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9.19 06:34최종 업데이트 25.09.1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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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수련 대신 GP, 이대로 괜찮은가?

[칼럼] 유호준 서울대병원 정보화실 임상강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대한민국 젊은 의사들이 전문의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GP)의 길을 선택하는 현상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이자, 동시에 국가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위협하는 위험 신호다. 이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를 넘어,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무 수련 제도 도입과 면허 체계 이원화는 단순한 개인의 자유 침해가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한 필수적 조치로 논의돼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수련을 포기하는 이유

​젊은 의사들이 힘든 전문의 과정을 포기하는 주된 원인은 불균형한 보상 체계와 살인적인 근무 환경이다. 수년 간의 고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는 낮은 수가와 높은 의료소송 위험에 직면한다. 반면, 일반의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경제적 안정을 얻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피부미용, 통증 클리닉 등 비급여 시장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극심한 보상 격차가 젊은 의사들의 선택을 비급여 시장으로 이끈다.

이런한 현상은 '내부 두뇌 유출(internal brain drain)'로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과나 외과처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는 동안, 비필수적인 미용·통증 분야에 의료 자원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결국 국민의 필수 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고난도 전문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의무 수련제도 도입의 필요성: 해외 사례와 국내 문제

​현재와 같은 GP 쏠림 현상을 막고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의 수련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진로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1. 입원 환자 주치의 부족 해소

​현재 많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입원 환자를 담당할 주치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2년 의무 수련 제도가 정착되면, 의대 졸업생들이 수련의 신분으로 상급 병원의 입원 환자 진료에 필수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입원 환자 관리의 공백을 메우고, 병원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 해외 의대 졸업생과의 형평성 확보

​헝가리와 같은 일부 해외 의과대학의 경우, 졸업 직후 독자적인 개원이 불가능하며 일정 기간 수련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의대 졸업생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이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개원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의무 수련 제도는 국내외 의대 졸업생 모두에게 동일한 자격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국민의 신뢰 증진 및 전문성 강화

​현재는 의대 졸업만으로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개원할 수 있어, 국민들이 의사의 전문성에 대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수련 과정을 포함한 후에야 비로소 MD(의학박사) 학위를 부여하는 제도로 개편한다면,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의사가 단순히 진료를 하는 직업을 넘어,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전문가라는 인식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미래를 위한 시스템 개혁

​일부에서는 의무 수련 제도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행위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공공재다.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들은 보험 진료나 고난도 수술, 입원 환자 진료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이들은 비급여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이는 의료 자원의 심각한 왜곡을 낳는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수련을 '선택'의 영역에 남겨두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 '수련 없이는 개원도 없다'는 대원칙 아래 면허 체계를 이원화하고, 의무 수련 제도를 도입하여 비급여 시장 팽창과 필수의료 붕괴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이는 젊은 의사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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