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환자를 두고 진보와 보수, 이념과 정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젊은의사포럼’에서 과거 젊은의사포럼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을 초청했던 일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젊은의사포럼은 전공의, 의대생, 공중보건의사들이 공동 주최하며 각종 사회 명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다. 올해 포럼에는 주요 대선 후보 중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만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보수 일색이던 의료계에서 반대편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가 필요하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보 진영 인사를 초청하는 건 의료계에서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며 “의료계의 재정 지원이 중단됐고, 의료계 내부의 거센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의료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의사의 판단은 생명과 직결되며 책임이 뒤따르는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 신중한 접근과 전통적 질서를 중시해 왔다”며 “어쩌면 정치의 영역에서도 보수적인 흐름에 익숙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진보 진영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은 잦아들었고, 보수 진영에 대한 맹목적 지지 역시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이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과거의 이념적 경직도 유연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를 두고 진보와 보수, 이념과 정파는 아무 의미가 없다. 환자를 살리는 일이 정치적 세계에 물들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불행한 역사 앞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위기는 점차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다”며 “정치권은 표를 쫓고 있지만 필수의료와 의학교육은 지금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이 사태가 더 길어진다면 의료체계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선을 맞이해 이번 포럼에서 대선 후보를 초청해 그분들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직접 듣고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대화를 거부한다는 오해를 해소하고 싶었다”며 “이준석 후보가 바쁘신 와중에 귀한 시간을 내주신 데 감사드리며, 이재명, 김문수 후보의 참석이 성사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 대선 후보분들은 지난 1년 3개월의 의료공백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덧붙였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는 전공의, 의대생들이 의료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에선 중대한 의료 정책들이 임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의료정책이 수립되고 있다“며 ”더 중요한 건 이런 사안들이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생들의 경우, 국가에 의해 학교에 따라서 많게는 4배 이상의 학생들이 한 학년으로 묶여 교육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병원과 다양한 실슬십 없이는 새로운 의대생을 받을 수 없단 기본적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을 위기에 처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정책 결정 과정과 그에 따른 여파는 단기간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문제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문제의 당사자로서 직접 참여해 의료 현장의 실제 문제점과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합리적 사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전공의, 의대생들에게 지지를 보내며, 공보의 제도 존속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공보의 대신 현역을 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대공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미필 의대생과 의사들의 복무 선택권 확보와 직무 연관성이 높은 공보의 제도 존속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