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18 07:06최종 업데이트 23.08.1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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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의료비 지출, 해법은?…"일차의료 강화하고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해야"

공단 '일차의료 만관제 시범사업' 한계 극복 위해 새 모형 개발 중…2025년 '주치의 제도 시범사업' 구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빠르게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가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새로운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며 기존에 당뇨병, 고혈압에 국한됐던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상자를 확대한 새로운 시범사업 모형과 그에 맞는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공 방식의 새 지불제도 모형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대한가정의학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일차의료의 위기와 재정고갈,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2023년 제3회 일차의료포럼'을 개최했다.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보상 '가치기반지불제도' 도입 주장…의료전달체계 확립, 재정 마련도 강조

이날 대한예방의학회 오주환 총무이사(서울의대)는 "한국의 의료비 지출이 2020년 GDP 대비 약 10%로 OECD 평균을 넘어섰다. 올해 6월에는 7년 후인 2030년이면 의료비지출이 GDP 대비 16%에 이를 것이라는 추계도 발표됐다"며 "이는 7년 후 GDP 대비 6%에 해당하는 예산을 어디선가 마련해야 하며, 국민은 현재 지불하는 보험료의 1.6배 인상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의사와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 행위량을 계속 늘리면서 브레이크가 고장된 기관차처럼 공유자원과 개인 자원을 쌍끌이로 계속 소모하면서 파국을 향해 계속 달리는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을 내버려둘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총무이사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 증가가 최상급병원 중심의 의료비 지출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와 예방의료 서비스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이 GDP 16%에 도달했을 때 '오바마 케어'를 통해 질은 유지하면서 비용은 늘리지 않는 '가치기반의료'를 실시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위량 인센티브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지불보상체계는 의료서비스의 양을 팽창하도록 한다. 이에 지불 보상에서 의료서비스의 결과, 질에 대해 지불보상하는 가치기반의료로 전환함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금연학회 김현숙 회장 역시 미국의 메디케어 제도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의료의 질을 반영한 의료수가 체계인 포괄지불제 제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메디케어의 핵심은 메디케어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적정 의료법이 정한 임상 질 지표인 결과를 제출하면 그 결과에 따라 질이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행위별수가제의 장점도 있지만 의료질을 보장한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적정의료법에 의한 제도는 의료서비스 제공 후 임상 질 지표의 제공으로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의료의 질을 고려한 지불제도 이기에 우리나라도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내과의사회 조승철 공보이사는 "현장에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느끼는 것은 가치기반의료, 필수의료, 적정의료 모두 좋은 말이지만, 이러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의료를 행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공보이사는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여러 해결방안이 있겠지만, 결국은 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으로 필수의료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전문과목 간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다. 그 대신 의료를 중증, 증급, 소아, 분만, 의료 취약지, 만성질환 관리 등으로 세분화해서 각각에 대한 대책을 동시에 수립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흐트러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이 해야 할 일, 의원급 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 민간 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과 보건소가 해야 할 일이 섞여 있는 것이 문제다"라며 의료전달체계의 확립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공보이사는 "제일 중요한 것은 재정이다. 정부가 공공정책수가를 신설했는데 상대가치 점수와 상관없이 추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이나 복지부 예산을 통한 재정적 투입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기금 등을 마련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단, 일차의료에 '가치기반 지불제도' 모형 개발 중…"진료성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살리기를 위해 '일차의료 만성질환 시범사업'을 했고, 사업 결과 임상지표나 약물 순응도, 합병증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 보인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이러한 결과는 환자를 등록시키는 시스템과 팀 접근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적 관계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다만 이 사업은 사업 대상이 당뇨병, 고혈압 환자로 국한된 질병 중심의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환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랑까지 포함하는 '환자 중심', '사람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발혔다.

그는 "해당 사업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른 사업들과 지나치게 분절돼 있다. 건강검진 사후관리, 금연 치료, 다제약물관리 등 다양한 사업과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 지역자원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방문 진료와 왕진 등 의료와 돌봄의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상임이사는 "환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환자등록 시스템이 필요하고,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진료 성과에 따라 추가적 인센티브 제공하는 혼합형 지불제도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건보공단은 현재의 현재 일차의료 시범사업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4월 17일 공단 일산병원에 '일차의료 개발센터'를 개설해 서비스 모형과 지불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2024년까지 모형을 개발하고, 2025년에는 한국형 주치의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며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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