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06 07:03최종 업데이트 23.07.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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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붕괴 원인은 '행위별수가제'…"'결과 중심'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전환 필요"

진료량 늘리도록 유인하는 '행위별수가제', 의료전달체계 왜곡…가치기반의료, 환자 건강 향상, 의료재정 절감 가능

의료현안 연속토론회 '가치기반 의료, 왜 중요한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7월 5일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행위별수가제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각종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 결과를 중심으로 한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진료량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현 행위별수가제로 인해 대형병원 쏠림, 단절적 진료, 일차의료 질 저하 및 최근의 지역‧필수의료 붕괴 위기 등으로 대변되는 의료전달체계 왜곡의 원인이라며 대안적 지불제도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5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가치기반 의료, 왜 중요한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제하의 의료현안 연속토론회에서 전문가 패널들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행위별수가제'로 지역·필수의료 기피 발생…건보재정 고갈시키는 '공유지 비극' 우려

현재 우리나라는 행위기반의료 지불보상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 과정에서 행위별로 보상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현재의 행위기반의료 지불보상 방식이 왜 문제인지를 설명했다.

오 교수는 "현 행위별수가제는 서비스 결과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수가가 없거나 낮은 서비스는 제공될 동기가 미약하다"며 "따라서 행위별수가제는 의사들이 행위량을 증가하고게 하는 유인이 되고, 의사 행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로 인해 의사들은 필수의료와 예방의료서비스를 기피하고 3분 진료를 통해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게 돼 의료 질 저하의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곧 환자 비용 부담, 시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진료의 분절화와 파편화 그리고 의사와의 소통의 질 저하와 의사에 대한 불신 증가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진료량을 늘리려는 유인으로 인해 의사들이 공유자원인 건강보험 재원을 고갈시키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은 2011년 국민의료비 지출이 GDP의 16% 이상이 됐을 때 기존 지불제도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의 건강 결과(가치)를 기반으로 한 지불제도인 '가치기반의료'를 구상했다.

의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양을 가급적 늘려야 수익이 더 많이 생기는 지불제도 방식에서 환자의 건강을 향상하는 과정에 비용을 덜 쓰면 덜 쓸수록 절약한 비용을 의료 공급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취함에 따라 공유자원인 건강보험 재정을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는 "결과를 향상하기 위한 가치기반의료는 의사들이 등록한 환자가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을 해야 하는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환자는 더 섬세한 관심을 받게 돼 좋고, 의사는 더 교과서적인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재정적으로 이득이 돼 좋았다"며 "미국은 가치기반의료를 실시한 3년 만에 외래 서비스 이용량과 의료재정도 절감하면서 재입원율은 감소하는 등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체계개선실 박춘선 실장 역시 "현재 지불제도는 측정되지 않는 행위는 보상하지 않는다. 합병증 예방을 위한 관리와 교육, 진료실의 충분한 환자 참여 및 중증‧응급환자 적시 대응을 위한 대기와 당직 보상이 제한적이다. 또 수술 합병증으로 인한 재수술은 보상하나 재수술을 줄였을 때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의료기관 울타리를 벗어난 서비스 혹은 의료기관 간 서비스는 보상하지 않는다. 또 의료시스템의 접근성, 질, 적정부담 등 성과의 균형적 발전을 보상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외래 진료 횟수나 재원 일수 등 의료 이용은 많으나 수요가 감소하는 소아중증진료 접근성은 낮아지고, 서울 대형병원 의료 질은 우수하나 환자쏠림으로 지역완결적 의료제공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실장도 공급자 간 조정, 의료 질 및 건강결과,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전통적 단일 수가기반 지불방식에서 대안적 가치기반 진료비 지불제도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신중' 입장…복지부, 가치기반의료 시범사업으로 근거 축적해 본격 추진

이 같은 발제에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가치기반 의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지불하고 과정을 사지 않고 결과를 구매하는 것은 보험자가 지속가능한 의료보험재정을 위한 것일 뿐아니라 의료소비자가 의료 이용에 있어 합리적 태도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가치를 기반으로 의료체계를 변화시킬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간이 충분치 않다. 보다 다양하고 심도 깊은 논의와 시범사업 등 충분한 준비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우 원장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정책수가를 현재 우리의 보건의료 분야, 필수의료 분야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의료의 공익적 기능, 의료기관의 공익적 기능에 충분히 지원해 국민의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것이 가치기반 의료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의료계 전문가들의 논의에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 강준 과장은 "가치기반 의료 제도는 국민의 건강 이슈, 복지 이슈를 해결하는 귀중한 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30년이 된 행위별수가제가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가치기반의료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현재 복지부는 가치기반의료를 시범사업형태로 3가지를 진행하고 있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병원 간 협력으로 지역 내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개편 시범사업, 어린이병원 사후보상 시범사업 등 통해 근거를 축적해 국민에게 가치기반의료를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지불제도 개편 시범사업이 근거를 축적해서 본사업으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해당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재정을 쓰고 있는데 향후에도 건정심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시범사업에 거버넌스를 갖추는 등 노력을 기울여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고 현장에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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