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석유화학 원자재 파동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의료계도 불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필수 의료 소모품인 일회용 주사기와 주사바늘 전 품목 가격이 15~20% 인상됐지만, '행위별 수가' 체계에 묶인 의료기관들은 이를 별도로 보전받지 못한 채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그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의 수급 차질로 필수 의료 소모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백신 전문기업이자 의료 소모품 생산업체인 한국백신은 원자재 수급 불안 등을 이유로 일회용 주사기와 주사바늘 전 품목 가격을 15~20% 인상한다고 거래처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수급 불안에 따라 의료 소모품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의료소모품의 재고마저 불안해져 일부 도매업체는 의료품 '구매 수량 제한'을 안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이러한 외부 요인에 따른 가격 상승을 의료기관이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상 주사기와 주사바늘은 감염 예방과 환자 안전을 위해 일회용 사용이 원칙인 필수 치료 재료다. 그러나 이들 품목을 포함해 수액 세트, 의료용 장갑, 수술용 마스크, 소독용 거즈, 환자복 및 침구류 등 다수의 필수 소모품이 '별도 산정불가' 항목으로 분류돼 행위별 수가에 포함돼 있다.
이처럼 진료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소모품이 별도 보상이 불가능한 구조에 묶이면서, 의료기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사실상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현행 수가 체계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급여권 내에서 별도 보상이 없어 의료행위를 할수록 인상된 소모품 비용 부담을 병원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감기 환자 주사 수가 1310원에는 약 100원 수준의 일회용 주사기 비용을 비롯해 주삿바늘, 소독솜, 간호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사용된 치료 재료 비용은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
의사회는 "수가 인상률과 재료비 인상률 간 극심한 불균형이 문제”라며 “수가 인상률은 매년 1.5% 내외에 그치지만, 제조사는 한 번에 15~20%씩 단가를 인상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의료기관은 만성적인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의료계는 향후 추가적인 원자재 파동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의사회는 "현행 수가에 포함된 '치료재료대'를 행위료에서 분리해 적정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며 "시장 가격 변동에 따라 의료기관이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 안전을 위해 양질의 소모품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필수 의료 소모품 산정 불가 문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