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소장 "정작 효과 있는 '옆문·안전룸' 설치는 미비…의료진 안전대책 지원 더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촌세브란스병원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현장 정신과 의사들 사에서 의료진 안전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 임세원 교수 사망을 계기로 의료진 안전을 위한 의료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현장에선 현실적 문제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대책이 이행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정책연구소장은 5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임세원법 제정으로 일부 의료진 안전 장치가 마련됐지만 현장에선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며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안전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 강북삼성병원 고 임세원 교수가 자신이 진료하던 양극성 장애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을 보호하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인 '임세원법'이 시행됐다.
법 개정에 따라 100병상 이상 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보안인력 상주와 비상경보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작 효과가 있는 '옆문'이나 '안전룸' 등은 설치된 곳이 손에 꼽는다.
백종우 소장은 "법 개정으로 의료진 보호 장비와를 포함해 비상벨 등 비상경보장치가 설치됐지만 흉기 난동은 급작스럽게 발생해 이런 장비들이 현장에선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외래 진료실 옆문 설치나 임시 대피가 가능한 안전룸 등이 효과는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설치되지 않은 병원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옆문 설치나 안전룸 등은 병원 리모델링이 필요한 일이라 어렵고 진료실 내 안전요원 상주 등도 실효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기준은 생겼지만 이에 따른 지원이 부족해 병원 사정에 따라 안전 대책이 부족한 곳들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편법도 존재했다. 임세원법 시행으로 보건복지부는 ‘전문 보안인력 배치’와 ‘비상경보장치 설치’ 두 조건을 ‘입원환자 안전관리료’기준에 포함해 인상된 금액의 수가를 지원하고 있다. 각 병원들이 수가를 지원받기 위해 두 가지 조건을 준수했다는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자격 보안인력을 채용한 의료기관도 수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근로계약서와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서 근로계약서 상 업무내용을 ‘보안업무’라고 기재만 해도 수가를 인정해주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의료진 폭행 사건은 임세원 교수가 숨지기 이전인 2017년 1527건이었으나 이후인 2020년 2194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반면 경찰 출동이 신속히 이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백 소장은 "이번 사건에서 신고 후 약 5~7분 만에 출동한 점을 긍정적"이라며 "다만 향후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운영되는 의료기관 전용 경찰 핫라인을 벤치마크해, 위급 상황에서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런 사고는 혼자 사는 경우나 보호자 연계가 어려운 중증 환자에서 발생한 비율이 높았다"며 "사회 구조적으로 방치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여성 교수 얼굴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50대 여성이 체포됐다.
해당 교수는 손등에 약 5cm 길이 자상을 입고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피의자는 피해를 입은 교수 환자가 아니며, 이날 병원 진료 예약도 없었다. 다만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 해당 교수에게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