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4.03 15:26최종 업데이트 24.04.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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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상태 환아 전원 꼭 필요했나…상급종병 전원 시 오히려 환자 안전 위협"

최선 다해 심폐소생했지만 사망한 33개월 여아 '이송 거부' 논란...의료계 "이송 거부 병원 측에 책임을 물 사안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충북 보은군에서 도랑에 빠졌다가 구조된 생후 33개월 여아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상급종합병원 이송 거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여아는 최초 병원에서 1시간이 넘는 심폐소생을 받고 잠시 맥박이 돌아와 전원 병원을 찾던 중 사망해 진료거부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부검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은 채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혀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다.

3일 의료계는 해당 여아의 사망이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지 못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병원들의 이송 거부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33개월 여아 A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약 1m 깊이의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됐고, 4시 40분경 아버지에게 구조된 A양은 119 구급대의 현장 평가를 통해 심정지로 확인됐다.

A양은 언제 도랑에 빠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목격자가 없는 익수에 의한 심정지였다. 119구급대는 현장에 도착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가장 가까운 지역 병원으로 A양을 이송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의 작은 병원 응급실이었고, 병원 측은 A양이 도착한 오후 4시 49분부터 전문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해당 병원은 도착 즉시부터 오후 6시 7분까지 무려 1시간 18분간 전문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A양은 병원 의료진의 노력으로 맥박이 회복됐다.

당시 병원 측은 추가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 충북 1곳, 대전 3곳, 세종 1곳, 충남 2곳, 경기도 2곳 등 9개 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해당 병원들은 사정 상 전원을 받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A양은 오후 7시 1분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해당 의료진이 재차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40분 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119구급대의 병원 전 심폐소생술을 포함하면 A양은 약 1시간 27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받았다. 이 정도라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A양은 33개월 어린 소아이고 3월이라 해도 도랑물이 차가워 저체온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의료진들도 통상보다 더 긴 시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공보이사는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의식이나 호흡 없이 맥박만 돌아오는 즉 '자발순환회복'(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ROSC) 상태가 되더라도 심혈관계 불안정으로 인해 다시 심정지가 발생하는 것은 임상에서 매우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심정지 환자에게 몇 번이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계속 혈압과 맥박이 유지돼 추가 치료가 필요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계속 진료하기 어렵다면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자발순환회복 이후 혈압과 맥박이 계속 불안정하다면 곧 다시 심정지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 환아 사례에서도 자발순환회복이 채 1시간을 유지하지 못했고, 오후 7시 1분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추가로 39분 더 시행하고도 자발순환회복도 없고 심전도상 무수축이 지속되므로 오후 7시 40분 사망 선언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A양이 정말 상급종합병원 전원이 필요했는지에 있다.

이 공보이사는 "해당 환아의 상태를 보건대 안타깝지만 무리하게 상급종병으로 전원했더라도,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수용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DOA, death on arrival)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병원간 전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돼야 한다.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며, 상급종합병원 이송이 병원간 전원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원의 조건은 환자가 이송을 견딜 수 있는 환자 상태인지 여부다.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또는 심폐소생술 후 자발순환회복됐지만 심혈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전원을 보낸다는 것은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전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건 직후 경찰도 최초 병원이 소아병동이 없어 전원할 병원을 찾는 도중 A양이 사망했으며, 이송을 거부한 병원들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건이 관심을 받으면서 경찰이 '이송 거부' 가능성도 열어놓은 채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의료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공보이사는 "지역의 병원으로서는 익수 심정지 환아에 대해 통상보다 긴 시간 심폐소생술을 했다. 채 1시간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자발순환회복을 이룬 것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환아 상태는 아니었던 것은 명확하다"며 이송 거부 병원 측에 문제를 물을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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