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05 05:00최종 업데이트 22.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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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중환자 병상 우선순위 준비 안하면 세월호 하루에 한대 씩 빠지는 꼴"

염호기 위원장, 중환자실 병상 배정 법률적 문제 지적…美 메릴랜드주 재난상황 선언에선 민·형사 책임 면제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 사진=의료윤리연구회 온라인 줌 화상회의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금부터 중환자실 환자 우선순위 배정을 준비하지 않으면 세월호가 하루에 한 대씩 바다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은 4일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의료상황에서 중환자 병상의 운선순위 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환자의학회 등에서 병상 배정을 위한 전반적인 우선순위 방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법률적인 문제 등 현실적으로 현장에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주장의 골자다. [관련기사=중환자의학회 "잘못된 위드코로나 정책, 비코로나 중환자 진료 차질 심각"] 

염 위원장은 재난상황의 중환자실 병상 배정에서의 현실적인 적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법률적 책임을 꼽았다. 

대한중환자의학회 등 의료계가 예측 생존율, ASA score, 기대여명 등 여러 기준을 통해 내놓은 입실 우선순위가 있긴 하지만, 법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절대 현장에서 적용될 수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현재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을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이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없다. 만약 이를 거스를 경우 형법 268조 업무상과실치상이나 형법 250조의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민법 750조에 따라 불법 의료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우선순위 고려 없이 응급환자를 먼저 치료하도록 돼 있으며, 연명의료결정법 내 연명의료중단의향 기준에도 급성 바이러스 질환은 포함돼 있지 않다. 

염 위원장은 "중환자 병상 배정에 대한 법률적인 허점이 큰 상황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세월호가 하루에 한 대씩 바다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인명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준비없이 상황이 닥치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들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 중환자실을 한꺼번에 100~200병상을 늘릴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병상 배정과 관련된 법률적 보완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메릴랜드 주법을 보면 선의의 의료 제공이나 재난상황 선언에 따른 경우 민사나 형사 책임을 면제한다. 이를 참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G20 국가들 중 의료분야에 가장 적은 비용을 투자하는 국가다. 사진=염호기 위원장 발표자료

법률상의 문제 이외에도 중환자 관리 계획을 미리 세워 절차를 확보하고 인력 확보를 위한 준비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염 위원장은 "병상배정 절차를 확보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 재난상황의 우선순위 기준을 결정할 판정위원회나 재판정위원회를 수립하고, 개별 의료기관 마다 일괄적용할 것인지 여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환자 발생 규모별로 3단계에선 체육관이나 컨벤션 등 대형 임시병원을 구축하자는 안도 제시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다. 수급되는 인력 자체가 공보의나 군의관, 봉사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훈련되지 않은 인력이기 때문"이라며 "군대도 현역과 예비군이 나눠지듯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미리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를 위해선 국가의 재정적 지원도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은 약 66조8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중 방역을 위해 쓰인 실 예산은 3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백신 접종 분야에 집중돼 있다. 

염 위원장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G20 국가 중 우리나라는 의료 분야에 쓰이는 비용이 꼴지 수준"이라며 "국가 시스템이 좋고 방역도 잘하지만 투자는 매우 적다. 의료적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발전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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