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차출 논란·긴 복무 기간 등 공보의 공백 키웠다…배치적정성위원회, 지역 정착 프로그램 도입 등 제안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 사진은 지난 5월 17일 젊은의사포럼 당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의료취약지의 인력 공백이 심화되는 가운데, 복무 기간 단축과 배치 체계 개편 등이 신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은 9일 대한의사협회 2025 제42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공중보건의사 군복무 단축의 현황과 Rate-determining step'을 발제하며 군복무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공중보건의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의료취약 지역의 인력 공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신규 편입 공보의 수는 247명으로 2009년 1137명 대비 75% 감소했으며, 전체 공보의 수 역시 2011년 2901명에서 2025년 945명으로 급감했다.
신규 편입 공보의 15여년 만에 75% 급감…군복무 기간 '단축' 절실
이 회장은 "공보의와 군의관 기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알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특히 의정갈등을 겪으면서 공보의에 대한 선호도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공보의 문제로 ▲대학병원 파견 ▲입대생 현역 입대 ▲사직 전공의 수련 단절을 꼽았다.
그는 "대학병원 파견으로 공보의와 군의관의 차출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인식이 악화됐다. 이는 의대생 현역 입대를 가속화했다"며 "정부는 파견 근로자에 대한 법적 지침이나 면책, 업무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교육이나 감독이 부재했으며, 처우와 절차상 불합리에 대한 문제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제든지 공보의와 군의관을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의대생은 현역 입영을 선택하게 됐다. 이뿐 아니라 18개월의 현역 복무 기간 대비 36개월에 더해 3~6주의 긴 복무의 문제도 현역 입영을 부추겨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을 심화시켰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국방부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공협은 아젠다 유지를 위한 보도력을 강화하겠다. 국방부도 문제 당사자로서 들어갈 수 있게 돕겠다"며 "유사 직역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 장교 시스템 문제로 확대하겠다. 또한 강력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공보의와 군의관 문제에 대한 근거를 쌓고, 문제 해결의 당위성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공협 김우남 부회장은 '공중보건의사 제도 개선 효과에 대한 분석과 처우 개선 방안: 지역 의료 인력으로의 가능성 탐색'을 발제하며 군복무 단축과 복지부 산하 배치적정성위원회 설치, 이송 중심 의료전달체계 구축, 지역 정착 연계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공보의 제도는 "군복무가 의무인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체복무 제도로서 국가가 '수'와 '배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며 "지자체는 공공보건의료인력의 성격으로 배치 이후 낮은 비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가의료위기상황에서 대체인력으로 활용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공보의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함께하면 지역의료자원으로서의 큰 잠재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공보의 역할 재정립 필요하다 89.1%...충분한 수 확충과 합리적 배치 관건
그는 "역할 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89.1%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요에 기반한 배치와 역할 분담 기준 필요성에 대해서도 83.8%가 동의했다"며 "이를 통해 '수'의 확충과 합리적인 '배치'가 이뤄질 때 공중의가 진료 환경(수요)에 맞춘 역할 조정 및 확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분한 '수' 확보를 위해서는 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급여, 수당 개선과 법적 책임 완화 장치 등이 마련된다면 공보의에 대한 인식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리적인 '배치'를 위해서는 배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 주변 의료기관 수가 아니라 관계와 기능 중복 등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도서와 격오지 등 의료취약지에서는 의료 장비와 최소 필수 인력을 배치해서 현장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군복무 단축은 공보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안"이라며 "공보의의 합리적 배치를 위해 복지부 산하 배치적정성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료의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지역보건의료기관과 연계한 이송 중심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됐지만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에 관심을 가진 공보의가 전역 후에도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지역 정착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전역 후 지역 보건의료기관이나 병의원 취업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복무기간 인정 등을 통해 지역 정착을 유도하면 지역필수의료 공백에 장기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