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17 07:45최종 업데이트 23.12.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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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디지털 치료기기 대표 주자 큐어앱 "임상∙리얼월드서 효과 입증…표준 치료될 것"

[인터뷰] 미야타 히사시 이사 "챔픽스 판매 정지로 큐어앱 SC 보급 차질있지만 큐어앱 HT는 수천개 기관서 사용 중"

미야타 히사시(宮田 尚) 큐어앱 사업개발∙추진총괄이사.
헬스케어 인 재팬(Healthcare in Japan)
일본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임상의학,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기초연구 분야를 갖춘 명실공히 의료 강국 중 하나다. 우리에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의 헬스케어 기업들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새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일본의 의료·돌봄시스템을 엿보고자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 업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글로벌 선두주자였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경영난 끝에 파산했고, 뒤이어 아킬리(Akili)도 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 사업을 접고 비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정부가 공개한 건강보험 등재 방안과 관련, 업체들마다 급여와 비급여 중 어느쪽을 택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상태다. 급여와 비급여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보니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바다 건너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 디지털 치료기기 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큐어앱(CureApp)의 미야타 히사시(宮田 尚) 사업개발∙추진총괄이사를 만나 큐어앱이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에 뛰어든 이유와 사업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큐어앱은 2020년 니코틴 의존증 디지털 치료기기 ‘큐어앱 SC(CureApp SC)’, 2021년 고혈압 디지털 치료기기 ‘큐어앱 HT(CureApp HT)’를 개발하고 두 제품에 대해 모두 보험 적용까지 받은 상태다.

현재 큐어앱은 금연보조치료제인 챔픽스 판매 정지로 인한 큐어앱 SC 보급 차질 등 예기치 못한 이슈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하지만 미야타 이사는 임상시험과 리얼월드에서 입증된 효과를 기반으로 자사의 제품들이 표준 치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향후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사회적 영향 고려해 대상 질환 선정…임상적 효과와 의료비 감소 효과 입증
 
Q. 여러 질환 중 니코틴 의존증, 고혈압 치료용 DTx를 먼저 개발한 이유는 뭔가?
 
디지털 치료기기가 효과를 발휘하기 용이한 질환이 생활습관병이나 의존증, 그리고 천식 등 만성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큐어앱의 사타케 코타(佐竹 晃太) 대표가 호흡기내과 전문의로 폐암, COPD, 천식 등 담배의 영향을 받는 질환을 살펴봐온 영향도 있다. 또 지난 2007년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는 흡연이 최대 사망원인으로 약 13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사타케 대표는 공중위생상 니코틴의존증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게 가장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고,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강점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다음으로 고혈압을 선택한 이유도 해결 시에 사회적 영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환자 수나 투입되는 의료비, 미래 위험도를 봐도 그렇다.
 
Q. 두 제품 모두 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라 보험 적용이 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보험당국을 설득했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에비던스다. 고혈압 치료 앱 큐어앱 HT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임상시험에서 강압 효과를 인정받았고,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해서도 논문으로 증명했다. 3상 다기관공동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에서 주요평가항목인 ABPM(24시간 활동혈압측정)의 경우 앱을 사용한 군이 대조군에 비해 혈압이 2.4mmHg 낮았고, 약제에서는 강압효과 지속이 어려운 기상시 가정혈압도 앱 사용군이 대조군에 비해 4.3mmHg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각각 대조군에 대비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10.7%, 심부전 위험을 54% 줄여주는 임상적 의의를 가진다.

의료경제평가조사기업에서 수행한 비용 대비 효과 분석에서도 의료비 감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왔다. 생활습관 수정과 약물치료만 하는 경우 생애 의료비가 753만 2718엔(한화 약 6780만원)이다. 반면 생활습관 수정, 약물치료와 함께 큐어앱 HT를 사용하면 생애의료비가 693만 6888엔(한화 약 6250만원)으로 환자 1인당 생애의료비가 큐어앱 HT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59만5833엔(한화 약 530만원)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Q. 현재 두 제품의 보험수가는 어느 정도 되나.
 
니코틴 의존증 치료 앱인 큐어앱 SC는 2만5400엔(한화 약 22만 9000원)이고, 보험적용을 받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30%인 7620엔(한화 약 6만 8000원)이다. 고혈압 치료 앱인 큐어앱 HT는 최초 6개월간은 매월 8000엔(한화 약 7만 2000원)정도에 환자는 30% 부담으로 매월 2490엔(한화 약 2만 2000원(초회도입에 별도 420엔) 정도 비용을 낸다.
 
Q. 의사의 처방부터 환자의 실사용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
 
초진 시에 의사가 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하고 코드를 발행해 환자에게 보내준다. 환자는 앱을 다운받고 의사가 보내 준 코드를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다. 환자는 앱을 통해 치료 경과, 몸 상태 등을 기록하고 치료 가이드 등을 24시간 365일 실시간으로 수신하게 된다. 의사는 환자가 사용하는 앱의 기록정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의사와 앱을 통해 환자가 행동변화를 실천하고, 이를 습관화하는 과정을 돕는다.
 
큐어앱의 고혈압 디지털 치료기기 큐어앱 HT. 사진=큐어앱 홈페이지

큐어앱 SC, 챔픽스 판매 재개 필요…큐어앱 HT, 일반의 내과 클리닉 중심 처방

Q.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 수와 처방실적은 어떤가?
 
큐어앱 SC는 금연보조치료제인 챔픽스와 함께 처방하는데, 출시 후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챔픽스가 불순물 물질 검출로 판매가 정지되면서 우리 제품도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챔픽스의 판매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사용 의료기관 수는 공개하기 어렵다. 큐어앱 HT의 경우는 현재 전국 수천개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처방 실적은 비공개다. 의사들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낯설기 때문에 환자에게 처방을 해도 될 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걸 감안하면 순조로운 편이다. 실제 처방을 해서 환자가 사용을 해보고 나면 생각보다 좋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고령의 환자들도 사용할 수 있고, 효과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사용 경험을 제공해나가면 처방 실적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Q. 두 제품의 처방이 가능한 전문과가 한정돼 있나.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대학병원 등의 대형병원 중 처방 비율이 높은 곳은 어디인가.
 
전문의가 아니라도 처방은 가능하다. 실제로 큐어앱 HT는 일반의의 내과 클리닉에서 처방이 주를 이룬다.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정부가 정한 의뢰진료 중점 의료기관(주치의의 진료 의뢰서를 받고 온 환자들을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과 고혈압 인증 수련병원을 모두 취득한 시설에서만 처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형병원에서 처방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향후에는 보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어앱 SC는 금연외래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Q. 리얼월드에서의 효과는 어떤가.
 
실제 전국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치료 앱에 입력된 혈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군의 12주 후 수축기 혈압 변화는 기상 시 -8.8mmHg, 취침 전 -8.5mmHg였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기상 시 -11.8mmHg, 취침 전 -10.1mmHg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에서 검증되지 않은 65세 이상 환자(최고령 87세)를 포함한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강압 효과를 입증했다.

의사도 낯선 DTx, 日 고혈압학회 '고혈압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 가이드라인' 발표
 
Q. DTx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오래 전부터 학회 논문 발표 등에도 힘을 쏟고 있고, 이를 통해 일본 내에서는 학계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고혈압학회에서는 이미 치료용 앱 사용에 대한 적정 가이드라인도 발표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도 의료진에게 적절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를 대상으로는 병원 내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준비해 대응하고 있다.
 
Q. DTx를 환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관련 수치는 어떤지 궁금하다.
 
환자에게 병을 치료하고 싶다는 동기가 있고, 의사가 환자의 앱 이용현황을 확인하고 환자를 지도하면서 함께 앱을 사용한다는 게 DTx의 특성이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에서 일반적인 헬스케어 앱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지속률을 보였다. 실제로 의사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 환자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또, 일상생활 중에 무리하지 않고 실천 할 수 있는 내용, 처방을 받은 전체 환자 중 3분의 1 이상이 60대 이상인데 고령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UX 등,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Q. DTx는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후생노동성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일본 PMDA(의약품의료기기통합기구)는 유효성,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경이 있는 경우 일부 변경 승인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유효성,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발 단계부터 무엇이 그 의료기기 프로그램의 유효성을 규정하는 요소인지 검토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판단이 어려운 경우, PMDA에 문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큐어앱 HT에 대해서는 승인 후 1년이 경과할 때마다 제품의 유효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품의 유효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PDMA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해마다 실제 임상 데이터로 유효성을 PMDA에 보고하면 간단한 신청으로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내용 등을 변경할 수 있다.
 
큐어앱의 니코틴 의존증 디지털 치료기기 큐어앱 SC. 사진=큐어앱 홈페이지

전국민 보험제도 日 시장 장점…알코올 의존증비알코올성 지방간염 DTx 개발 중

Q. DTx 업체로서 일본 시장이 가지는 장단점은 무엇인가.

 
일본은 광고에 대한 규제가 있다.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없다보니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있다. 하지만 보험제도나 병원 내 시스템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 시장은 다수의 보험자가 있는 미국에 비해 디지털 치료기기 보급에 유리한 시장이다. 보험제도의 차이에 따라 미국은 대상환자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처방 프로세스가 복잡하지만 일본은 전국민보험제도로 전국민이 간단한 프로세스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선 일단 보험적용을 받으면 모든 국민에게 접근이 가능해지지만, 미국은 1000개가 넘는 민간의료보험사와 주별 메디케이드 등을 개별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또 업무 UX 측면에서도 일본은 연령 등에 따른 부담금액이 단번에 결정되고 병원 내에서 치료 앱 접근 코드를 처방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환자가 가입한 보험 플랜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인 대응을 해야하고, 처방 후에도 약국을 경유하는 등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
 
Q. 한국을 포함한 해외 진출 계획이 있나.
 
미국은 법인을 설립해 현지에 맞는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라이선스아웃 이야기가 있었다. 2건은 구체적인 협상도 진행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서 계약 체결까지 가진 못했다. 하지만 한국도 금연, 고혈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것 같아서 흥미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 또, 앱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판매를 대행해줄 수 있는 회사가 있었으면 한다.
 
Q. 현재는 어떤 질환 대상의 DTx를 개발 중인가. 대략적인 출시 계획도 궁금하다.
 
알코올 의존증은 2023년 1월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는 올해 내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출시 계획은 아직 공개가 어렵다.
 
Q. 글로벌 DTx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그 안에서 큐어앱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페어 테라퓨틱스의 파산 소식도 있었지만, 나라별로 그 나라의 시장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고 각국에서 성장하고 있다. 큐어앱도 그 중 하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치료의 표준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은 일본에서 그 정도까지 확장한 후에, 디지털 치료기기가 표준 치료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 서겠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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