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10 11:07최종 업데이트 22.10.1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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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과도 필수 의료영상·지역 기피현상…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배분이다

[칼럼] 황성일 대한영상의학회 의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영상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의 모호함을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확실한 것은 미래의 전문의가 될 전공의들이 원하는 과와 기피과는 분명히 존재하며, 기피과의 상당수는 소위 말하는 바이탈을 다루는 중증치료를 다루는 전공이라는 점이다.

영상의학과는 2000년도 초반 의약분업 투쟁 이후 판독료박탈 등으로 인해 전공의 충원이 50%에도 이르지 못하던 어려움이 있었으나 2000년도 중반부터는 항상 100% 이상의 전공의 지원율을 기록하는 소위 ‘인기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현재 영상의학과는 매년 140명 이상의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고, 이는 전체 진료과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순위에 해당한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총체적 난국인 한국의 의료환경에서, 영상의학과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실 영상의학과를 둘러싼 현실은 예상과 달리 녹록지 않다. 현재 많은 병원에서는 수 년간 영상의학과 의사의 채용의 어려움을 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러 의료기관에서 다양한 불만을 사고 있고, 심지어 의료기관 간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채용 쟁탈전 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그 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다 어디로 갔는가?

영상의학과도 필수 영상 분야 기피 현상으로 오진 위험성  

대한영상의학회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숫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한국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70% 이상이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병원에서는 다수의 영상의학과 의사가 세부전공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다. 영상의학은 13개 세부영역 (산하학회 기준)이 있으며, 이들 중 많은 부분이 수술, 중증, 응급 영상 진단, 그리고 인터벤션이라는 시술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13개 영역에 적절한 인적자원의 배분이 됐으나, 최근 몇 년간은 세부전공을 선택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과 밀접한 복부, 흉부, 신경 영상 및 소아 영상 분야 등을 기피하고 있는 경향이 현저하다. 즉 영상의학 영역 안에서도 기피 세부전공에 해당하는 전공자는 감소하고, 전체 전문의의 대부분이 특정 선호 전공에 종사한다는 신경외과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비뇨생식기영상의학 같은 경우 산부인과, 비뇨의학과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최근 해당 임상과의 어려움의 영향으로 최근 10년간 전국적으로 새롭게 진입한 전문의는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현재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40대 이하 전문의는 거의 없다. 그간 영상의학과가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문재인 케어를 통해 영상진단의 대부분의 영역이 건강보험 급여영역에 포함돼 현재 CT의 경우 최근 10년간 급여청구건수는 1.9 배 이상 증가했고, MRI의 경우도 급여확대로 인해 상승 추세가 가파르다.

그러나 실제로 충원되는 전문의는 이에 미치지 못해 현재 MRI, CT 및 초음파 같은 특수촬영의 경우에도 3분 진료가 아닌 3분 판독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한 오진의 위험은 환자와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적 불균형이다.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일부는 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충원이 그래도 이뤄지고 있으나, 그 외의 많은 병원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지역거점병원에서마저도 10년 전보다 상근전문의의 숫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병원에서는 어떻게 판독과 급여청구가 가능할까?

원격영상판독, 전속전문의에 의해 시행되고 보조적이어야 

이러한 분위기는 원격영상판독기관의 대두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논의되는 원격진료와는 달리 원격영상판독은 의사가 의사에게 의뢰하는 진료이므로 이미 십여 년 전부터 합법화돼 있다. 원격영상판독 자체가 문제란 것이 아니다.

원격영상판독은 원내에 상주해 환자 곁에 있는 전속영상의학과 의사에 의해서만 임상의사와의 적절한 소통과 원내 의료정보의 접근 및 과거영상과의 비교가 완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래야만 적절한 영상질 관리가 가능하면서 건강보험에서도 상근영상판독의의 기여를 인정해 전속전문의가 판독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을 정도로, 질적으로 전속영상의학과 의사에게 의해 시행되는 판독이 보다 바람직한 것은 틀림없다.

즉, 원격영상판독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이어야 하고, 전속 전문의에 의한 판독과 잘 조화돼야 한다. 이는 진단이 어려운 중증응급질환의 경우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특히 수도권 외의 지방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구인이 어려워 원격판독을 의뢰하고, 남아 있는 전속전문의에게 판독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한 근무환경의 악화로 다시 전속전문의가 이탈하고, 원격판독에 더 의존하는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영상의학과의 분야별, 지역별 불균형의 타개를 위해서는 영상의학과와 내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정책적으로 기피영역과 지역의 지원이 필요하다. 영상의학과는 임상과의 전위에 있는 입장에서 기피임상영역의 지원을 통한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지역적 불균형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인적, 물적, 재정적 지원이 선행된다면 이러한 문제 또한 같이 호전될 수 있다.

현대의료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이다.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특정과를 넘어선 접근이 필요하며, 지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케어 이후 접근성의 완화로 과잉 청구된 부분은 바로잡되, 소위 인기과라고 해서 전체적인 영상의학과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과거 1,2차 상대가치 재편을 통해 영상수가는 이미 두 차례나 크게 인하됐으나, 이로 인해 의료비가 감소하기는커녕 개별 의료기관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검사가 더 증가했던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양성하는데 10여년이 걸리는 전문의 수의 증원을 말하기 이전에 배출되는 의사가 적절한 위치에서 종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와 불합리성의 제거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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