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14 07:10최종 업데이트 23.07.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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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어떤 약을 처방할까?…"최근 오리지널 선호도↓·현장 목소리 반영 필수"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 '의사들이 말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처방하는가?' 컨퍼런스 개최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의사들이 처방을 할 때 1순위로 고려하는 것은 근거기반의 효능과 안전성, 경제성이지만, 환자마다 원하는 제형이나 증상, 통증 등이 다르고 같은 약이어도 약효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별로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와 환자의 언멧니즈(미충족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수년에 걸친 임상시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장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수시로 의사,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연아 교수·고려의대 해부학교실 김현수 교수·원주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박연철 교수는 지난 13일 바이오 인터펙스 코리아2023 내 '의사들이 말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처방하는가?'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세 명의 교수에게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임상현장에서의 처방 기준과 병원 내 랜딩 절차, 오리지널 선호 현상, 현재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처방 관련 조언 등을 전했다.
 
사진 =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 패널토의를 한 경희대병원 이연아 교수, 고려의대 김현수 교수, 원주세브란스병원 박연철 교수.

Q. (이승훈 교수) 임상현장 어떤 기준으로 처방을 하는가? ▲독점적 신약, ▲2개의 경쟁 신약,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등이 있는 경우 등에 따라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가?

A. (이연아 교수) 독점 신약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쓰진 않는다. 해당 약물이 믿을 만한 3상 임상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을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아 정식으로 승인받은 조건은 기본이며,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약물이 환자 적응증에 해당해도 환자 컨디션이 충족돼야 하고, 비용 문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 중 하나다.

두 개의 선택지가 있을 때는 환자별 투여 경로 선호도가 처방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무리 좋은 약이어도 주사를 싫어하는 환자에게 주사제를 처방할 수 없다. 같은 제형이면서 두 신약 모두 믿을 만한 데이터가 확보된 상황이면, 의사 개인으로서 경험치가 쌓일 때까지 비슷한 비율로 처방하다가 어느 정도 프로파일이 축적돼 개인적 의견이 생기게 되면 더 경쟁적으로 판단하는 약물을 선처방한다. 

선택지가 다양할 경우 예전에는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제네릭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물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며,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국제적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만큼 효능과 안전성, 경제성, 환자선호도 등 여러 가지 기준을 고려해 처방을 내린다. 실제 바쁜 직장인의 경우에는 통원 치료가 필요한 오리지널의 정맥주사 대신 자가주사가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할 것이다. 

A. (박연철 교수) 의사는 무조건 'E, S, C' 3대 원칙을 기준으로 처방을 내린다. 
우선 약이 얼마나 효능(E)이 있는지를 보는데, 제형을 변경해 환자의 약물 순응도가 올라간다고 해도 효능이 낮다면 처방할 수 없다. 즉 가장 기본적으로 처방의 기준이 되는 것은 '효능'이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이어도 안전(S)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가격경쟁력(C)도 환자입장에서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만 가격이 훨씬 싸고 효능이 동등하고 안전해도 의사가 처방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의사는 근거중심의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매일 신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많은 약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 수 없어 기존에 아는 선에서만 처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의 약물은 수백개에 달하는데 10원 더 싸다고 새로운 약을 처방할 수 없다. E.S.C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고 결국 약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한달에 몇백원을 아끼기 위해 처방을 변경하지 않는다.
 

"오리지널 처방 선호는 옛말…근거만 충분하고 효능만 좋다면 국산 제네릭도 OK" 


Q. (이승훈 교수) 아무리 약을 잘 만들어도 교수들은 오리지널, 다국적제약사 약물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어떠한가?

A. (박연철 교수) 의사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약을 처방한다. 예전까지 JAMA, NEJM 등에 게재되는 논문 대부분이 글로벌 제약사 펀딩을 받았기 때문에 오리지널에 대한 데이터가 많았고, 의사들은 대규모 임상결과가 있는 오리지널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리지널 선호 현상이 많이 약화됐고,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임상을 많이 하고 있다. 반대로 외국계 회사들 중 이름이 드물거나 데이터가 빈약한 곳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외국 기업이라도 신뢰도가 낮아 처방 선택지에서 제외한다.

A. (김현수 교수) 미국, 일본 등은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조치가 매우 강력하다. 일본을 근거에 둔 오노제약은 암환자의 체중감소를 완화시키는 약을 개발했는데, 이는 일본에서만 허가를 받았고 유럽, 미국은 승인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본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없다는 이유에서 노바스크를 허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보호조치 역시 충분히 자국 기업들이 발전된 상황에서 가능하다. 

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충분한 데이터를 가져올정도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리지널 약물 선호 현상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좀 더 역량을 늘려서 근거를 많이 쌓다보면 자국 보호를 하는 시스템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A. (이연아 교수) 대규모 임상을 바탕으로 하는 약을 선호하다보니 케미컬분야는 오리지널 선호현상이 여전히 뚜렷하다.

국내 영세 기업들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통과했다고 해도, 의사가 이를 믿고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뒤따른다. 그러나 최근 국내 바이오시밀러는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왔고 국내사가 직접 글로벌 임상을 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뿐 아니라 FDA, EMA 등을 통과하고 있다. 의사들은 무조건 오리지널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와 이를 통해 증명된 효능, 안전성을 믿고 처방하는 것이다. 국내 제품들도 데이터가 많아지면 처방 선호현상도 달라질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자국 회사 보호하는 것은 명백하고 각 국가 내 학회도 마찬가지다. 자국 기업의 제품이라면 충분한 근거 없이도 가이드라인에 올리기도 한다. 국내 정부도 코로나 이후 국내사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의사 인식 바뀌었다고 해도 '랜딩'이 우선, 신생 업체도 DC 통과 가능할까?


Q. (이승훈 교수) 정리하면 글로벌 빅파마에 대한 사대주의는 없는 것 같다. 좋은 연구 결과에 대한 선호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이같이 인식이 바뀐다고 해도, 결국 병원 신약심의기구(Drug commit)를 통과하지 못하면 처방 선택지에 낄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 대형, 중견제약사들은 DC 통과에 대한 노하우, 네트워크 등이 있으나, 신생 바이오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박연철 교수) 병원마다 DC 운영 체계가 다른데, 우리 병원은 교수별로 요청할 수 있는 쿼터가 있고, 약제위원회 요청받은 약제를 검토한 후 심의여부를 결정한다. 교수들이 DC에 요청하는 약제는 처방기준과 동일하다. 기존약 대비 효과가 좋거나, 훨씬 안전하거나 훨씬 약값이 싼 제품이다.

환자가 복용 후 생기는 문제는 1차적으로 의사 책임이기 때문에 함부로 DC에 약을 추천할 수 없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얼마나 좋은 약인지에 대해 충분히 의사들에게 설명하고 각인시켜야 한다. 메이저 기업들은 다양한 루트로 여러 정보를 제공한다. 즉 처방률을 올리기 위한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오기업들도 의사가 신뢰할만한 충분한 연구를 통한 근거를 많이 가져와야 랜딩도, 처방도 가능해질 것이다.  
신생기업이라도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약에 대해 확신이 있고 환자에게 도움된다고 판단된다면 충분히 랜딩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Q. (이승훈 교수) 병원 DC는 효율적으로 빠르게 외래환자를 볼 수 있도록 좋은 약을 선정하는 기구다. 약만 만든다고 해서 모두 랜딩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A. (이연아 교수) 그렇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선택지가 많은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약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같은 성분의 여러 제형을 갖추는 것을 지양하고 효율화에 집중한다. 
만약 제품이 좋고 에비던스가 충분하다면, DC 신청까지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약은 세미나, 학술대회, 연구비 기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설득하고 약에 대해 홍보를 해야 한다. 또한 100병상 이상은 도매상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근거 충분하면서도 약가를 싸게 공급하는 것도 랜딩 성공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신약개발 성공률 높이는 노하우는? 의사중에서도 타깃약물 처방하는 의사와 끊임없는 소통 필수"


Q. (이승훈 교수) 몇년전 바이오에 대한 투자 광풍이 일었다. 최근 2년간 주춤해졌으나 여전히 바이오기업들이 창업을 통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약 개발할 때 처방이 잘 되는 약으로 만들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면? 

A. (김현수 교수) 실제 근이영양증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개발 전 '분석'이 필수다.
가장 먼저 개발하려는 적응증에 대한 국내외 '특허' 분석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자사가 가진 특허가 회피되고 배타적 권리를 확보 가능한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개발은 결국 '경쟁'이다. 자사가 개발하는 분야에 대해 전세계 연구기업에 대한 현안 분석도 필수다. 근감소증의 경우 십수년전부터 해당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이어갔는데, 지난 2016년  FDA의 질병코드 부여 후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이후 2~3년간 결과들은 모두 실패였다. 우리는 상대방의 실수, 실패요인을 분석한 후 현재 자사의 전략이 실패 원인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임상을 시행하고 있다.

전세계 신약개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크리니컬트라이얼즈를 보면서 자사 개발물질과 같은 분야의 임상들을 확인하고 참고해야 한다. 이외에도 멘토링을 받아서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필요하며, 타겟이 되는 환자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을 통한 적극적인 니즈 반영도 필수다.

실제 근이영양증 환자모임과 소통으로, 실제 매우 니즈가 높은 분야가 변비라는 점을 확인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팀과 새로운 영역을 찾았다. 즉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연구실에만 피상적으로 연구를 해서는 안 되고, 환자정보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파이프라인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

A. (박연철 교수) 회사 상황 뿐 아니라 국내외 보험제도와 지원책 등 전반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후 타깃을 설정하면, 해당 환자와 의사의 니즈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생각하는 것과 의사가 불편해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에게도 니즈를 확인해야 한다. 어느 타겟을 선정했느냐에 따라서 관련 전문가 컨택도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제라면 가장많이 쓰는 개원가 선생님들의 의견을 많이 알아야 한다. 

니즈를 파악하는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며, 그래야만 신약개발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의견을 공유하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Q. (이승훈 교수) 마지막으로, 신약을 만드는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조언이나 당부가 있다면?

A. (김현수 교수) 제약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2가지 필수요소 중 하나가 실력이다. 실력을 바탕으로 협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이를 명심하고 신약개발에 나서길 바란다.

A. (이연아 교수) 제약바이오가 레드오션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좋은 신약이라도 30~50% 정도의 환자는 반응이 없다. 수요가 계속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나온 약제와 별다르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따라서 후발주자하면 특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고, 이에 대한 해답은 의료현장에 있다. 신약개발시 반드시 의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특히 개발 시작단계부터 커뮤니케이션이 있으면 현장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어 좋다.

A. (박연철 교수) 10년전과 비교하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매우 크게 성장했고 이는 맨파워가 우수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일반인, 환자, 의사간 의견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약을 개발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의 협력이 필수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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