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응급의료 당직을 권역·국가 단위 책임당직 시스템으로 변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경우 병원 중복 당직 부담이 줄어들여 연간 1조 이상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서울대병원 신상도 응급의학과 교수는 29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의료개혁 TF토론회'에서 "개별 병원 중심의 야간·주말 당직을 지역·권역·국가 3단계로 분담하는 ‘책임당직형 응급의료 책임조직 모델(한국형응급의료책임의료조직, EMS-ACO)’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신 교수는 이날 각 병원이 응급 환자를 개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기존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와 복합 만성질환·장기 요양 환자의 급증으로 응급의료 수요가 양적·질적으로 폭발하고 있다”며, “이제는 개별 기관이나 의료진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인 환자들이 한 번에 여러 질환을 가지고 급성 악화될 때 응급실에서 협진이 기본이 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기존 응급의 패러다임, 즉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대부분 환자를 처리한다는 개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상도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직을 ‘부담’이 아니라 ‘연대 책임’으로 재정의하는 협진 모델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지금 174개의 권역·지역 응급의료기관이 각각 야간·주말 당직을 서는 구조는 환자 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구조적 뺑뺑이’가 반복되는 비효율 극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야간당직은 법적 의무인 부분도 있어 개별 병원은 비슷한 수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야간, 주말 근무를 모두 같이 담당하다 보니 어떤 병원은 환자가 당직 의사 수 만큼 오지 않거나 의사가 부족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신상도 교수 발표자료
신 교수에 따르면, 현재 1조3000억원 수준의 병원당 야간·협진 비용을 책임당직으로 전환해 15개 핵심 질환군을 우선 대상으로, 각 권역에서 몇 개의 병원들이 순환적으로 당직을 서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응급의료기관들은 중복 당직 근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환자들은 당직 병원 우선으로 집중 이송될 수 있다.
이 때 국가 단위론 15개 시범 질환군 전체 데이터를 중앙에서 통합·공유하면서, 권역 단위에선 3~5개 병원이 책임당직을 순환하며 응급환자를 처리하게 된다.
또한 지역 단위에선 응급실·1차의료·소방이 연계해, 환자 경로를 관리하고, 집단의 책임을 공유한다.
신상도 교수는 "책임을 지는 병원이 외로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전체 권역·국가의 환자·비용을 공유하는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제는 응급실이 아니라, 권역 전체가 ‘응급 환자 수용책임을 분담하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당직 모델로 전환하게 되면 사회 전체 관점에서 연간 예상 절감 비용은 1조6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정도가 예상된다. 이 중 각 병원 부담 당직 중복 비용은 대략 1조11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책임 당직 비용을 정부에서 지불하는데 2500~3000억원 정도 국비면 15개 질환의 전국 당직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론 중증 환자 입원부터 퇴원, 1차의료 재진 방문, 1개월 간 이행기 관리, 지역사회 돌봄까지를 한 플랫폼으로 연결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직 시스템 변화를 위한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신 교수는 “현재는 병원이 ‘응급실 당직을 줄이려는 협의를 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응급의료는 공공성·필수성으로 인해, 병원 간 협력에 대한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료법뿐 아니라, 공공의료법에 ‘책임의료 조직’을 명문화하고, 응급 의료와 관련된 보험제도도 개편해, 책임당직을 국가가 전액 보상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