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10 10:37최종 업데이트 22.10.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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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신설로 필수의료·의료 격차 문제 해결할 수 없다...병상 재분배와 처우개선부터"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⑪ 전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  
 

2020년 의료 파업의 주된 원인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였을 정도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지만,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의대 신설 주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 여야가 발의한 의대 신설 법안은 8건에 달하며, 새 정부 들어서도 의대 신설이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는 의대 신설에 대해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주요 오피니언리더들과 함께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①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교수 최소 110명 확보, 500병상 부속병원 예산 지원 부당"
②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불 보듯 뻔한 의대 신설 실패 책임은 누가 지나"
③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의사수 부족 아닌 과잉…‘공공’ 내세운 ‘포퓰리즘’ 의대신설법안"
④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 "일본은 의대정원 축소...의대 신설 주장, 백년 앞을 내다본 것인가"
⑤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정원 50명 미만 미니의대 18개교...기존 의대 교육 내실화부터"
⑥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의대 신설 수천억 계획하면서...의사는 제일 싼 비용으로 유지"
⑦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지역 필수의료 공백 여전, 국민에 부담만 초래"
⑧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전문가 의견 무시하고 근거도 없이 오로지 정치인들의 업적을 위한 것"
⑨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공공의대·공공병원 설립 주장, 김일성의 철 지난 선전과 같다"
⑩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료 정책이 부족한 대한민국"
⑪전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공공의대 신설 아닌 병상 재분배와 처우개선부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사 파업 이후 잠잠했던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다소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파업 당시에는 의대 신설에 반대했던 현 여당의 입장이 조금 달라진 지 모를 일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의대 신설 법안을 발의 중이다. ‘의과대학 신설=대학병원 유치’ 등의 공식을 내세우며 표를 받으려 여러 지방에서 의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가 지나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위 ‘필수 과목’의 인력 공급 부족 문제도 구실이 되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은 수도권·비수도권 의료 불평등 문제와 기피 영역이 돼버린 필수의료 영역의 공급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대 몇 개를 짓는다고 앞서 언급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은 마치 신화 속의 구원자가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는 만큼 허황된 일이다.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영역을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건경제학의 기본 원리 중 ‘유인이 결정한다(incentives matter)’이라는 원리가 있다. 젊은 의사들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선택을 하고 있다. 의대를 졸업한 뒤 레지던트를 마치고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일부에 불과하며, 그 중 소위 필수의료 영역을 전공하는 의사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도 손에 꼽는다. 수련이 힘들고 기대소득이 비교적 낮으며 늘 소송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정작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필수의료 영역에 지원할 이유가 별로 없다. 필수의료 영역의 전문의 채용을 늘려 전반적으로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국가 재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공공의대가 설치된다면 선발된 필수의료 영역 인원에 비례해 기존 지원자를 몰아내는 밀어내기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할 것이다. 필수의료 영역 일자리의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필수의료 영역에 지원할 총 전공의 숫자가 늘어날지도 미지수이다. 정 필요하다면 기존 국공립대의 정원을 활용해 비용-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대안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대비 의대 수가 너무 많다. 이는 의대 수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의대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과대학 정원은 교육의 질을 고려해 배분해야 한다.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격차 역시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연계돼 있다. 의사의 평균임금은 오히려 비수도권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의 의사 구하기가 더욱 힘들다. 교육, 문화 등 인프라 격차가 클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화된다. 임금을 제외하고는 일과 생활의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1년 기준으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는 104명이나, 그 중 비수도권 병원 지원자는 23명에 불과하다.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향하는 의사들의 엑소더스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수도권 의료인력 수급에 있어 병상 재분배 및 비수도권 의사 처우 개선이 더 필요하다. 지방 주요 거점 도시에 국가의 재원을 투입해 병원 환경을 개선하고, 여기서 일할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전문의 배출까지 10년이 걸리는 미니 의대를 만드는 것보다 빠르고 비용효과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당직근무 제도 개선, 전문의 인력 확충 및 필수의료 재정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필수의료 및 수도권·비수도권 의료 격차 해소에 있어 단일한 해결책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 취지가 결과로 나타나려면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의료공급자인 의사들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유인 구조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약은 쓰기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한다. 길거리의 만병통치약처럼 선전되는 공공의대 설립이 과연 병든 의료 현실의 치료제가 될까.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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