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31 17:42최종 업데이트 22.11.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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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명 몰려온 순천향대 서울병원...살릴수 있는 환자는 3명 뿐, 의료진은 아쉬움 가득

[이태원 참사 재난의료 긴급진단]③ 가까운 병원으로 심정지 환자 몰리고, 응급 환자는 먼 병원으로 이송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 사진=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악몽과도 같았던 29일 이태원의 밤. 압사 사고의 특성상 짧은 순간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살릴 수 있는 긴급환자의 이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 후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전화가 걸려 온 것은 밤 11시 15분경이었다. 이태원동에 발생한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응급실 병상과 인력에 여력이 있는지를 묻는 119의 전화였다.

전화가 걸려 온 지 15~20분 후 새벽까지 82명의 사상자가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밀려들어 왔고,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은 순식간에 마비 상태에 빠졌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 재원 수는 30개. 격리실 2개를 제외한 28개 병상 중 5개가 비어 있었지만,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82명 중 79명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들은 이미 심정지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79명이 이송돼 병원에 도착했지만 심정지 상태로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은 이미 심정지 상태의 환자들을 마주하고 자괴감에 빠졌다. 혹시라도 숨이 붙어있는 환자들을 찾아 응급 처치를 했지만, 대다수 환자가 이미 심정지 상태였기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등 의료적 처치 대신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의료진들은 새벽 2시 무렵 병원을 찾은 국제과학수사대와 함께 시신의 지문 채취, 유전자 확인 등을 통해 사망자의 신원을 조사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에 사고를 인지한 뒤 많은 부상자가 밀려들 것을 이미 예견했다. 하지만 병원이 실질적으로 의료적 처치를 제공할 수 있었던 환자는 단 3명이었고, 그중 2명은 경증으로 금새 귀가 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심정지 환자 쏠려…소생 가능한 환자 먼 병원으로 이송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것은 당시 밤 10시 15분 무렵으로 추정된다. 현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부터 비명 소리와 함께 사상자가 발생했고, 119에도 관련 신고접수가 들어오기 시작됐다.

문제는 수십만 명이 운집한 이태원 현장은 무질서로 그야말로 대혼란의 상태였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30일 명지병원 DMAT(응급의료팀)팀으로 현장 지원을 나선 날의 상황을 개인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현장에는 부상자, 경찰,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투입돼 수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한 그 장소에서 여전히 핼러윈을 즐기는 젊은 인파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의 발언대로 사건 당시 경찰과 119구급대가 현장을 정리하고 사상자를 구출하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지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힘겹게 구조한 이들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가 이미 온 상황이라 소생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증언이다.

하지만 만약 구출한 부상자 중 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조금 더 빨리 병원에 이송해 처치했더라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사건 당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 있었던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환자 분류와 이송, 그리고 처치다. 대규모의 재난 상황에서 현장은 아비규환이 될 수밖에 없고, 이때 정부는 현장을 통제하고 효율적으로 사상자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고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이송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사고 발생 직후 가장 가까운 권역의료센터에서 DMAT(응급의료팀)이 긴급 파견된 것은 잘한 일이다. DMAT은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로 이뤄진 팀으로 현장에서 환자를 분류하고 이송 및 처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DMAT이 출동해 현장에 응급의료소가 꾸려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응급의료소가 꾸려진 후 과연 분류와 이송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긴급구조 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이송 우선순위는 긴급환자, 응급환자, 비응급 및 사망자 순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심정지 환자가 대규모 이송되면서 정작 응급처치가 필요한 부상자들은 더 먼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심정지 환자 사망 선고 후 안치소 운구, 긴급 환자는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 매뉴얼 있지만…분류 미흡 지적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사진=보건복지부

소방 당국이 발표한 현장 타임라인을 따라가 보면,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새벽 2시 기준 사망자는 59명이었고, 부상자는 150명이었다. 소방 당국은 새벽 2시 40분 사고와 관련해 12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1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30일 오전 4시 열린 3차 언론 브리핑에서는 사망자가 146명으로, 부상자는 150명으로 보고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오전 1시 30분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해 환자의 중증도 분류, 이송병원 선정 및 환자 이송 등 현장응급의료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중중도 분류에 따라 중증환자부터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인근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오전 4시에 열린 3차 언론 브리핑에서 용산소방서장은 사망자 146명 중 10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장에 안치됐던 45명은 각 병원의 영안실로 분산 안치됐다고 밝혔다. 

이경원 교수는 “사망자가 대규모 발생한 재난 상황에서 DMAT에는 의사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사망 선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DMAT은 현장에 응급의료소를 꾸린 후, 사망한 사람은 사망 선언을 한 뒤 빠르게 임시 안치소로 보내 현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는 매뉴얼에도 있는 내용이다. 심정지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도, 의료진은 사망 선언밖에 할 것이 없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DMAT은 사망한 환자와 응급환자를 분류해 안치소 운구해야 할 시신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환자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응급 처치를 받으면 살 수 있는 긴급 환자들 대신 사망이 확인된 대규모의 환자들이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됐던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교수)은 “1989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직선 거리로 1km 남짓한 곳에 강남성모병원이 있었다. 그래서 사건 발생 초기 돌아가신 분들만 100명 이상이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병원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마비됐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사실 가장 가까운 병원은 돌아가신 분들을 받아서는 안 된다. 가장 가까운 병원은 중환자를 받아야 한다. 병원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라며 “현장 지휘소를 거치지 않은 구급대나 개인 이송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의 재난 상황에서 현장 통제가 잘 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점에서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나온다. 정부는 DMAT이 환자의 중증도 분류, 이송병원 선정 및 환자 이송 등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재난 사고 지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현장진료소 설치 주관은 보건소장이 하도록 돼있다. 그래서 용산보건소에서 현장진료소를 설치했고, DMAT의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이송했다. 이송 절차에 따라 가장 가까운 병원에 환자를 이송했다"라며 "매뉴얼에 따라 이송이 진행됐고, 숫자가 많아지면서 서울과 경기도 DMAT팀이 모두 현장에 출동해 상황에 맞춰 환자가 발견되면 환자 이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정책관은 “DMAT의 전체적인 조정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안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소통을 하면서 이송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현장에는 14개 DMAT이 출동해 환자를 분류하고, 사망 환자와 응급 환자를 이송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망자가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됐고, 부상자는 단 3명뿐이었던 점은 의문이다.

또한 컨트롤 타워가 환자 분류와 이송 체계를 모두 제어해야 했으나, 당시 응급의료는 용산구 보건소장이 맡고 구급대 이송은 용산 소방서장이 맡으면서 이원화된 관리로 환자이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관계자는 “DMAT이 작동하면서 사망 선고를 받은 시신이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 등에 임시로 안치됐지만,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개별적으로 시신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병원도 영안실이 부족해 시신 중 6구만 안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구급차가 와서 구급차 1대 당 시신 1구를 싣고 영안실이 있는 병원으로 흩어졌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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