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04 05:53최종 업데이트 20.09.0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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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는 모델의 예측보다 국가의 정책과 국민의 반응에 의해 결정된다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금요일일 8월 28일 아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일주일 더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뜻밖이다. 수도권의 2단계 거리두기가 주말에 종료되기에(꼭 시작은 주말이다. 아마도 교회와 성당을 겨냥하기에) 거기에 맞춰 3단계로 격상시킬 것을 예상했다. 전날 목요일 통화한 어느 바이오텍 대표는 '3단계 격상'에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며 연구를 유지할 것인가를 논의하다가 응답이 늦었다고 한다.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이 3단계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기에 일반인들도 3단계 상향을 준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3단계 상향 예측은 일반 시민들의 예측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장마기간은 6월 26일부터 한달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나? 2020년 여름 장마는 역대 가장 늦게 끝난 장마와 최장기간 장마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코로나처럼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가장 긴 장마였다. 동시에 태풍이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69년 만에 처음으로 7월 들어 태풍이 발생하지 않은 7월로 기록됐다. 긴 장마가 8월 16일에 끝나자 태풍이 몰려온다. 그래도 태풍은 올라오는 길의 빗나감은 있지만 시간의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빈번한 장마예측 실패 경험 때문에 태풍이 와도 "요즈음 기상예보는 믿을 것이 못돼 기다려 보지요"라고 하게 된다.

지난 8월 23일 조선일보는 '한국 코로나 8월말 정점, 11월에 수그러들듯'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1차 신천지발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심각성을 숫자로 맞춰 족집게 노릇을 한 미국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이번 코로나 재확산기에 한국에서 7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 보험시장 분석팀은 지난 2월 말 자체 역학모델을 통해 '한국의 코로나 사태가 3월 20일 정점에 달하고, 확진자가 최대 1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예언'을 내놔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지나친 비관론이라는 지적이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숫자가 크게 틀리지 않아 '족집게' 소리를 들었다.

JP모건은 지난 8월 20일 발간한 코로나 관련 최신 동향 보고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최근 코로나 재확산 상황을 다뤘다. JP모건이 재확산기를 맞은 대한민국 코로나 사태가 8월 말쯤 하루 1000여명의 실질 감염자를 기록하며 정점을 맞았다가 11월 초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 감염자는 전체 감염자에서 완치자와 사망자를 제외한 숫자다. 이번 8월 10일 이후 재확산기에 총 70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3월 신천지발 1차 확산기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서울의 종교 시설에서 감염이 비롯됐다고 언급한 JP모건 보고서는 '20일까지 누적 확진자가 1만 6346명으로, 이번 재확산으로 11월 초까지 7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더해져 총 2만 3000여명이 감염될 것'이라 전망했다. 실질 감염자 수는 8월 말~9월 초에 1000명선에 다다르며 이번 재확산이 8월 말경 정점을 맞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JP모건 보고서는 '이번 재확산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대규모 경제활동 재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간 한국에서 코로나 추적과 검사 역량이 강화됐고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1차 유행기와 비교할 때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신천지발 1차 대유행 때보다는 심각성이 비교적 덜할 수 있다는 게 JP모건의 전망이다. 8월 23일 뉴스를 보면서 과연 이 전망이 맞을까? 제발 이번에는 족집게가 안 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8월 23일 확진자가 397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 28일 방역당국은 지금과 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다음주 확진자가 하루 800~2000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 예측 숫자는 위협적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들어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들의 유행예측에 의하면 현재의 유행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면 다음 주에는 하루에 800명에서 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고,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지금 바로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기하급수적인 그런 확진자의 급증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고, 또 사회 필수기능이 마비되거나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감염병 모델일까가 궁금했다. 감염병 수리모델은 감염병이 퍼져 나가는 상태를 나타내는 수학식을 만들어 전파 상황을 분석하고 향후 전개될 양상을 예측하는데 활용되는 분석 모델이다. 감염병 수리모델에는 주로 'SEIR'가 사용된다. SEIR는 감염 의심(Suspectible), 노출(Exposed), 감염(Infectious), 회복(Removed)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따온 말이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네 단계로 대상을 나누고 시간 흐름에 따라 환자 발생 상황을 예측한다. 모델 속 네 가지 단계에 속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감염병 전파 양상을 시간 흐름대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누가 그런 모델을 가졌을까?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기모란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김찬수 연구팀이 감염병 수리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왜 암 전문가가 전염병을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간다. 기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방역조치가 1주일이 늦으면 환자가 이후로 25일간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감염병 수리모델이라고 해서 쪽집게는 아니다. 확산 상황이 예측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양상이 달라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도 코로나19 국내 방역당국 회의에서도 당연히 감염병 수리모델은 빠지지 않고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감염병 모델이 일어날 실제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는 것인가? JP모건의 모델이나 국립암센터 혹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모델이나 모델은 예측이다. 실제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결국 정부 지침에 반응하는 일반인들의 행동변화다.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면 된다. 물론 락다운(Lockdown)이 힘들지만 앞으로 2주일 정도는 출퇴근, 병원 방문, 생필품 구매와 같은 필수적인 외출 이외에는 모임이나 여행, 사람 간의 만남을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면 된다. 종교 활동, 각종 회의도 비대면으로 전환하면 된다. 외부 활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2m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 된다.

코로나 재확산의 이유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대규모 경제활동 재개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중대본은 8월 30일 0시부터 9월 6일 밤 12시까지 수도권 강화조치를 시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다. 강제적인 행동변화를 명령하는 것이다. 음식점과 제과점은 21시부터는 포장 배달만 허용되고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포장 배달만 허용된다. 그리고 학원과 실내체육 시설에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코로나 이후 한 번도 닫지 않았던 내가 다니는 목욕탕도 이제는 못 간다. 학원과 교회는 비대면 수업과 예배만 허용한다. 요양병원은 면회금지이다.

감염자 수 현실은 어떠한 가? 다행히도 8월 27일 441명으로 정점을 찍고 서서히 숫자가 내려온다. 8월 한달 국내 누적 확진자가 5846명이란 숫자가 JP모건의 이번 8월 10일 이후 재확산기에 총 70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 것과 같은 볼파크(Ball Park)다. 국내 발생은 9월 1일 222명에 이어 2일은 253명이다. 역시 확진자 수는 모델의 예측보다 국가의 정책과 국민의 반응에 의해 결정된다. 9월 6일 밤 12시까지는 집콕과 가족콕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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