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회계 1조2000억원·지역수가 4000억원 신설…중증·필수의료에 연 3조6000억원 투자
치료가능사망자 연 1800명 감축·의료 관내 이용률 80% 이상 목표…지방의료원 정상화도 과제
22일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회복을 위해 국가재정과 건강보험을 합쳐 5조원 안팎을 투입하는 대규모 재정 처방을 내놨다.
내년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지방정부가 지역 의료체계를 직접 설계하도록 하고, 수도권에서 멀수록 지원을 확대한다. 건강보험에서는 지역 우대수가 4000억원을 도입하고 중증·응급, 모자·소아, 회복·재활 등 필수의료 분야에 매년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도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의료개혁에 5년간 3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의료공백까지 발생했던 만큼, 이재명 정부의 재정 투입이 실제 지역의료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역의료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재정을 투입하고, 수도권에서 더 멀수록 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을 통해 지역을 우대하고 중증·응급, 모자·소아, 재활 등 필수의료 분야에 매년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의료전달체계 구조전환을 상당 부분 이어받으면서도, 지역별 차등 지원과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의료기관의 기능을 재편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데 무게를 뒀던 이전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과의 거리와 지역의 의료여건을 별도의 재정지원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5극3특 중심 의료체계 개편…국립대병원부터 동네의원까지 역할 구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은 환자가 거주지역 안에서 질환의 중증도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의료공급체계를 대·중·소진료권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진료권인 ‘5극3특’에서는 국립대병원과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중증환자를 담당한다. 전국 70개 중진료권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과 포괄2차종합병원이 중등도 입원과 수술을 맡고, 시군구 단위 소진료권에서는 동네의원과 보건기관이 경증 진료와 예방적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육성한다. 정부는 전임교수 약 460명을 확대하는 등 2030년까지 국립대병원 의료인력을 현재보다 30% 확충하고, 암·심뇌혈관질환 전문센터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전공의 정원의 20% 이상을 지역에 배정하고 지역병원 순환수련과 첨단 술기훈련도 지원한다.
중진료권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과 민간 포괄2차종합병원을 함께 육성한다. 포괄2차종합병원은 175곳에서 195곳으로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7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린다. 분만·소아·심뇌혈관질환 등 필수특화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특별회계 1조2000억원·지역수가 4000억원…지방일수록 더 지원
자료=보건복지부
재정 투입의 핵심은 지역에 별도의 재원과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도입한다. 특별회계는 ▲수도권에서 멀수록 지원 확대 ▲지방정부 주도 ▲공공의료기관 우선 투자를 3대 원칙으로 운영한다. 시·도가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직접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재정지원 기반도 마련한다.
건강보험에서는 2026년 4000억원 규모의 지역수가를 신설한다. 84개 인구감소지역의 종합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는 입원료와 진찰료를 5% 가산하고, 비수도권에서 시행하는 수술과 고위험 분만에는 최대 100%까지 수가를 추가 지급한다.
중증·필수의료 저수가 개선에는 연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야간·휴일 중증수술과 응급처치 보상에 연 9000억원, 모자·소아의료에 연 3000억원을 배정하고 기본진료와 중증치료 후 회복·재활 보상도 확대한다. MRI와 진단검사 등 과보상 분야의 수가는 조정해 재원을 재배분할 계획이다.
다만 특별회계와 건강보험 투자의 적용 시점이 다르고 연 3조6000억원에는 기존에 추진 중이던 수가 인상과 보상체계 개편이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 “지방의료원 추가 설립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규모 재정 투자와 함께 공공의료 분야인 지방의료원의 만성적 적자와 운영 정상화 문제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은경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지방의료원의 경영 상황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은 2024년까지 1조7000억원이 보상됐지만 병상 가동률은 62% 수준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고, 기관당 당기순손실도 약 48억원이 발생해 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약 2200억원의 시설·장비·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상화 궤도에 올라오기에는 부족하다”며 “지역필수의료 재정지원 기준을 마련해 지원을 확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수련과 인력교류를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의료기관 추가 설립은 3곳가량을 검토하고 있으나 재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 장관은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수련과 인력교류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 설립은 3곳 정도를 검토 중으로, 재정당국과 협의해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공공의료기관이 꽤 있지만 지방에는 국가가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며 “지방의료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설립과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이 추가로 필요하고, 기존 지방의료원에 대한 운영 지원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재정 투입을 통해 2024년 10만명당 43.4명이었던 치료가능사망자 수를 2029년 40명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연간 1800여명의 생명을 추가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 관내 이용률은 2024년 75.3%에서 2029년 80% 이상으로 높이고, 중증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내 의료기관 도착률도 같은 기간 50.6%에서 5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 장관은 “치료가능사망자 수를 2029년까지 40명 미만으로 줄여 연간 1800여명의 생명을 더 살리고, 의료 관내 이용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중증응급환자 골든타임 내 도착률도 55% 이상으로 높이는 등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