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08 05:25최종 업데이트 22.06.0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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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백신 임상시험 4건 진행 중 "효능 판단까지 수십년, 대체방안 필요"

국내 제약업계도 개발 한창…국산 mRNA 플랫폼 구축 통해 빠른 개발 추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면역항암제·면역세포치료제 등의 연구개발 기반이 쌓이면서 암 예방 백신 개발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mRNA 플랫폼 접목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NIH 임상시험 정보사이트(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암 예방 백신 임상시험이 4건 진행 중이며, 국내 제약사·바이오텍들도 암치료·암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비임상시험을 다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등록된 암 예방 백신 임상시험은 총 4건이며, 펜 메디신(Penn Medicine·펜실베니아 대학 보건 시스템) 연구팀은 임상1상단계의 D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유방암과 난소암, 전립선암 등 기타 일부 암의 위험을 높이는 암 유전자인 BRCA1 또는 BRCA2의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암이 발생한 후 관해 상태에 있는 4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임상을 개시했다. 
 
표 = 현재 진행 중인 암 예방 백신 임상시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재가공).

현재 16명을 대상으로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면역 반응을 연구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암에 걸린 적이 없는 BRCA 돌연변이 보유자 28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시험할 예정이다.

다만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해당 백신은 hTERT, PMSA, WNT1를 표적 항원으로 한다. 문제는 hTERT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일부 정상세포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백신이 건강한 세포에 대한 자가면역 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 빈센트 투오이(Vincent Tuohy)연구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후 관해 상태에 있는 사람 24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백신항원은 알파락트 알부민(Alpha lact albumin)으로 단백질(Protein)플랫폼 형태다.

알파락트 알부민이라는 유방세포 단백질은 임신 후기와 모유 수유 중에만 생성되며, 이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70% 이상에서 발견된다. 

현재 임신 계획이 없는 24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면역반응 유도를 확인할 예정이며, 후속 연구는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으나(BRCA1 돌연변이가 있는) 암이 없는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존스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의 엘리자베스 재피(Elizabeth Jaffee)와 니하 자디(Neeha Zaidi) 연구팀은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암 예방백신의 임상1상을 올해 5월 착수했다.

해당 임상은 췌장암에 걸리지 않았으나 유전적 돌연변이 또는 가족력이 있어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 25명을 대상으로, 돌연변이 KRAS를 함유한 펩타이드(Peptide) 플랫폼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췌장암은 대부분 KRAS라는 성장 단백질의 돌연변이에 의해 유발되는데, KRAS는 여러 유전자 중 가장 먼저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엠디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의 빌라산체스(Vilar-Sanchez) 박사 연구팀은 이달 중으로 결장암, 자궁내막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암 예방백신 임상시험2상에 착수한다.

해당 백신은 바이럴벡터 플랫폼이며, 린치(Lynch) 종양에서 발견되는 209개의 프레임이동(frameshift) 신생항원에 대한 DNA를 전달하도록 변형된 바이러스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암에 걸린 적이 없거나 관해 상태에 있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면역반응, 용종이나 종양 형성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할 계획이며, 결과가 긍정적이면 5~10년에 걸쳐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린치 증후군은 대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암을 발생시키는 유전질환으로, DNA 복제 시 발생하는 손상을 찾아내서 고치는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MLH1, MSH2, MSH6, PMS2 등 DNA 부정합 교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린치 증후군 환자가 평생 암에 걸릴 위험은 최대 70%로, 이들은 잦은 건강검진과 암 발생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며 "현재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특정 유형의 암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이미 개발돼 사용 중이지만, 대부분의 암은 비바이러스성이기 때문에 암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연구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암 예방 백신의 개념은 초기 종양을 공격하도록 면역체계를 자극시키기 위해 암세포의 단백질 또는 항원의 조각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초기 암의 유전적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 확보와 초기 종양세포가 면역체계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암에 걸린 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가장 잘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원(tumor antigens, 건강한 세포에는 드물지만 암세포에 풍부한 분자표지자), 신생항원(neoantigens, 종양 세포에서만 발견되는 단백질), 단일항원(single antigen) 또는 다항원(multi-antigen)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백신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백신의 효능을 판단하기 위해서 건강한 사람들이 암에 걸릴 때까지 수십년을 기다리지 않고 성공을 측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종양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 모든 예방 백신의 승인까지는 매우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결장암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의 폴립 성장 감소와 같은 대체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성공으로 DNA 또는 바이러스 백신보다 제작과 전달이 더 쉽고 비교적 안전하며 강력한 반응을 자극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에 따라 지질 입자를 사용해 항원 mRNA를 세포로 운반하는 예방용 mRNA 백신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정부에서는 암 예방을 위한 mRNA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새로운 캔서 문샷(Cancer Moonshot)과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 프로젝트에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정부도 mRNA 플랫폼의 항암백신 개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서 임상자원을 공유하는 통합 자원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와 협력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기획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복지부와 함께 종양특이적 항원, 전달체 등의 기술과 국제 공동연구 등을 지원하기 위해 500억원의 R&D 비용 지원을 추진하고,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 플랫폼을 마련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업, 연구기관 등에 이를 제공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하반기 관련 규제 내용을 담은 mRNA 기반 치료제 품질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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