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뉴코 설립·중국 현지 투자자 활용·일본 공동개발…시장별 협력 구조 차별화 통해 글로벌 진출
SK바이오팜 신해인 본부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면 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후 개발 방향은 파트너의 사업 전략에 좌우될 수 있다. 이에 SK바이오팜은 진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 법인 설립과 공동개발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팜 신해인 본부장은 2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6 K-BIO 글로벌 파트너십 포럼'에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놀(수노시)'의 글로벌 개발·사업화 경험을 소개하며, 지역별 협력 전략과 기술이전 이후 파트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다. 회사는 미국에서 임상개발부터 허가, 상업화까지 직접 추진했으며, 미국 외 지역에서는 현지 시장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구체적으로 유럽에서는 현지 경영진과 투자자를 모집해 아벨 테라퓨틱스(Arvelle Therapeutics)를 설립했고, 중국에서는 현지 투자자가 경영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그니스 테라퓨틱스(Ignis Therapeutics)를 설립했다. 일본에서는 오노약품공업과 공동개발을 추진하며 개발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신 본부장은 유럽에 기술이전하는 대신 별도 회사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당시 미국에서 승인받기도 전이었고 상장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기술이전은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을 이어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파트너의 전략이나 경영진, 연구개발 우선순위가 바뀌면 우리 약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은 유럽 현지 경영진을 먼저 확보하고 이들과 함께 투자자를 모집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아벨에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41개국 독점 라이선스를 이전하면서 계약금 1억달러와 마일스톤, 로열티 외에도 12%의 신주인수권을 확보했다. 아벨은 2021년 이탈리아 안젤리니파마에 약 9억6000만달러에 인수됐다.
중국에서는 현지 사업 네트워크 확보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신 본부장은 "2000년대 초반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했음에도 중국은 만만하게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며 "중국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현지 투자자와 경영진을 모아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는 현지 투자자를 먼저 확보한 뒤 이들을 경영진으로 구성해 이그니스를 설립했다. SK바이오팜은 이그니스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이사회에도 관여하고 있다.
또한 이그니스에는 세노바메이트를 포함한 6개 후보물질의 중국 내 권리를 이전했다. 신 본부장은 "중국 자본시장에서는 한 가지 후보물질만 보유한 회사보다 여러 후보물질을 갖춘 회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세노바메이트 하나가 아니라 6개 후보물질을 함께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오노약품공업의 개발·생산·상업화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공동개발 방식을 선택했다.
신 본부장은 오노약품과의 협력에 대해 "부분발작에서 전신발작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공동개발을 추진했고, 양사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위험을 나누는 구조를 마련했다"며 "오노약품은 개발과 생산, 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아시아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오노약품은 일본 내 허가와 약가, 시장 진입 전략 등을 담당한다. 생산 과정에서도 SK바이오팜이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오노약품이 완제의약품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SK바이오팜 신해인 본부장 발표자료 중 일부.
이어 신 본부장은 기술이전 이후에도 파트너의 사업 전략에 따라 개발이 중단되거나 권리가 이전될 수 있며, 계약 체결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고려하고 협력 관계를 지속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리암페놀의 사례를 소개하며 "당초 수노시는 우울증 치료제로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이전됐지만 개발이 중단되면서 권리가 반환됐다. 이후 여러 파트너를 거쳐 수면장애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전환했으며, 재즈 파마슈티컬스가 후속 임상과 미국 허가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상업화 권리는 다른 기업으로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전은 좋은 일이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 여정의 시작이고, 마치 결혼 생활과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의약품 판매시장뿐 아니라 경쟁 제품의 개발 동향, 규제 변화, 약가와 시장 접근성, 자본시장까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협력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본부장은 "글로벌 진출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각 기업에 맞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