단을 하고 약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복용하면서 수면제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자살 증가, 평생 복용, 중독, 의존, 내성 등 수면제에 대한 오해는 다양하다.

정 교수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하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졸피뎀이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술도 마찬가지다. 자살을 선택할 때 술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과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약을 끊었을 때 떨리는 증상이 있으면 의존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수면제를 먹으면 잘 자는데, 수면제를 안 먹었더니 잠을 못 잔다는 건 수면제에 의존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아 잠을 못 잔 것"이라며 약물에 대한 의존 개념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수면제를 '라이터'와 '번개탄'에 비유했다. 그는 "불을 피울 때 라이터를 계속 켜두진 않는다. 또 번개탄만 아궁이에 넣지 않는다. 장작이나 연탄을 쌓아야 한다"며 "졸피뎀 하나 먹고 7시간 푹 자는 건 어렵다. 낮에 열심히 움직여서 잘 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직 수면제만으로 자려고 하니 효과는 떨어지고, 과량을 복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불면증도 진단과 평가를 통해 수면제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불면증을 단순한 증상이 아닌 '기능 이상으로 인한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불면증 치료 권고안, 왜 안 지켜질까?…"임상 현장과의 괴리 탓"

건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는 '불면증 치료 권고안'을 발제하며, 권고안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정신질환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과 국제수면장애분류(ICSD) 등의 변화를 짚으며 "예전에는 불면증을 원인에 따라 구분했지만, 지금은 원인에 상관없이 독립된 질환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전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비교하며 "인지행동치료(CBT-I)를 일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으나, 병합 치료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많은 환자가 이미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CBT-I만으로 불충분한 경우가 있다. 약물 복용 중인 환자라도 CBT-I를 추가하면 예후가 좋아지는 만큼 병합 치료를 인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처럼 불면증 환자 치료의 길라잡이가 될 권고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약물적 치료의 과도한 강조 ▲약물치료에 대한 근거 부족 및 오프라벨 사용의 일반화 ▲불면증 치료의 세분화 부재 ▲불면증의 개념 혼재 ▲노인 특성 고려한 접근법 부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전 교수는 "노인, 인지기능 저하 환자, 의료자원 부족 환경에서 CBT-I가 현실적인 치료 옵션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달리, 불면증 권고안은 약물치료를 소극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임상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간이형 CBT-I, 디지털 CBT-I의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자극조절, 수면 제한 등 기본 원칙만 추려 메뉴화된 설명지를 외래에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약물의 유효성과 안정성에 대한 근거 부족만 강조하는 권고안을 지적하며 "근거 부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 위험과 이득 프로파일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오프라벨 약물 중 임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약물이라도 데이터를 정리하고, 합리적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전문가 합의 기반의 '2차 선택 약물 리스트'를 제공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벤조디아제핀부터 Z-drug, ORA, DORA까지…각 약물 특성 알고 사용해야

중앙보훈병원 최하연 교수는 'Z-drug 및 주요 수면제 간 비교'를 서울의대 홍정경 교수는 '새로운 수면제의 등장'을 발제하며 다양한 수면제의 작용 기전과 임상적 특성을 비교하고, 불면증 치료에서 약물 선택의 중요성을 짚었다.

최 교수는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BDZ),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Z-drug),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MRA),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ORA) 등을 소개하며, 불면증 환자의 수면 장애 종류에 따른 약물 선택을 제언했다.

그는 "Z-drug와 ORA가 위약 대비 불면증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졸피뎀(Z-drug)은 위약 대비 이상사례로 인한 중단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고, ORA는 더 나은 효능과 내약성·안전성을 보여 수면 유지 불면증 치료법으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레플론(Z-drug)은 총 수면시간 연장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수면개시 후 각성 시간은 다른 약물 대비 떨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졸피뎀은 최고 농도 도달 시간과 반감기가 각각 2.2시간, 1.5~3.2시간이었지만 잘레플론은 1시간으로 빠르게 흡수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잘레플론과 졸피뎀은 이상사례로 인한 중단이 위약보다 2.56배, 1.98배씩 많았다"며 "BDZ는 개인 수면의 질 개선에서는 가장 효과적이었으나 잠들기 어려움과 수면시간 개선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DORA)는 기존의 ORA와 달리 오렉신-1과 오렉신-2 두 가지 종류를 모두 차단한다.

홍 교수에 따르면 불면증 치료제로 FDA 승인받은 DORA 계열 약물은 수보렉산트(Suvorexant), 렘보렉산트(Lemborexant), 다리도렉산트(Daridorexant) 등이 있다. DORA 계열 약물은 오렉신-1과 오렉신-2 수용체를 차단한다. 이에 따라 수면 대기시간과 수면 효과성, 수면개시 후 각성 등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렘수면을 촉진해 전체 수면 시간을 늘렸다.

홍 교수는 "DORA 계열 약물과 MRA인 라멜테온은 오렉신 시스템과 생체리듬 조절 기전에 기반한 치료 전략으로, 수면유도 방식에 있어 기존 약물과는 다른 접근을 제시한다"며 "이는 수면구조를 생리적으로 유지하면서 의존성과 인지기능 저하, 주간 졸림 등의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멜테온은 멜라토닌 수용체인 MT1과 MT2에 작용해 수면 각성 리듬을 조절한다. 특히 생체리듬 기반의 수면장애에 효과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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