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09 06:54최종 업데이트 23.03.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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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폐업률 요양병원 6.5% 병원급 의료기관 6.3%...의원·종합병원 보다 높아

코로나 리스크 더해 물가 인상 따라오지 못하는 수가가 문제…의료기관 역할 재정립도 필요

 
최근 5년 병원급과 요양병원 의료기관 수.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 메디게이트뉴스 재가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요양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요양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은 2020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과 함께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수가 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병원급, 2021년 폐업률 2배 이상 뛰어 12.6%…2022년은 요양병원이 폐업 1위
 
9일 메디게이트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과 공공데이터포털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을 기점으로 전국 요양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은 2010년 867개에서 2020년 1582개로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2021년 1464개, 2022년 1434개로 급작스러운 의료기관 수 감소 사태를 맞았다.
 
병원급 의료기관도 2018년 1560개, 2019년 1577개, 2020년 1582개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1년부터 100개 넘는 의료기관이 증발하면서 1464개로 대폭 줄었다. 의료기관 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임을 감안하면 100개 이상 의료기관이 1년 사이에 줄어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종합병원 수는 2018년 311개, 2019년 314개, 2020년 319개, 2021년 319개, 2022년 328개로 늘어나는 추세였고 의원급도 2018년 3만1718개에서 2022년 3만4958개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급 의료기관은 2021년 두 자릿수 폐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7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한해 전체 폐업기관 수/(폐업기관+총 운영기관 수))을 추산한 결과,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은 2020년 5.8%에서 2021년 12.6%로 2배 이상 뛰었다.
 
요양병원도 2022년 폐업률이 1.8%p 증가해 병원급 의료기관을 제치고 처음으로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최근 7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공공데이터포털 등 자료 메디게이트뉴스 재가공

코로나19 리스크에 물가 인상 따라오지 못하는 ‘수가’가 치명적
 
요양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 악화는 코로나19 사태에 더해 정부 보건의료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 수가 인상분으론 위기에 빠진 요양병원과 중소병원들을 살릴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기평석 회장은 "수가 인상률이 인건비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실제로 수가가 500만원이 오르면 인건비는 1000만~2000만원씩 오른다. 지금의 수가체계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명예회장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인 환자 수가 감소한 영향에 더해 인건비 등 물가 증가를 병원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병원도 추가 비용으로만 3억~4억원이 더 든다. 요양병원 70% 정도는 비용 절감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고 난 뒤 환자 감소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감소된 환자로 인해 경영 상태가 악화되고 인건비 상승, 특히 간호사 인건비 상승이 매우 크다.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병상총량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도 요양병원과 중소병원 입장에선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병상 규제가 없다 보니 무분별한 대형병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 등 문제로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8년 특정 지역에 병상이 넘치는 현상을 막고자 병상총량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째 제대로 시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자체별로 인구 분포에 따라 지역과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병상 총량제를 적용해 엄격하게 괸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역별, 기능별 필요병상 수를 조사해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가 병상 총량을 계획하고 그 기준에 따라 병상 증설 등 자원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막고 번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병협 이성규 회장도 "적절한 칸막이식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하다. 각종별 의료기관들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정책 철학이 없다 보니 의료계가 무한 경쟁시대로 흐르고 병원급 의료기관은 그 사이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갈 수록 규모가 작을 수록 그 피해가 크다"고 질타했다.
 
규모경제 이루지 못한 병원, 핀셋 지원 필요…역할 재정립은 과제
 
병원 현장과 학계에선 문제 해결을 위해 수가체계 개선과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과 교수는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 병원들을 지원해주는 핀셋 지원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소병원 간호사 보조금 확대나 토요가산제 확대 등이 대표적인 중소병원 환자 유도 정책"이라고 말했다.

요양병협 기평석 회장은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 표준을 만들어 그 표준에 맞는 요양병원 수가 지불체계를 새롭게 신설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필수의료 등 우선순위에서 밀려 정부에서 이런 고민이 적은 상황"이라며 "간병비 급여화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 지원에 앞서 요양병원과 중소병원 등의 '역할 재정립'은 선행 과제로 꼽힌다. 요양병원의 경우 여러 질환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요양원와 역할이 겹치고 중소병원도 대형병원과 동네의원 사이에 끼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일부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인 교수는 "지원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역할 재정립이 선행될 필요는 있다. 중소병원 등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입장에서 큰 병원을 갈 환자들을 병원급으로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성과 효과가 확보돼야 한다. 현재 국내 중소병원의 강점은 접근성인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병협 이성규 회장도 "병원급은 규모나 역할 면에서 굉장히 다양하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전문병원 지정 지원을 늘리고 이외 다른 특화 정책을 통해 중소병원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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